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태 대표가 '게이샤 마리오 카니발 내추럴' 커피를 내리고 있다.

- 상위 10% 스페셜티 커피만 취급
- 손님 테이블에서 직접 드립해 대접
- 8가지 원두넣은 더치커피 '천사의 유혹'
- 3개월 이상 숙성, 초콜릿 향 가득
- 원두 120여종 보유 마니아들 단골집

어느샌가 커피는 밥 먹은 뒤 당연한 후식이 됐다. 웬만한 거리에는 커피숍이 없는 곳이 없다. 대기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커피숍뿐 아니라 작은 카페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만큼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도 함께 커져간다. 스페셜티 커피만을 취급하는 드립 커피 전문점을 찾아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커피하우스 '엘레오스(051-504-8827)' 박종태 대표는 드립 커피를 주문하는 모든 테이블에서 직접 커피를 내린다. 커피가 담긴 잔도 무척 아름답다. 로얄 알버트 등 명품 도자기 잔을 갖추고 손님에게 서빙한다. 박 대표는 "부산 외 다른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에게는 이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메뉴판에 적힌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여기까지 오는데 든 시간과 교통비 등까지 생각하면 어떤 분에게는 이 한 잔이 10만 원의 가치가 넘을 수도 있다"며 고객에 대해 진심을 다하려는 모습이었다.

엘레오스는 8가지 유기농 스페셜티 원두를 자신만의 레시피로 섞어 만든 더치 커피 '천사의 유혹'으로 유명하다. 더치 커피는 찬물로 36시간 내린 뒤 와인병같은 병에 넣어 코르크로 막고 밀봉한 뒤 숙성시킨다. 3~5도에서 적어도 3개월 이상 숙성한 것을 판매한다. 한 병의 가격은 8만 원.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그 맛에 대해선 놀라움이 먼저다. 전문적인 커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처음 잔에서 느껴지는 것은 진한 초콜릿 향이다. 색상은 검은색이지만 쓴 맛은 거의 없다. 대신 아주 진하며 단맛이 온다. 커피 맛이 이런 것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박 대표는 "제일 좋아하는 커피는 게이샤 종류다. 꽃·과일 향기를 가지고 있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커피는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마리오 카니발 내추럴'. 사육제(카니발) 기간인 2월에 수확하는 커피를 이렇게 부른다. 게이샤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게샤 지방의 재래종이다. 이것이 케냐와 탄자니아를 거쳐 파나마까지 흘러가 재배하게 됐는데, 당시 파나마에 병충해가 심해 커피 수확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고지대인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는 살아남아 과일향을 가진 독특한 존재가 됐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커피 애호가들의 끝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본래 이름은 '게샤'였는데 지금은 게이샤로 불린다.

	8가지 유기농 스페셜티 원두로 만든 더치커피.

가게에 온 손님들도 좀 특이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잔을 지정해 주문하더니 등을 꼿꼿이 세우고 정자세로 앉아 그야말로 경건하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다. 박 대표는 "게이샤 커피는 한 잔을 다 마시는 데 30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모금씩 마시고, 커피가 식어가면서 내뿜는 향이 달라지는 것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봐야 커피 한 잔에 불과한 것을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커피를 대하는 커피마니아의 진지한 태도를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자신만을 위한 한 잔의 사치를 최대한 제대로 누려보겠다고 해석할 수 있어 저절로 조용히 지켜보게 됐다. 박 대표는 "게이샤 커피는 식을수록 더 맛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린 '게이샤 마리오 카니발 내추럴'을 입 안에 잠시 머금었다. 연한 꽃향기와 상큼함이 느껴지는 산미가 다가왔다. 삼킨 뒤에도 입 속에 향기가 계속 감돌아 신기했다.

이곳에서는 120여 가지의 스페셜티 원두를 보유하고 있다. 산지 농장에서 직수입해 들여온 생두를 박 대표가 직접 로스팅 한다. 손님들에게는 팔지만 다른 가게에는 공급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우리 원두는 수입 가격 자체가 다른 곳보다 3~4배 비싸다. 다른 가게에서 사간다면 도저히 가격대를 맞출 수 없다"고 이유를 말했다. 대신 한달에 1회 정도 새로운 커피가 들어오면 가게 회원들에 한정해 커핑 행사를 연다. 커핑은 커피를 맛보는 것으로 그 커피의 향, 맛 등을 세밀하게 감별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회원분들에게는 저녁식사를 하지 말고 오시라고 한다. 저는 커핑 행사가 있으면 사흘 전부터 단식한다. 커핑을 하면서 회원들과 의견을 나눈다. 그 이후에 어떤 생두를 수입할 지를 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절대로 비싼 커피가 고급 커피는 아니며 가장 고급스러운 커피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라고 박 대표는 단언했다. 그러면서 "커피 가격이 아주 비싼 것 중에는 단지 그 커피의 생산량이 너무 적어서, 구하기 어려워서 비싼 경우도 있다"며 가격만으로 질을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