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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젠 '글램핑' 시대…"캠핑, 그냥 몸만 오세요~"

번거로운 텐트·귀찮은 장보기 No~ '베짱이'가 사랑한 부울경 글램핑장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14-06-26 19:17:1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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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와 침낭, 코펠 장비와 바비큐 재료 등 먹을거리가 모두 구비돼 간편하게 야영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의 캠핑인 '글램핑(Glamping)'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 기장 병산골 글램핑장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직장인 구영환(45) 씨는 몇 달 전 수백만 원을 들여 캠핑장비를 샀다. 요즘 '대세'인 캠핑을 즐기고 싶어서였다. 유명 TV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주인공처럼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나는 꿈에 부풀어 텐트 등 장비를 풀세트로 구입했다. 오래 쓸 것을 고려해 '이왕이면 비싸고 좋은 걸로 사자'며 무리를 했다. 그리고 첫 캠핑. 근교에서 즐긴 캠핑은 신이 났다. 아이들도 좋아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다. 텐트와 침낭, 코펠 등 장비를 씻고 정리하는 일이 너무 번거로웠다. 딱 한 번 쓰고 난 그의 캠핑 장비는 그 뒤로 집안 창고에 고이(?) 모셔져 있다.

연애 시절 지금의 남편과 거의 매주 캠핑을 떠났던 윤현숙(35) 씨도 결혼 후 캠핑 열기가 사그라졌다. 그는 "장비 뒤처리가 너무 힘들다 보니 이제는 잘 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글램핑장 안내데스크에서 한 야영객이 캠핑장에서의 주의사항을 직원으로부터 듣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일상의 번잡함을 잊는 캠핑은 요즘 여행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다. 캠핑 인구가 5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그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하루 10만~2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펜션이나 호텔 대신 캠핑은 5000원~2만 원 정도의 이용료만 내면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자연과 함께하는 건강한 '힐링 여행'이 캠핑의 큰 매력이다. 캠핑에 대한 대중의 거센 열망은 연일 쏟아지는 장비 광고나 홈쇼핑 판매방송이 반영한다. 하지만 캠핑을 다녀온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정리가 너무 귀찮아!"

복병은 또 있다. 이용료는 저렴하지만 캠핑 장비 등을 사야 하는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장비를 넣고 다닐 좀 더 큰 규모의 차량에 욕심도 내게 된다. 더는 캠핑이 저렴한 게 아니게 된 것이다.

캠핑의 이러한 약점을 보완한 틈새시장으로 최근 '글램핑'이 떠오르고 있다. 글램핑은 '화려하다'는 뜻의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야영하다'의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일반 캠핑보다 호화로운 야영을 뜻한다. 현장에 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어 장비를 일일이 들고 다니면서 치고, 걷고, 씻고 하는 불편함을 없앤 신개념의 야영법이다.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미리 사놓을 필요가 없고, 바비큐 등 먹을거리도 현지에서 바로 조달할 수 있어 그냥 몸만 가서 즐기고 오면 되는 게 글램핑이다. 캠핑은 원하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여행법인 셈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최근 글램핑장이 전국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초창기 글램핑은 '럭셔리 캠핑'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꽤 높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고급스러운 서비스 대신 장비와 먹을거리만 갖춰놓고 가격은 낮춘 '절충형' 글램핑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 최근 부산에도 문을 열었다. 부산과 근교에서 즐길 수 있는 글램핑장을 둘러봤다.


여행의 추세가 펜션→(오토)캠핑→글램핑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이런 인기를 타고 캠핑 장비가 모두 갖춰진 호화로운 캠핑을 뜻하는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부산에도 생겼다. 기장군 정관면 병산리 해운대컨트리클럽 가는 길에 위치한 기장 병산골 글램핑장(www.camping114.net)이 그곳이다. 지난 5월 문을 열었는데, 벌써부터 주말에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야영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글램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색 캠핑,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살펴봤다.

■캠핑 편리해졌다

글램핑장에서 제공하는 숙박용 텐트(위 사진). 글램핑 패키지에 포함된 바비큐 고기와 채소, 밑반찬.
기장 삼각산 자락에 폭 싸인 '기장 병산골 목장 글램핑장'(051-727-6637). 캠핑장의 푸른 잔디 위에 20여 채의 가족 텐트가 자리를 잡고 있다. 4명 가량 들어가면 딱 맞을 정도인데 최대 6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각 텐트 앞에는 파라솔이 드리워진 널찍한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에는 숯불을 넣고 석쇠를 올려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는 장비가 장착돼 있다. 텐트 안에는 전기장판이 깔렸고, 전기선 등 캠핑에 필요한 장비도 갖춰져 있다. 가족 글램핑장에서 작은 계곡을 지나면 조그마한 텐트 10여 채가 더 있다. 친구 또는 커플끼리 오면 좋을 아담한 크기의 일반 글램핑장이다. 글램핑장 한쪽에는 코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개수대와 샤워장, 공동화장실이 있다.

이곳 글램핑장의 하루 이용 가격은 7만7000원~16만5000원. 여기에는 석식과 다음날 조식, 바비큐용 쇠고기와 돼지고기 600g까지 포함돼 있다. 국과 반찬은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주어진 바비큐 고기와 채소가 부족하면 캠핑장 내 식육점과 매점에서 살 수 있다. 캠핑장은 야영객들의 바비큐 수요를 고려해 아예 식육점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식육점에서는 매주 두 차례 한우를 직접 정형해 부위별로 시세에 따라 판매한다.

텐트와 기본 먹을거리가 해결되기 때문에 여행자는 침낭(이불)과 코펠 등 주방기구 정도만 챙겨오면 편리하게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이것마저도 귀찮다면 현장에서 대여해도 된다. 빌리는 대신 코펠 설거지는 이용자의 몫이다.

