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의 요리사들 <19> 부산 영도 달뜨네 박정원 대표

피란민촌 흰여울마을 오롯이 녹아든 시락국밥 한 그릇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5-01 18:55:54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멸치국물 대신 곰피 불려 낸 진액에
- 꼬치고기 우린 물 섞어 육수 완성
- 3년 숙성 된장·간장으로 감칠맛 더해


- 함경도 출신 시어머니 손맛 물려받아

- '영도 향토음식' 지역성 제대로 살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에서 지역과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을 혼동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스토리는 말 그대로 이야기다. 대신 그것이 사실이든 허구든 인과관계가 분명해야 하는데 이를 '내러티브'라 한다. 이에 비해 스토리텔링은 문자, 이미지, 영상, 음악 등을 활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에서는 얼마나 그럴듯한 이야기냐 보다는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가가 관건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애초 우리나라 핸드전화 번호에는 011, 016, 019 하는 식으로 각 통신회사별로 부여된 식별번호가 있었다. 번호가 곧 브랜드이다 보니 특정 업체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010번호 통합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SK텔레콤으로서는 뭔가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딩딩디리딩'이라는 통화연결음. 소리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으니 이 또한 스토리텔링이다.

이처럼 전달되고 각인됨으로써 오래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본질이다. 사람들은 때로 음식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는 습관이 있다. 따라서 음식 또한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도구가 되고, 좋은 요리사는 유능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

부산 영도구 절영로 송도삼거리에서 시작되는 '흰여울마을'. 한국전쟁 중에 피란민들이 하나둘 모여 살면서 생긴 동네다 보니 좁을 골목을 두고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세월이 흘러 빈집이 하나둘 늘어나고 슬럼화가 진행되자 대책이 필요했다. 2011년 부산시는 전면 재개발 대신 마을 일부를 보존하기로 결정, 옛 정취를 살린 '문화마을'로 가꾸어 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흰여울마을 초입에 1년 전 '달뜨네'라는 작은 식당이 생겼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수준의 식당인 달뜨네에는 흰여울마을과 너무 잘 어울리는, 그래서 흰여울마을을 찾으면 반드시 맛봐야 될 음식이 하나 있으니, 3500원짜리 시락국밥이다.

우선 달뜨네의 안주인인 박정원(55·사진) 대표의 시어머니인 양전복(87) 할머니는 북한 함경도 구룡리에서 어부의 딸로 태어났다.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이 났고, 특히 갈치식혜는 일품이다. 박정원은 그런 시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함경도 출신 피란민의 솜씨가 대를 이어오니 흰여울마을의 역사와도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거기다 이 값싼 시락국이 예사 물건이 아니다. 먼저 흰여울마을 앞바다에서 자생하는 곰피를 생수에 오래 불려 진액을 뽑아낸다. 미역의 일종인 곰피는 표면이 오돌오돌하고 약간 쌉싸름한 맛이 나 무침이나 쌈으로 더러 먹는다. 하지만 미역만큼 애용되는 식재료가 아니다 보니 보통 사람은 봐도 잘 모른다. 스킨다이빙이 취미인 남편 위승진(56) 씨는 이를 직접 채취해 볕 좋은 날 절영산책로에서 말린다.

이렇게 만든 곰피 진액에 멸치 대신 꼬치고기를 우려 낸 국물을 섞는다. 생김새는 멸치와 비슷하고 크기는 노가리만한 꼬치고기는 작은 멸치 따위를 먹이로 성장한다. 그래서 멸치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 덩달아 걸린다. 이때 잡힌 꼬치고기는 쓸모 없고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부지런한 어부들은 이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따로 챙겨 멸치처럼 한 번 쪄서 말린다. 이를 우려내면 멸치 못지 않게 감칠맛이 풍부하면서도 훨씬 개운하다.

한때 영도 앞바다는 남해안에서 소문난 멸치어장이었으니 곰피와 꼬치고기의 궁합 역시 지역성이 충분하다. 이렇게 만든 국물에 부부가 경남 고성군 약수암에서 직접 담아 3년 동안 숙성시킨 된장과 간장으로 간을 하고 우거지를 넉넉히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이니, 그 맛이 개운하기 그지없고, 오로지 달뜨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다.

