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시내에는 10년 내전에서 부상 당해 장애인이 된 젊은이들이 많다.

- 수동펌프로 기름 퍼는 주유방식 이색적
- 세계 극빈국 순위 5위권… 고단한 삶
- 호텔들마다 도둑 방지용 철조망 설치

- 1961년 독립 후 혼란… 1999년까지 내전
- 20만 명 이상 사망·인구 3분의1이 난민

프리타운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차량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젊은 서너 명의 남자들이 둘러서서 기름을 넣고 있다. 주유기가 한 대 뿐이지만 이곳이 주유소다. 기름을 넣는 방법이 특이하다. 모두 수동이다. 옛날 지하수를 손으로 펌프질 해 끌어 올리듯 땅속 기름을 펌프로 올린다. 차이는 펌프질을 좌우로 하는 것뿐이다. 펌프를 좌우로 돌려 펌프 위에 부착된 말통으로 끌어 올리고 말통이 차면 옆 통으로 옮겨가 호스를 통해 차에 주유가 되는 방식이다. 별다른 용량법이나 계량기도 없이 그냥 한 통에 얼마씩 파는 모양이다.

■진창 위가 상점인 극빈국의 재래시장

	인구의 60%가 이슬람교도인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시내의 이슬람 사원.

재래시장은 언제나 정겨우면서도 이들의 삶의 모습이 가장 잘 묻어나오는 곳이다. 우기철 자주 내리는 비로 인해 바닥은 진창이고, 흙탕물에 찌들은 낡은 돗자리 위에 고구마와 당근 같은 작물을 흙도 털지 않은 채 더미로 팔고 있다. 그나마 지붕이랍시고 함석이나 비닐이라도 씌운 점포는 나름 상점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없는 곳은 진창 위가 바로 가게다. 세계에서 못살기로 5위 안에 들어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국민 60% 이상이 이슬람교도이다 보니 시장 한 가운데 이슬람 사원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머지 30% 이상의 인구는 부족 토속 신앙을 믿고 있고, 그 특성 탓인지 아무 곳에서나 웃통을 다 벗고 빨래를 하는 여자들이 자주 보인다.

낡은 재봉틀이 전 재산인 옷가게도 있고, 핸드폰 충전을 해주는 가게도 보인다. 한 곳엔 머리카락을 땋아주고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흑인 특유의 곱슬 모발 때문인지 땋은 머리의 끝을 따로 묶지 않아도 손으로 끝 매무새만 만지면 신기하게도 머리가 풀리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머리끝에는 접착제를 사용해 고정을 시킨다. 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곱슬머리가 두피를 파고드는 탓에 머리를 꼬지 않으면 참기가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를 꼬아 놓으면 감지를 못하니 열흘이나 보름마다 냄새가 나면 풀고 다시 머리를 만져야 한다. 한 달 정도 손을 보지 못하면 그 냄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진을 찍을 때 반응은 크게 세 부류다. 카메라를 즐기며 웃어주는 사람, 어색하고 수줍게 시선을 피하는 사람, 돈을 달라고 하거나 찍지 말라고 소리를 치는 사람. 이곳에서는 유난히도 카메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를 타고 가며 찍는데도 소리를 지르고 손짓까지 하며 거부하기 일쑤다. 아마도 동양인이 찾아오지도 않는 곳이거니와 캠코더 카메라는 더더욱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철없는 아이들은 마냥 카메라가 신기한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한 장이라도 더 찍히려고 온갖 재주를 부린다.

시내에 자리 잡은 시장은 어느 나라와 다름없다. 도로변 가판대에선 아낙네들이 장사를 하고 있고, 차량이 지나가는 자리로 생필품을 팔기 위해 호객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어김없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불행의 깊이와 행복의 척도를 겉으로 봐선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곳 시에라리온에서 볼 수 있는 삶은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다녀본 곳 어디든 번성한 도시가 있고 개발이 안 된 오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 아프리카는 거의 모든 곳이 오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레일러에 무방비로 수십명이 탑승

	카메라 렌즈를 향해 밝게 미소짓는 시에라리온의 어린이들.

