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마푸토 한복판에 아직도 남아 있는 공산당의 원색적인 선전벽화가 나그네의 가슴에 총구를 겨눈다.

- 포르투갈 식민지배 후 공산국가 길걷다
- 구소련 와해로 발빠르게 자본주의 전환
- 17년간 내전 계속되면서 정세 불안
-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였으나
- 풍부한 천연자원 발판 경제성장 이뤄

국제선의 고물차 15인승 총알콤비(미니버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바나를 시속 150㎞ 속도로 질주하다가 국경을 넘어 모잠비크 땅에 들어서면 속도는 뚝 떨어져 엉금엉금 기어간다.

길바닥이란 게 크고 작은 구덩이들로 촘촘히 이어져 있어 미니버스는 지뢰밭을 기어가듯 요리조리 피해 가야 한다. 비릿한 갯마을 냄새가 차창으로 스며들면 도로 사정이 한결 좋아진다. 이 나라 수도 마푸토가 가까워져 온 것이다.

모잠비크는 긴 해안선을 자랑한다. 무려 2500㎞에 달하는 해안선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즐비하다. 하지만 도로가 발달하지 않아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감상하며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는 기대하기 어렵다. 도로포장이 잘 안되어 있으며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습하고 더운 끝없는 평지를 달려야만 한다. 제대로 된 숙박 시설이 별로 없고 물가도 대체로 비싼 편이다.

■수백 년 포르투갈 식민지배, 그 짙은 그늘

모잠비크는 수백 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아오다 1975년 독립했다. 독립 후 소비에트 연방과 쿠바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들여 공산국가의 길을 걸어간다.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소비에트 연방도 허물어지자 모잠비크도 1990년대 중반 큰 경제적 위기에 빠진다. 발 빠르게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서며 민주주의를 채택해 미국과의 관계가 호전되면서 성장의 길로 들어서는 듯 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경제적 문제는 남아 있다.

1992년 마르크스주의 정부와 반공산주의자 세력들과의 오랜 내전을 마친 직후 마푸토는 6·25 직후의 서울거리를 연상시켰다. 포화로 무너진 건물, 지저분한 판자촌, 넘치는 하수도…. 해안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20층이나 되는 고층건물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우뚝 솟아 있지만, 유리창이 하나도 없고 건물 주위는 잡초가 정글을 이루고 있다. 내전 중 불타거나 포격으로 부서진 흔적도 없이 멀쩡한 외관에 텅 빈 고층건물이라니…. 1975년 이 나라가 피를 부른 독립투쟁 끝에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할 즈음, 고층 호화 호텔을 거의 다 지어놓은 포르투갈인 호텔 주인은 방마다 수도관과 하수관에 시멘트 몰타르를 쑤셔 넣어 버리고 제 나라로 도망을 쳤다. 외관상 튼튼한 신생우량아가 치유할 수 없는 동맥경화로 사망한 꼴이 되고 말았다.

■1975년 독립 후 사회주의, 그리고 17년 내전

	나라를 산산조각낸 17년간의 내전, 그 암흑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이제 밝은 희망이 비치자 모잠비크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마르크스주의 체제로 수도 마푸토에는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최초 주석인 마오쩌둥의 이름을 딴 도로에다 하물며 김일성의 이름을 딴 도로도 있다. 그 외 레닌 스탈린 등 사회주의 영웅들 이름을 딴 도로가 마푸토 시내에 아직도 남아있다.

아프리카 대륙 남동부 인도양에 접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모잠비크는 남한 면적의 8배나 되는 기름지고 넓은 국토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잠베지 강, 림포포 강을 비롯하여 많은 강이 이 나라를 적시며 인도양으로 빠져나간다. 강우량도 많아 농산물이 풍성하고 앞바다는 세계적인 어장이다.

유럽의 열강들이 검은 대륙을 갈가리 찢어 먹을 때 포르투갈이 이 나라를 삼켰다. 그 후 포르투갈과 남아공의 지원을 받은 반정부 무장세력이 득세하며 이 나라는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포르투갈이 한 세기에 걸쳐 구축해 놓은 사회간접자본이 파괴되며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소련이 와해되며 정부도 공식적으로 공산주의와 작별을 고하고 1994년 10월에 성공적으로 총선을 치른다. 17년 내전에 종지부를 찍고 레나모가 정권을 잡으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개방정책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이 나라의 경제상황은 경제라 일컬을 정도의 수준도 못되는 세계 최빈국의 하나가 됐다.

■풍부한 천연자원·높은 잠재력이 '희망 불씨'

	상아를 가공하는 모습. 국제협약에 의해 상아거래는 불법이지만 이 나라에서는 상아의 가공·판매가 버젓이 이루어진다.

국가의 신경조직인 통신은 마디마디 단절됐고, 교량은 끊어지고, 도로는 구덩이 투성이고, 길옆에는 부서진 탱크가 나뒹굴고 있다. 아직도 이 나라엔 200만 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어 숲으로 들어가던 농부가 다리를 날려 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이 나라의 경제적인 잠재력은 동부아프리카에서 가장 크다. 흑단을 비롯한 고급 산림자원에 풍성한 캐슈너트, 코프라와 차, 그리고 무진장한 지하자원과 2500㎞나 되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인도양엔 고기떼가 우글거린다.

마푸토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많이 황폐화해졌지만 지금은 계속된 노력으로 예전의 모습을 많이 되찾았고, 깔끔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초고층 빌딩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현대적인 건물과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도 조성되어 모잠비크 경제 성장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외국투자가들이 이 나라에 선뜻 발을 들여 놓지 못한 것은 아직도 내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데다 사회간접자본이 빈약하기 짝이 없고, 치안상태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야말로 모험심에 가득 찬 기업가가 뛰어들어 기선을 제압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엄청난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세계 오일 회사들이 지사를 내고 본격 개발 사업에 참여하여 활기를 띠고 있다. 오지여행가


※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