   
박정원의 시락국은 향토음식이라면 뭔가 거창하고 그럴듯한 스토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국물만큼이나 시원한 카운터펀치 한 방을 날린다. 맛을 찾아 국내외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녀의 시락국 만큼 지역성을 제대로 살린 음식은 흔치 않다. 요즘 사람들은 사진과 더불어 여행지에서 먹었던 그곳만의 특별한 음식으로 여행을 추억한다. 달뜨네의 시락국에는 흰여울이 일렁이는 영도의 바다가 오롯이 담겼고, 더불어 흰여울마을의 역사까지 녹아 있으니 흰여울마을을 기억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래서 박정원은 솜씨 좋은 요리사이기도 하거니와 꽤 훌륭한 스토리텔러 임에 분명하다.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부산~울산 광역철’ 수정안 마련
  2. 2시약샘터마을 유래가 벽화로
  3. 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반야탕과 음양탕: 탕이 아닌 탕
  4. 4주말 이마트 ‘쓱데이’…한우·킹크랩 파격가
  5. 5명란 통조림·굴 그라탕 나온다…해수부, 민간에 기술 이전
  6. 6[서상균 그림창] 불면의 계절
  7. 7금융·증시 동향
  8. 8연금 복권 720 제 26회
  9. 9해상운임 급등에 수출 어려움…민관, 중소기업 지원 힘 모은다
  10. 10부산해수청·낙동강유역청 해양보호 MOU
  1. 1여당 부산시장 보선 후보 낸다…야당은 “약속 저버려” 맹비난
  2. 2‘가락IC 무료화’ 부산시의회 공론화 나섰다
  3. 3정정순 체포동의안 가결
  4. 4“국민을 섬기는 길 가겠다” 대권 의지 표명한 김태호
  5. 5김미애 ‘라면 형제’ 재발 방지법 발의
  6. 6하단~녹산선 예타 재신청…시공방식 ·역 개수 놓고 논쟁
  7. 7관문공항 반쪽 협치…‘가덕’이 빠졌다
  8. 8고성 오가며 신경전…김해 백지화 이후 절차 등도 입장차
  9. 9야당 부산공청회 앞두고 “나도 있소”…보선판 새 인물 가세
  10. 10문재인 대통령 “뉴딜 강력 추진…경제 정상궤도 올려놓을 것”
  1. 1주말 이마트 ‘쓱데이’…한우·킹크랩 파격가
  2. 2명란 통조림·굴 그라탕 나온다…해수부, 민간에 기술 이전
  3. 3금융·증시 동향
  4. 4연금 복권 720 제 26회
  5. 5해상운임 급등에 수출 어려움…민관, 중소기업 지원 힘 모은다
  6. 6부산해수청·낙동강유역청 해양보호 MOU
  7. 7나트륨 빼고 건강 더한다…식품업계 ‘소금 다이어트’
  8. 8집에서 즐기는 ‘핼러윈’…다이소에 아이템 다있소
  9. 9주가지수- 2020년 10월 29일
  10. 10“북항, 보행축 구축해 24시간 운영 복합지대로 개발해야”
  1. 1정부 ‘부산~울산 광역철’ 수정안 마련
  2. 2 반야탕과 음양탕: 탕이 아닌 탕
  3. 3양산 동·서부 지역 교육시설 설치 희비
  4. 4전국 코로나 신규 확진 125명…프랑스 하루 3만 명 감염에 봉쇄령
  5. 5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민관협력위원회 출범
  6. 6거제시 내년 역대 최대 보통교부세 확보
  7. 7오늘의 날씨- 2020년 10월 30일
  8. 8KTX 울산역 개통 10주년…연평균 500만 명 이용
  9. 9 지역별 틈새 메우기- 전문가 좌담회
  10. 10경부선 지하화로 생길 86만㎡, 메디&컬처·크리에이티브 등 4개 혁신지구로 개발한다
  1. 1가을야구 관중 입장 50%까지 확대한다
  2. 2관중 반토막(최근 9시즌간)에도 팔짱…부산 kt 연고제 정착 의지 있나
  3. 3손흥민, 모리뉴와 한솥밥…토트넘 재계약 전망 솔솔
  4. 4원하는 곳 골라 달리는 재미…완주 인증 땐 자동차 경품
  5. 5‘32년의 기다림’ 다저스 우승 한 풀었다
  6. 6그라운드 떠나는 이동국 “몸보다 정신 약해져 결심”
  7. 7막판까지 혼전 PS 대진표…정규리그 최종일 완성될듯
  8. 8스포원 경륜·경정 30일부터 재개장
  9. 9롯데, 28일부터 NC와 2연전…마지막 자존심 세울까
  10. 10손흥민, 발 대신 머리로 ‘쾅’…EPL득점 단독 1위
  • entech2020
  • 맘편한 부산
  • 제9회 국제신문 골프대회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