프리타운 숙소에서 맞이한 아침. 창밖으로 잔잔한 대서양 바다가 보인다. 대서양 뱃길을 밝히는 등대가 외로이 서 있다. 머물고 있는 숙소만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머물만한 호텔은 거의가 담벼락뿐 아니라 객실 베란다까지 도둑 방지용 철조망이 높게 설치돼 있다. 숙소 인근의 마을공동묘지에는 따로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지 무덤 주위로 잡초가 무성하다. 어느 집 염소인지 무덤 주위의 잡초를 뜯어 먹고 있다. 괜찮게 지어진 무덤도 있지만 무덤의 흔적은 사라지고 묘비만 남아 있는 것도 있다. 먹고 살기도 힘든 경제 여건상 망자를 위해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프리타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으로 빠져 나가 어느 마을로 들어갔다. 형편없는 할렘가다. 이런 빈민촌도 드물 것이다. 곧 쓰러질 것 같은 함석판으로 지었다기보다는 세워두었다는 것이 맞을 듯한 다닥다닥 붙어있는 한 칸짜리 집들이 이십여 가구쯤 되어 보인다. 집 바로 옆 공터는 쓰레기 더미에는 행여나 쓸 물건들이 있을까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다니는 청년이 보인다. 한 끼 식사를 걱정하며 매일을 살아야 할 만큼 힘든 곳이라 해도 아이들은 행복하다. 게임기가 없어도, 맛있는 과자가 없어도 아이들은 손뼉 치며 발을 구르며 한껏 신나게 놀고 있다.

목공소에서의 작업은 완전히 재래식이다. 공구라고 해야 톱과 정, 망치가 전부다. 10m는 되어 보이는 합판을 길게 자르기 위해 톱 한 자루로 실랑이를 한다. 실내에서 의자를 만드는 작업은 따로 자로 대어 작업하지 않지만 상당히 정교하여 조그만 틈도 없이 견고하게 만들어 낸다.

우기라 해도 비가 그치면 햇살이 뜨겁다. 가방을 파는 아주머니는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햇볕을 피하느라 레미콘 바퀴 뒤의 그늘에 지친 듯 앉아있다. 파인애플을 파는 행상도 머리에서 바구니를 내려놓고 화물차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타이어 수리를 하는 가게는 전기가 부족하니 모두 수작업이다.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아는 가고 있지만, 고단함이 묻어난다.

도로가를 따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원래는 버스 정류장도 없었는데, 이번 코로마 대통령이 집권한 후 만들어졌고 버스 노선도 정비가 됐다고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보다 더 기막히는 것이 트럭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다. 큰 트레일러에 짐 대신 사람들이 가득 찼다. 따로 비용을 받는지 물어 보았더니 그냥 방향이 같으면 태우고 가는 것이라고 한다. 한두 명도 아니고 50명 가까운 사람을 안전장치도 없는 트레일러 뒷칸에 싣고 달린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살육과 광기'의 10년 내전이 드리운 그림자

시청 앞 공터에는 한 무리의 장애인들이 모여 있다. 대부분이 다리에 장애를 갖고 있고 간혹 팔 다리가 절단된 친구도 보인다. 심한 친구는 휠체어를 타고 대부분은 목발의 힘을 빌렸다. 장애인이라서 카메라를 많이 꺼려할 것 같았으나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우호적이다. 신체적으로는 어렵지만 마음은 더 여유로워 보인다.

이들 대부분이 내전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이다. 시에라리온 내전은 '살육과 광기'의 전쟁으로 악명 높다. 이들뿐 아니라 아직도 도심 곳곳에는 팔목과 다리가 잘린 채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에라리온 반군들은 마을을 약탈하면서 조직적으로 남자들의 팔목을 잘랐다. 농경사회에서 팔목이 잘려 손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건 곧 죽음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여자들에게는 조직적인 집단 성폭행이 자행됐다.

시에라리온은 196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독립 이후 나라의 상황은 혼란스러웠고 제대로 된 정부가 설립되지 않았다. 혼란의 시기에 내전이 발발했다. 1994년 RUF(혁명연합전선)라는 이름을 단 반군이 내전을 일으킨 것이다. 정부군과 반군은 서로 전쟁 승리를 위해 다이아몬드를 이용했다.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은 한해 시장에 나오는 다이아몬드의 20%를 공급하는 지역이다.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와 용병을 사서 전쟁을 치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이아몬드 자체가 목적이 됐다. 자신들이 장악한 다이아몬드를 지키기 위해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팔 다리를 잘랐다.

이렇게 채취된 다이아몬드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유통될 리 없다. 밀수출이 이어졌고 검은 돈이 오갔다. 그러다보니 다이아몬드가 나올수록 시에라리온 사람들은 더 가난해졌다. 1999년 내전이 종식될 때까지 4000여 명 이상의 손과 발이 절단됐고 약 20만 명이 사망했다. 또 인구의 3분의 1이 난민이 됐다. 평균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 전쟁이 끝난 15년이 지난 지금도 1인 국민소득이 700달러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바로 시에라리온이다.

10년 동안의 내전은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시에라리온 사람들의 생활은 여전히 궁색하다. 시에라리온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도약할 수 있을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지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