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은 월드컵에 단골로 출전하는 아프리카 축구강국 중 하나다. 카메룬의 한 마을에서 청년들이 축구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

- 주민들 야생동물 불법판매해 생계유지하자
- 정부, 구역 지정해 보호 움직임 시작
- 수도 시내 환경오염 심각·기반시설 열악

- 휴양도시 림베, 화산지대 독특한 풍광 자랑
- 검은색 해안모래·기암괴석·용암 흔적 볼만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 들어서자 매캐한 매연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초원을 질주하는 야생 동물과 밤이 되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은하수,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아프리카 부족민과 천혜의 대자연은 이곳에선 찾아볼 수가 없다. 개발도상국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야운데의 도심은 미비한 대중교통 시설과 정비되어 있지 않은 도로, 그 위를 질주하는 고물자동차들로 교통체증은 심각하고, 공기오염도도 높다.

■유럽국가 식민지배 영향… 의식 서구화

야운데는 카메룬의 행정수도로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이며 도로 교통의 중심지로 두알라 다음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식민 지배를 벗어난 이후부터 수도의 역할을 해온 곳이라 오래된 건물과 나름의 신식 건물이 섞여 있다. 기아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의 이미지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사회기반 시설도 마련되어 있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다. 한국의 1960~70년대도 잘 사는 나라 관광객들의 눈에는 이런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다. 국가의 재산이 여유가 있어서 도시의 개발이 지속 가능한 계획하에 이루어진다면 선진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겠지만 사람이 먹을 물과 음식조차 부족한 아프리카에선 기대키 어려운 일일 터이다.

카메룬의 GDP는 세계 99위. 아프리카에서 낮은 편은 아니다.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극심해 범죄율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는 안정적인 편이다. 카메룬은 일찍부터 독일문화의 영향을 먼저 받았고, 1919년 이후 프랑스 문화와 영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언어나 사고방식 모두가 서구화되어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모두 공용어로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프랑스어가 더 많이 사용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1차 대전 독일의 패전 후 독일 식민지였던 카메룬을 점령하면서 프랑스가 영토 대부분인 8개 주를 차지하고 영국은 나이지리아를 차지하는 대신 카메룬에서는 2개의 주만 점령했기 때문이다.

■수도 야운데 외곽 야생동물 판매상 기승

	희귀 야생동물이 불법으로 사냥돼 식용으로 팔리는 일이 잦자 카메룬 정부는 일부 지역을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한 고릴라동물원.

야운데에서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도로변에는 사냥한 야생동물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고 판매하는 상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아지 크기만 한 캐임멧이라는 야생쥐, 개미핥기, 비단뱀, 원숭이까지 아프리카 밀림의 야생동물들이 길가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카메룬은 아프리카에서도 풍부한 밀림과 다양한 야생동물을 자랑하는 나라다. 최근 아프리카의 신흥개발도상국으로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아직도 카메룬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 살고 있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농업과 사냥. 그나마 농사지을 땅이라도 있으면 모르지만 개간이 힘든 울창한 밀림에서는 농사도 어렵다 보니 야생동물을 잡아 팔 수밖에 없다. 카메룬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다는 원숭이는 한 마리에 2천 세파프랑, 우리 돈으로 약 4000원 정도, 개미핥기와 고릴라 같은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동물들은 비싸게 팔린다.

카메룬에서 야생동물 거래가 불법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사냥을 포기하지는 못한다. 야생동물고기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야운데의 평범한 중산층의 한 달 수입이 우리 돈 6~7만 원 수준에 불과해, 4000원 정도의 원숭이 고기가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비싼 소고기나 닭고기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메룬 정부에서도 법으로 야생동물사냥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을 하기가 어려운 처지다. 카메룬의 수도인 야운데와 가장 큰 도시이자 산업중심지인 두알라같이 현대화되고 있는 도시 이외의 지역에는 열대우림과 북부의 사바나와 반사막지대로 연결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이 지역의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몇 군데의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지정해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으며, 림베 지역에는 멸종동물인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한 고릴라 동물원이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해발 4095m 카메룬산 서부 아프리카 최고봉

서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림베는 카메룬 최고의 휴양도시이며, 유일하게 정유공장이 있는 곳이다. 영국의 식민 지역이었던 곳이며 당시에는 빅토리아로 불렸으나 독립 후 림베로 지명이 바뀌었다. 카메룬산에서의 화산 폭발로 인해 해안의 모래가 모두 검은색이며, 모래 색깔로 인해 파도 색깔도 검게 보이는 이색적인 곳이다.

카메룬 서부 연안의 카메룬산은 해발 4095m로 서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어서 '위대한 산'으로 불린다. 카메룬 서부 기니 해안에서 화산의 분출로 솟아오른 이 거대한 화산은 둘레만 자그마치 1300㎞에 이른다. 1982년 이래로 99년까지 7차례나 폭발할 정도로 왕성한 화산활동이 있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주변 해안까지 흘러내린 용암과 화산재는 이 지역에 독특한 풍광을 남겼다.

카메룬 산의 인근 해안가 마을 '이데나오'는 카메룬산의 신비로움을 가까이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산과 마을까지의 거리가 고작 17㎞ 정도라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기암괴석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마을 주민의 말에 따르면 1999년 마지막 화산 폭발 당시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이 마을까지 오는데 21일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화산 폭발로 마을이 붕괴된 이후 새로 터를 닦아야 했던 마을 주민들은 지금은 화산이 남긴 잔존물들을 모아 마을 입구에서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해안에서 솟아오른 화산이라 카메룬산에는 조개껍데기와 고동, 심해의 다양한 모습을 한 바다 돌들이 용암과 함께 흘러내렸고 그 잔해들이 기념품으로 이 마을 사람들의 생계를 이어주고 있다. 오지여행가

※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