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 촬영 현장에서 김한민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출연진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개봉 직전까지 후반작업·홍보활동하다 병원행
- 충무공의 리더십 간접적 울림 퍼지기를 바라
- 한산대첩 시나리오 나왔으나 제작일정은 미정

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명량'은 역대 흥행 1위였던 '아바타'의 기록을 가볍게 제쳤으며, 지난 24일에는 개봉 26일 만에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명량'을 최전선에서 이끈 사람은 이순신 장군과 사극에 애정을 갖고 지난 4년간 고군분투해온 김한민 감독이다. 독특한 스릴러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2007)으로 데뷔해 '핸드폰'(2009), '최종병기 활'(2011) 등을 연출한 김 감독은 특히 '최종병기 활'로 747만 관객을 모으며 액션 사극의 열풍을 일으켰다.

김 감독은 3년 전부터 '명량'을 기획했으며, 영화 개봉(7월 30일) 막판까지 밤잠을 설치며 후반 작업에 매달렸다. 또한, 무대 인사를 비롯한 각종 영화 홍보 활동으로 쉬지 못해 급기야 병원 신세를 졌다. 자신도 "이런 스코어가 나올지 몰랐다"며 "영화를 봐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김 감독을 만나 '명량'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빨리 모든 기록을 바꿀 거라고는 예상 못 했을 것 같다.

▶솔직히 흥행 스코어를 받아보면서 놀랐다. 그런데 지금은 대단한 흥행이구나 하는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감독병이랄 수 있는데, 어떤 상황이 오면 냉정하게 대처하고 나중에 끙끙거리거나 반응하게 된다. 지금 상태가 딱 그런 것 같다. 다만 '명량'을 봐주신 모든 관객께 감사하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대사처럼 '천행'이다.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 중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이유는.

▶명량해전이 극적이기도 하고, 이순신 장군의 요체가 담겨 있는 해전이기 때문이다. 중과부적인 상황을 승리로 역전한 드라마와 액션이 있다. 자기희생·자기 헌신을 통한 솔선수범이 요체이다.

-'명량'에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 담겨 있다. 이 덕분에 정치·문화·사회 등 다방면에서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명량'은 3년 전에 기획한 영화다. 당시에는 그런 지점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며 감동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하다 보니 시대상과 맞물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놀랍고 기쁘다. 그렇다고 '명량'이 관객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통해 울림이 오기를 바랐다.

-'최종병기 활'에 이어 사극 액션 영화를 연출했다. 특히 전례 없었던 후반 61분간의 해전 신은 큰 도전이었다.

▶'최종병기 활'의 흥행이 '명량' 연출에 디딤돌이 됐다. '명량'은 '최종병기 활'보다 세 배가량 큰 예산의 영화라 부담도 있었고, 처음 해보는 해상 전투 신이 쉽진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도전 가치 있다고 다짐했다. 이순신 장군 영화를 만들 때 고루하거나 교훈적, 계몽적으로 흐르지는 말자고 했다. 그렇게 영화가 나오면 지금 현재 대한민국 관객과 소통하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지가 감독의 화두였다. 그래서 해상 전투 신에 포커싱을 뒀고,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했다.

-앞으로 3대 대첩 중 한산·노량대첩을 영화하겠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구상이 됐는가.

▶한산대첩은 시나리오가 나와 있다. 하지만 다음 영화에 관한 구체적인 제작 일정은 없다. 글로벌 프로젝트 제안도 있었다. 어떤 작품이 됐든 구상했던 지점의 주제의식과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 "충은 의리다. 충은 백성을 향하는 것"

■김한민 감독이 꼽은 '명량' 명대사

김한민 감독은 '명량'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대사와 관련 "이순신 장군 어록에 나온 것도 있고, 가공된 것도 있다.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처럼 주제의식에 기준을 두고 장군 어록과 그에 부합하는 대사를 만들다 보니 잘 섞였다"고 말했다.

"충은 의리다. 의리는 왕이 아닌 백성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충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아들이 "왜 그런 왕을 위해서 충을 다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패배감에 젖어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도 백성을 향한 의리를 놓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애틋하고 벅찬 마음을 담았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1000명의 적도 떨게 할 수 있다."

왜선 330척에 비해 이순신 장군에게는 12척의 배뿐이었다. 선조는 수군 해체를 명령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며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의 각오를 다진다.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라는 아들의 질문에 이순신 장군이 가슴을 울리는 대답을 한다.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것이 천행인지,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 천행인지 생각해 보아라."

기적의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은 '천행'은 회오리 바다가 아닌 백성이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