국내산 돼지고기 갈비쪽 삼겹살로만 삶아낸 수육. 향간장을 끼얹어 새콤 고소하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잡내 없이 깔끔한 내장탕
- 쫄깃·상큼·아삭함 갖춘 돼지수육
- 손님 대접 제대로 하는 작은 가게 매력

여기저기 맛집 정보들이 넘쳐나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집들이 달라졌다. 조그맣고 숨겨져 있으며 나만 아는 곳. 그런곳을 갖고 있어야 진짜 맛집 좀 다닌다는 얘기들을 듣는다. 두손식당은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맛있는 술집이다.

두손식당(070-4952-9244)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삼만'이다. 일 인당 3만 원이 아니다. 메뉴 가격이 3만 원이다. 보통 탕, 볶음, 돼지고기 수육이 나온다. 3만 원에 3가지의 맛있는 안주를 맛보니 주당들에게는 환대를 받을 밖에. 가게가 꽉 들어차게 사람이 앉는다고 쳐도 20명이 최대다. 테이블 4개에 바에 너댓명이 앉을 수 있다. 위치도 찾아가기 쉽지는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물어물어 찾아와서 김규동 셰프는 참 신기하다고 했다.

	맑고 깔끔한 내장탕과 고소한 두부볶음도 훌륭한 안주다.

손님이 오면 김 셰프는 가장 먼저 점심에 무얼 드셨나부터 물어본다. 그러고선 거기에 맞게 요기를 할 수 있는 메뉴나 겹치지 않는 음식을 낸다. 이날엔 내장탕이 시작이었다. 내장은 손질이 쉬운 부위가 아니다. 그런데 여기 내장탕은 맑은 국물에 깔끔한 맛이다. 간, 천엽 등 다양한 내장이 들어가 있는데도 누린내가 없다. 내장을 한 번 삶은 뒤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다시 국을 끓였기 때문이다. 뒷맛에 약간 매운 맛이 들어가 더욱 깔끔한 느낌을 준다. 토란대도 푸짐하게 들어가 있다. 토란대에는 전분이 많아서 그야말로 잘 빨아야 맑은 국물을 유지할 수 있다. 김 셰프는 토란대를 말린 뒤 삶아서 씻은 것으로 쓴다. 그러면 식감도 살면서 국물도 맑게 유지할 수 있다.

이어서 돼지고기가 들어간 두부 볶음이다. 두반장 소스도 약간 들어서 짜지않은 마파두부같다. 대신 두부가 도톰하게 썰려 있어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도 좋고 두부의 부드러운 식감도 살아있어 고소하다. 안주는 보통 짭짤하면서 달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곳의 안주는 삼삼하다. 김 셰프는 "예전엔 안주는 요리보다 한 등급 아래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뒤집어졌다. 제대로된 안주라면 된다고 마음이 달라졌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수육. 국내산 돼지의 갈비쪽 삼겹살 부분만을 고집한다. 수육인데도 따뜻할때 끼얹은 간장소스 덕에 상큼한 맛이 입속에 가득이다. 기존 간장에 생표고버섯, 마늘, 물 등을 넣고 2시간 정도 끓여낸 향간장이 주는 효과다. 고기가 따뜻할 때 부어야 양념이 잘 스미고 양념속의 식초가 고기의 단백질을 살짝 응고시켜주니 쫀득한 맛이 더해진다. 바닥에 깔아 놓은 오이와 양파가 아삭아삭대며 돼지수육의 맛을 끌어올린다.

김 셰프는 "삼만을 낼 때 손님마다 다르게 내려고 한다. 앞으로는 예약을 위주로 가게를 꾸려나갈 생각이다. 그래야 제대로된 음식을 낼 수 있다"며 계획을 설명했다. 많은 손님이 오는 것 보다는 오신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는 말로 읽혔다. "제가 올해 47살이다. 이 나이면 주방에 있는 것을 점주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지난 25년간 조리계에서 일해오면서 배운 것들을 여기서 편안하게 풀어내놓고 싶다"며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알고보니 그는 이번 두손식당까지 합치면 47곳의 음식점 문을 여는데 도움을 준 컨설팅 전문가였다. "후배들이나 작지만 자기 가게를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지금의 두손식당은 술집이지만 부제에 따라 다양한 메뉴가 가능하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