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비하인드 스토리에 영화 재미 더해

아무리 미술과 거리를 둔 사람이라도 19세기 후반 유럽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빛의 마술사' 빈센트 반 고흐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영화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는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을 상속받은 조카 빌렘 반 고흐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빌렘이 고흐의 작품을 헐값에 팔려고 수소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빌렘에게 그의 작품은 평생의 짐이었다. 빌렘은 그 과정에서 고흐 삶의 궤적을 따라가게 되는데, 결국 197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미술관을 개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빌렘의 시선은 고흐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절부터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10여 년을 추적한다.

'붉은 포도밭'(1888) 이외에 단 한 작품도 팔지 못했을 만큼 화가로서 평가받지 못했던 그의 삶은 불우하기 그지없다. 빌렘의 아버지이자 고흐의 동생인 테오에게 의지했던 삶, 어느 창녀와의 동거, 고갱과의 우정과 배신, 귀를 자른 후 정신병원 생활, 퇴원 이후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의문이 남는 죽음 등이 이어진다. 그러는 가운데 그의 대표작인 '자화상'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반 고흐의 방'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 '아몬드 나뭇가지' 등이 등장하며 어떤 상황과 감정에서 그의 대표작이 탄생했는지 보여준다. 마치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스크린을 통해 듣는 느낌이다.

또한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 자신을 모델로 다양한 자화상을 그렸고, 생전 유일한 전시회가 열린 곳은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에 위치한 카페 르탱부랭이었으며, 자신의 귀를 자른 이유가 고갱과의 불화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고흐의 죽음에 얽힌 다양한 설이 있는데, 권총 자살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닌 동네 아이들의 타살이라는 심증을 주는 장면은 무척 흥미롭다.

고흐의 고국인 네덜란드의 핌 반 호브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에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을 덧붙여 마치 비밀스러운 한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느낌의 영화를 만들었다.

생전에는 무명 화가였고, 미치광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고흐의 삶. 예술은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했는데,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을 보고 나면 그의 작품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개봉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