부산 기장군 병산골 글램핑장에서 박한진 박규리 씨 커플이 평일 저녁 글램핑을 즐기고 있다.
이곳 일반 글램핑장에서 야영을 즐기고 있는 박한진(25) 씨와 박규리(24) 씨 커플을 만났다. 커플은 바비큐 요리에 한창 들떠 있었다. 이들은 캠핑을 한 번도 못 해본 캠핑의 문외한이다. 박한진 씨는 "캠핑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장비가 없어 엄두를 못 냈는데 쉽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글램핑장이 부산에 문을 열었다고 해서 와봤다"며 "글램핑을 이렇게 도심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계곡에서 다른 여행자의 소리가 들렸다. 당일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다. 숙박을 하지 않고 텐트 등 장소만 대여하는 당일 캠핑 서비스도 이곳 글램핑장에서는 가능하다. 이용시간(5시간) 내 텐트와 테이블 등을 쓰면서 바비큐를 먹거나 계곡과 숲에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2만~5만5000원이면 캠핑 기분을 맘껏 낼 수 있는 것이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 반나절을 숲 속과 계곡에서 즐기려는 여행자들에게 좋은 기회다.

코펠 주방기구 등을 설거지하는 개수대.
병산골 글램핑장 박영호 점장은 "부산에서는 글램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드물다 보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주말에는 꽉 찰 정도로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며 "성수기와 비성수기 차이를 두지 않은 합리적 가격을 책정해 많은 이들이 글램핑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인기의 원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과 달리 글램핑이라 해도 고급시설을 갖춘 '럭셔리 캠핑'이라기보다 캠핑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공간 개념이어서 대중이 쉽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호화'를 벗은 '편리한 캠핑장' 개념의 글램핑장인 셈이다.

■가볼 만한 글램핑장

계곡가에 형성된 글램핑장.
요즘 대세인 글램핑장이 경쟁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한 경상권에도 많이 들어섰다. 기존 캠핑시설을 개보수해 글램핑장으로 만든 곳이 많다.

'펜션 천국'인 울산 배내골에도 글램핑장이 생겼다. '써니 글램핑'(052-264-5132)은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텐트 4개 동을 설치했으며 오는 9월부터는 방갈로 형태의 글램핑 시설 5개 동을 추가할 계획이다. 배내골 계곡에서 휴식하며 야영을 즐길 수 있다. 경남 합천 가자글램핑(051-526-7703)도 부산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이다. 글램핑장이 가장 많이 생긴 지역은 관광도시 경주다. '토함산 아트글램핑'(blog.naver.com/gj_glamping), '오아시스 글램핑'(cafe.naver.com/oasiscamp) 등이 대표적이다. 텐트 침대와 소파, 테이블, 냉장고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 럭셔리 캠핑의 전형을 보여준다.

텐트 숙박과 바비큐 식사 등 모든 것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은 하루 10만~20만 원대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글램핑장에 따라 캠핑장 내 조성된 수영장이나 낚시장을 쓸 수 있으며, 도자 만들기 등 각종 문화체험도 할 수 있다. 인근 관광지의 입장권을 제공하기도 해서 주위 여행까지 즐길 수 있다.


◇ 글램핑의 '원조' 특급호텔

- 탁 트인 해운대 바다, 뒤로는 동백섬…천장 열리는 '인디언 텐트'서 바비큐 파티
'인디언 텐트'가 설치된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글램핑장(위 사진). 글램핑장에는 고기와 채소 등 먹을거리, 주방기구가 제공돼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글램핑의 원조는 특급호텔이다. 캠핑 붐이 한창 일고 있던 2012년 제주 신라호텔이 호텔 내에서 호화로운 캠핑을 즐긴다는 개념의 글램핑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특급호텔이 호텔 숙박과 결합한 캠핑 상품을 선보이면서 글램핑에는 '럭셔리 캠핑'이라는 표현이 붙여졌다. 호텔에 투숙하면서도 캠핑이라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어 투숙객들의 호응을 얻자 롯데 조선 등 국내 다른 특급호텔들도 경쟁적으로 호텔 글램핑을 도입했다. 주로 자연환경이 좋은 제주지역 특급호텔들이 글램핑 제도를 운영 중이다.

부산에서는 웨스틴조선호텔이 유일하게 글램핑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호텔 내 '야외 시크릿가든'에 마련된 글램핑장은 텐트 5개 동을 갖추고 '캠핑&그릴'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해운대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동백섬의 울창한 숲 속에 위치한 호텔의 지리적 잇점을 활용한 캠핑장이다. 천정이 열리는 일명 '인디언 텐트'로 불리는 '티피 텐트'에는 바비큐 장비와 조리도구, 이동식 테이블과 의자 등이 비치돼 있다. 텐트 안팎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면서 휴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쇠고기 꽃등심, 흑돼지 목살, 랍스터, 전복, 채소, 된장찌개 등 바비큐 재료는 사전 예약 때 주문하면 된다. 가격은 1인 기준 6만5000원부터. 부산웨스틴조선호텔 김동훈 식음팀장은 "일일이 장비를 준비하고 떠나는 번거로움 없이 호텔에서 마련한 고급 장비와 엄선된 재료로 도심 속에서 손쉽게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어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글램핑장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은 낮시간대(12시~오후 3시)에도 개방한다. 캠핑이긴 하지만 취침은 호텔 객실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램핑장에서는 자연과 바비큐를 즐기고, 숙박은 호텔에서 하도록 운영이 이원화돼 있다. 숙박은 글램핑장에서 하지 않고 캠핑 분위기만 즐기는 정도여서 완벽한 캠핑이라고는 할 수 없다.

글=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사진=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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