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랑기레 국립공원의 코끼리떼. 사륜구동 자동차가 접근하자 어미 사자들이 새끼들을 가운데로 몰아넣고 둥글게 방어자세를 취한다.

- 대륙 최고봉 킬리만자로·세계 최대 분화구
- 야생동물 천국 세렝게티 국립공원
- 모두 갖춘 '아프리카의 축소판'
- 탕가니카·잔지바르섬 통합해 탄생
- 마사이족 생활 사자와 너무 닮아

아프리카를 여행하려면 탄자니아로 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를 한곳에 모아 놓은 것 같은 아프리카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먼저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가 있는 곳이고,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분화구인 '응고롱고로'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야생 동물의 천국 세렝게티 국립공원도 탄자니아에 있다. 아프리카를 TV에서만 접해보던 보통 사람들의 상상 속 아프리카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들이 바로 탄자니아에 펼쳐져 있다.

■킬리만자로가 버틴 아프리카의 축소판

탄자니아의 정식 명칭은 탄자니아연합공화국이다. 본토인 탕가니카와 잔지바르섬, 두 영토가 합쳐져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있다. 탄자니아의 북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땅으로 추측된다. 7세기 전반부터 페르시아만 연안이나 아랍과의 교역이 활발했고 8세기에 아랍인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1948년 포르투갈의 지배 이후 독일과 영국의 식민지 시절을 거치고 1961년 독립 이후 탕가니카와 잔지바르 양국이 통합에 합의한 1964년 이후 현재의 국가 모습을 갖추고 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4위의 천연 및 관광자원 보유국으로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몇 년 전만 해도 탄자니아를 여행하기 위해선 직항이 없어 카타르 도하나 UAE의 두바이를 거쳐 가야만 했다. 한국에서 도하나 두바이까지 약 10시간, 또 여기서 케냐까지 6시간가량 걸리고 케냐 나이로비 공항에서 버스나 승용차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까지 6시간 정도가 걸렸다. 케냐에서 탄자니아까지의 도로는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라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용맹한 부족의 상징 마사이족 본거지

18세기경부터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전사로서 명성을 떨치며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부족으로 활동하는 마사이족은 케냐 중앙고원에서부터 탄자니아의 중앙 평원과 나일강의 원천인 빅토리아 호수 근처까지 소와 양을 방목하며 토속신앙과 원시사회를 지키며 살아가는 부족으로 성장했다. 마사이족의 생활 모습을 보면 사자와 너무나 닮았다. 첫째,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에서 사자가 백수의 왕이듯이 아프리카 대륙 수많은 종족 중 마사이족은 가장 용맹스러워 다른 종족이 감히 덤빌 생각을 못한다. 둘째, 사자가 쭉 빠진 체격과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듯 마사이족도 군더더기 살 하나 없이 수영선수 같은 체형에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어떤 인류학자는 서양인의 직계조상이 마사이족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셋째, 수사자가 여러 마리의 암사자를 거느리듯이 마사이족도 일부다처제다. 마사이족도 사자와 마찬가지로 대가족을 이루는데, 예를 들어 4형제가 각각 4명의 부인을 거느리면 여자의 수는 16명이 된다. 4형제와 16명의 부인이 사는 집을 보면 둥글게 친 가시 울타리를 등에 대고 16채의 흙벽 초가집이 원을 그린다. 출입문은 동서남북으로 4개가 있다. 각 핵가족이 출입구를 따로 두는 것이다. 첫째 부인은 출입문 오른쪽에 손수 집을 짓는다. 나뭇가지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진흙을 바르고 마지막으로 물에 으깬 쇠똥을 발라 말끔하게 마감한다. 쇠똥은 벽이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고 밤의 한기를 막아주며 장마철에는 습기를 빨아들인다. 둘째 부인은 가시 울타리 출입구 왼쪽에 집을 짓고 셋째는 오른쪽 첫째의 옆에, 넷째는 왼쪽 둘째의 옆에 집을 짓는다. 남편의 집은 어디에 있을까. 4명의 아내가 지은 네 채의 집이 모두 그의 것이 된다. 자기가 자고 싶은 집에 가서 자면 자기 집이다. 가시나무 울타리 안으로 16채의 집이 둥글게 늘어서고 그 안의 둥근 마당은 밤이 되면 소떼의 차지가 된다.

넷째, 수사자는 낮잠 자고 암사자가 사냥하지만 유사시에는 수사자가 나서듯이 마사이족도 여자가 집을 짓고, 젖을 짜고, 집안살림을 한다. 남자는 적과 싸우고 맹수를 막는다.

다섯째, 사자가 육식인 것처럼 마사이족도 육식이다. 그들의 주식은 소피와 우유를 섞은 사로이(Saroi)다. 소피는 소를 죽여서 얻는 게 아니라 소의 목에 작은 화살을 꽂아서 뽑는다. 그들이 사로이를 마시고 나서 붉게 얼룩진 입 근처는 사자가 얼룩말을 물어뜯고 나서 얼굴이 온통 피로 얼룩진 모습과 흡사하다. 마사이족은 실제로 사자와 함께 산다.

■땅을 숭상하는 마사이, 그리고 변화

마사이의 땅은 아프리카 제일봉 킬리만자로를 끼고 펼쳐진 대초원이다. 서구의 침략자들이 총을 들고 들어와 자기네들 멋대로 국경이라는 걸 만들어 케냐와 탄자니아로 갈라졌지만 마사이족들은 그 국경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마사이의 땅(Massai Land)만이 존재할 뿐이다. 마사이 땅 위로 적도가 지나가지만 이곳은 사시사철 시원한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다. 해발 1천800여m의 고원이기 때문이다. 마사이 땅은 우리 남한 땅과 크기가 비슷하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을 새빨간 천을 두른 마사이족이 나무지팡이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고, 사자는 그늘 밑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기린은 긴 목을 빼서 아프리카 아카시아 새순을 뜯고, 코끼리떼는 지축을 울리며 풀밭을 가르고, 영양떼는 팔짝팔짝 뛰어다닌다.

마사이들은 신(神) 엔가이(Engai)가 그들에게 땅을 주었기에 땅은 곧 그들의 신이라 생각한다. 대지에서 풀이 돋아나고, 그 풀을 소가 뜯어먹고, 마사이는 소로부터 우유와 피를 받아 마신다. 마사이들의 소에 대한 애정은 끔찍할 정도다. 사자가 송아지와 자기 아이를 공격한다면 마사이는 먼저 송아지 앞을 가로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가뭄이 들었을 때 소떼를 몰고 가다가 물을 발견하면 먼저 소떼들이 먹게 한 뒤 마사이가 마신다.

마사이족들은 땅이 곧 신이기에 땅에 흠집 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농사를 짓는 법이 없다. 씨를 뿌리고 밭을 갈려면 땅을 파야 하는데, 그것은 엔가이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심지어 사람이 죽어도 땅에 묻지 않고 대지 위에 눕혀 동물들이 뜯어 먹게 한다.

땅을 섬기며 전사로 살아온 마사이족도 이제는 문명과의 접촉이 많아져 돈의 맛에 길들여져 있다. 국립공원의 전망대 근처에 차량이 정차하면 기념품을 팔기 위해 차량으로 모여들고, 그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며 당당하게 돈을 요구한다. 탄자니아 정부의 공교육을 받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 가이드를 붙여주면서 말이다.

오지여행가

※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