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 맞다. 타락한 인간들에게 분노한 신은 세상의 모든 것을 물로 쓸어버린다. 노아에게 명을 내려 방주를 만들고 모든 동물의 한 쌍과 곡물의 씨를 보존하게 한다. 대홍수 전설은 구약성서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동서양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계 어디에나 있는 홍수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지구를 통째로 휩쓸었던 천재지변의 기억이라는 말도 있다. '블랙 스완'과 '더 레슬러'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직접 각색하여 그래픽 노블도 만들었고 영화로도 제작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하려면 창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무 것도 없던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들고 세상을 만든 창조주는 인간인 아담과 이브도 만들었다. 그러나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뒤 카인과 아벨, 셋을 낳는다. 아벨을 질투한 카인이 아벨을 살해하고 다시 쫓겨난다. 카인의 자식들은 타락한 도시를 만들었고, 셋의 자손은 방랑하며 노아로 이어진다. 어느 날, 꿈에서 신의 말을 들은 노아는 할아버지인 므두셀라를 찾아가고 방주를 만들기 시작한다.

'노아'는 성경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판타지의 설정을 가미한다. 카인이 쫓겨나면서 함께 한 수호자들이 있다. 인간이 신의 품에서 쫓겨날 때 함께했던 그들은 원래 빛의 존재였다. '천사'였지만 인간의 땅에 떨어지면서 돌과 진흙의 거인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형상은 기계가 아니라 돌로 만들어진 트랜스포머처럼 보인다. 므두셀라가 준, 에덴에서 가져온 씨앗을 땅에 심자 순식간에 황무지가 울창한 숲으로 변한다. 그것을 본 수호자들이 노아를 도와 방주를 만들기 시작한다. 신의 기적은 판타지의 마법이나 예언과 별다르지 않다. 거대한 방주를 만들고, 들짐승과 날짐승이 짝을 이뤄 방주로 들어오는 장면은 진기한 구경거리다.

'노아'는 현란한 볼거리보다는 신과 인간의 선택이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신은 새로운 세상의 창조를 위해 파괴를 택하지만 분명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노아는 헷갈린다. 새로운 세상에 인간은 과연 존재해야 하는가. 카인의 후예인 두발카인은 인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조주가 내버려 노동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게 된 인간을 대표하여, 두발카인은 무력으로 방주에 들어가려 한다. 무고한 셋의 자손 노아는 창조주의 말을 신봉한다. 그가 시키는 대로, 그의 뜻이라 생각한 모든 것을 행한다. 인간이 필요없다면 노아는 기꺼이 자신의 가계를 끝내버릴 것이다. 어디선가 봤던 상황이다.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말을 들은 아브라함의 이야기. '노아'는 아브라함의 고뇌를 노아에게 옮기지만, 상식적인 해답을 내놓는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전작인 '레퀴엠', '더 레슬러', '블랙 스완' 등에서 선과 악, 현실과 상상 혹은 픽션이 서로 침투하고 파괴하는 양상을 그려왔다. 그렇다면 '노아'는 그런 혼돈의 결말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성경의 한 에피소드를 영화로 능숙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노아'는 수작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탁월하게 재해석한 영화로는 너무 상식적이고 지루하다. 빨리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다음 영화를 보고 싶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