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콩고의 한 어린이가 콩고강변의 바위를 작은 돌로 쪼개는 일을 하고 있다.

-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자원대국
- 식민시절 상아 고무 등 착취당해
- 독립 쟁취한 루뭄바, 실권 얻자 독재
- 주둔 UN군 이용해 친벨기에 세력 숙청

- 2차 내전, 세계대전 후 최대 인명피해 기록
-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돌깨는 일로 연명

아프리카에는 콩고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콩고민주공화국이고 다른 하나는 콩고공화국이다. 콩고강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로 나뉘어 있다. 콩고공화국은 수도 브라자빌을 따서 브라자빌 콩고라 부르고, 콩고민주공화국은 DR콩고(The 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라고 부른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중부 아프리카의 적도에 걸쳐 있는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 전 세계에서는 열두 번째로 큰 나라다. 그리고 이 넓은 땅에 다이아몬드 코발트 구리 우라늄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가지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석유도 나와 지하자원만 팔아먹어도 먹고 살만할 것 같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자원으로 인해 식민지배와 내전 등을 겪으며 오랫동안 혼동의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풍부한 자원이 식민 지배·내란의 씨앗

	환하게 웃고 있는 천막집 어린이들

'자이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DR콩고는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하였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기 아프리카 대륙을 거의 절반씩 나누었던 영국과 프랑스 외에도 식민지를 넓히는 데 혈안이 되었던 나라가 벨기에다. 특히 벨기에는 영국 프랑스보다도 식민지를 잔인하게 착취하였다.

당시 벨기에의 왕 레오폴 2세는 DR콩고의 풍부한 자원 중에서도 상아와 고무에 가장 집착하였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유럽에 자동차와 자전거가 대량으로 보급되었고 이에 따라서 고무의 수요가 높아졌다. 레오폴 2세는 DR콩고에서 고무를 있는 대로 착취하였다. 하지만 자원은 한계가 있는 법. 더는 고무를 자연적으로 채취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불태우고 그곳에 고무나무를 심게 하였다. 벨기에의 군대가 마을을 점령하고 여자와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남자들은 고무를 채취하도록 노예로 부렸으며 이 과정에서 고문과 강간,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다른 서구 열강의 식민지와는 달리 DR콩고는 식민지가 아닌 벨기에 왕 레오폴 2세의 사유지 취급을 받아 DR콩고의 국민들은 노예처럼 다루어졌다. 교육이나 의료 등 복지 혜택은 상상할 수도 없고, 고무 농장과 광산에서 피와 땀을 흘려야만 했다. 벨기에 사람들의 횡포가 얼마나 악랄했는지 이 기간에 DR콩고의 인구가 절반가량 줄었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였다.

■독립투쟁 주도 루뭄바, 총리 취임 후 독재

	DR콩고 초대총리 루뭄바 동상.

교육을 받을 수가 없으니 콩고 사람은 자신들이 받는 고통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벨기에의 횡포가 계속되자 시민들의 저항이 시작되었다. 이 선두에 섰던 인물이 초대 총리를 지낸 '루뭄바'였다. 루뭄바는 정규 교육 과정을 밟은 엘리트가 아니라 선교사 학교를 나온 우체부 출신이었다. 벨기에의 탄압에 저항하여 정당에 가입하고 반제국주의 운동의 선봉에 서서 독립 투쟁을 벌이다 유럽의 식민지 해방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DR콩고는 마침내 독립을 이뤄내고 루뭄바는 초대 총리로 당선된다.

하지만 DR콩고의 문제는 독립 이후부터였다. 총리가 된 루뭄바는 실세를 장악하고 강력한 독재를 추진했다. 군대를 제외한 모든 정부 관료들의 월급을 엄청나게 올렸다. 이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루뭄바의 요청을 받은 UN 평화유지군이 파견되어 쿠데타를 막아낸다. UN군이 콩고에 들어오자 루뭄바는 꾀를 내어 UN군을 이용하여 벨기에의 잔여 주둔군과 친벨기에 세력을 쫓아내려고 한 것이다. 결국 총리 루뭄바를 손 밑 가시로 여기던 카사부부 대통령과 벨기에에 의해 처형을 당하고 만다.

DR콩고의 수도 킨샤사 시내를 들어서면 독립 영웅 루뭄바의 동상이 독립기념탑 옆에 장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루뭄바는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었지만 1960년대 독재의 상징이었던 김일성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중후한 몸매에 얼굴만 루뭄바를 붙여 만들었다. 루뭄바의 동상을 바라보는 DR콩고의 국민들은 그를 독립영웅으로 생각할까, 독재자로 생각할까?

■1998년 발발 제2차 내전으로 400만 명 희생

	수도 킨샤사 시내의 모습.

루뭄바의 사망 이후에도 DR콩고는 혼돈의 연속이었다. 여러 번의 쿠데타가 있었고 1965년 모부투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 1970년 나라 이름을 자이르로 고쳤고, 모부투는 총 32년간 통치를 하였다. 하지만 장기집권으로 인한 부패, 국가경제의 침체 등으로 제1차 콩고 내전이 일어났고 1997년 이 내전에 승리한 게릴라 출신 카빌라가 집권해 나라 이름을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바꿨다.

카빌라 집권 이후 1998년부터 카빌라의 반대 세력이 대통령 축출을 꾀하면서 발생한 제2차 콩고내전이 2003년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에 인종청소 고문 학살 질병 등의 이유로 4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25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아프리카 8개 나라가 참여한 이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전쟁으로 기록된다. 2003년 UN의 중재로 내전은 끝났지만 최근까지도 반정부 세력에 의한 내전이 계속돼 왔다.

■제국주의 노예에서 자본의 노예로 전락

	필자와 포즈를 취한 DR콩고의 경찰.

내전의 영향은 고스란히 DR콩고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콩고공화국이 너머로 보이는 콩고강 유역에는 강가의 돌을 깨는 사람들이 곳곳에 몰려 있다. 강가의 바위를 깨어 주먹돌로 만들고, 또 이 돌을 깨어 자갈로 만드는 것이다. 아무런 안전 장비도 없이 가지고 있는 도구는 정과 쇠망치 하나뿐이다.

돌 깨는 작업은 어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의 손에도 쇠망치가 들려있다. 작업장 옆 한쪽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갓난아기를 안고서 밥을 준비하는 아낙네의 모습도 보인다. 깨어낸 자갈을 옮기는 것은 모두 아이들의 몫이다. 막 걸음마를 뗀 아이들도 돌덩이를 나르는 데 힘을 보탠다.

DR콩고의 풍요로운 대지는 재앙이 되어 수많은 내전과 난민들을 만들어냈고 이들에게 남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워 보인다. 수도 킨샤사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은 자원 수출 덕분에 벼락부자가 생겨나고, 건설 붐이 일어 개발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물가는 오르고 부패는 여전히 심하다. 고무를 채취하면서 노예 생활을 했던 이들이 지금은 자본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다. 오지여행가

※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