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이코고시 리조트는 찬물과 따뜻한 물이 나란히 흐르는 샘물을 품고 있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 현지 주방장에 라면 부탁했더니
- 국물없이 조리돼 '한국의 맛' 끝내 못봐

- 국도 가에서 파는 간식 팜오일·얌 별미
- 세계 최대의 단일 암괴 주마락 장관
- 에키티시청 앞 물 뿜는 조각도 특이

에키티 주에서의 둘째 날. 우리 일행은 전날의 한국 라면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깨어진 것이 너무나 아쉬워 저녁에 라면을 먹기로, 그것도 설명서에 나와 있는 대로 한국에서 먹는 그 맛으로 제대로 먹기로 합의를 했다. 우리에게 남은 라면은 단 두 개. 오늘 제대로 된 라면을 먹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국의 맛은 볼 수 없을 거라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어제와 같은 실수가 다시 나지 않도록 일행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고, 어제의 실패가 달걀을 깨뜨려 넣는 것을 식당 직원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은 탓이라는 생각에 라면 조리법에 대한 확실한 정보전달의 의지를 다졌다.

■국물 없이 나온 한국 라면에 경악

	높이가 725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암괴로서 나이지리아의 상징으로 통하는 수도 아부자 근교의 주마락.

문제는 라면을 끓여야 할 식당이 어제 간 식당과 다른 곳이었는데 직원들의 영어가 거의 안 통한다는 점은 같았지만, 주방에 외부인이 접근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제대로 된 한국 라면을 끓이는 여건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종업원에게 설득과 설득을 거듭하여 주방 요리사를 불러 라면과 분말수프, 달걀을 보여주며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다. 아예 쉽게 설명하기 위해 물이 끓기도 전에 분말수프도 미리 넣고, 물이 끓으면 면과 달걀을 넣으라는 시늉을 하고, 5분 뒤 가져오라는 주문을 했다. 물이 끓는 상태를 설명할 땐 냄비의 물을 가리키며 영어로 'water boiling'을 연신 강조했고, 5분 뒤를 설명할 땐 시계와 시곗바늘을 가리키며 손가락 5개도 활짝 펴 보였다.

한국 라면을 처음 보는 주방장이 못 미더워 마지막에 한마디를 추가했다. '코리안 인두미(Korean Indomie)'. 인두미는 한국 돈으로 300원 정도 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이지리아 현지식 라면이다. 인두미라는 말을 듣자 주방장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걱정하지 말라는 몸동작을 하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라면을 전달한 지 10분 이후부터 어제와 같이 푹 퍼진 라면과 삶은 달걀을 먹게 될까봐 노파심에 직원들을 닦달하자 직원들은 한결같이 "No problem. It's coming now!(문제없어요. 지금 곧 나와요.)"라고 대답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주방장이 직접 라면을 큰 쟁반에 담아 어려운 임무를 완수한 장수의 표정으로 우리 일행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테이블에 내려놓은 쟁반을 보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달걀은 풀어져 라면과 잘 섞여 있지만, 국물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마지막에 자세히 설명한다고 '코리안 인두미'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을 줄이야. 원래 인두미는 국물이 없는 비빔면과 비슷한 것이라 국물이 하나도 없이 라면을 끓여온 것이다. 마지막 남은 라면을 잃어버린 실망감이란…. 종업원에게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여 억지로 국물을 만들어 먹긴 했지만, 우리 일행의 맛있는 한국 라면을 먹고자 하는 꿈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가난하지만 표정만은 밝은 16세 소녀 베라

	좌판을 운영하는 16세 소녀가장 베라가 고구마를 닮은 열대 작물 얌을 들고 활짝 웃는 모습.

맛있는 라면을 먹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목적지인 이코고시 리조트(IKOGOSI Resort)로 향했다. 한적한 국도 가에 물통에 넣고 파는 것이 보여 차에서 내려 물어보았다. 크기가 제각각인 물통에 넣고 파는 것은 나이지리아에서 대중들이 즐겨 먹는 팜 오일이었다. 팜 나무의 열매를 짜서 만든 오일로 크기에 따라 4달러에서 40달러 정도로 판매된다. 나이지리아 사람들 대부분이 카메라를 꺼리는데 팜 오일을 파는 처녀는 촬영에 아주 적극적이다.

아가씨의 이름은 베라이다. 16살 소녀인데도 아주 성숙해 보인다. 팜 오일 말고도 카사바라는 곡물과 고구마 같은 얌, 구워먹는 바나나도 팔고 있다. 베라의 가족은 4남매로 언니와 아직 어린 두 남동생이 있고 아버지는 외국으로 돈을 벌러 나갔다고 한다. 노점을 하며 하루하루 버는 수입으로 어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겨우 먹고살 정도라고 하는데도 베라의 밝은 표정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7위의 산유국이기는 하나 빈부격차가 심해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궁핍한 편이다. 시골에서의 빈곤을 탈피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도시로 몰려들고, 도시에서도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은 자연스레 슬럼가로 형성된다. 이런 슬럼가에는 전기나 수도, 하수 정비 등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닭고기를 먹기 위해선 닭털을 뽑아야 하는데 물이 부족하다 보니 생닭의 털을 그대로 뽑고, 털에 붙어 나오는 살덩이를 줍기 위해 수채 구덩이를 헤매는 것이 나이지리아 빈곤층의 현실이다.

도로를 따라 바위산이 곳곳에 솟아올라 있다. 아주 오래전 화산활동과 지각변동으로 인해 생긴 바위산들이다. 수도 아부자 근교의 '주마락(Zuma Rock)'은 아부자의 상징으로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모습을 하고 있는데 높이가 725m에 달하며 단일 암괴로는 세계 최대로 나이지리아의 화폐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것도 있다.

■냉·온수 함께 흐르는 이코고시 샘물 신기해

수목이 우거진 밀림을 향해 달려 목적지인 이코고시 리조트에 도착했다. 리조트로 이용되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따뜻한 샘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온천과 비슷한 듯도 하지만 이곳은 신기하게도 조그만 개울을 따라 한쪽은 따뜻한 물이 흐르고 다른 쪽엔 차가운 물이 흐른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에 따라 나무도 차이가 나서 찬물이 공급되어야 하는 나무가 뜨거운 물이 흐르는 지류에 있어 죽어가는 나무도 있고, 오묘하게도 냉수와 온수의 교차점에서 두 종류의 나무가 각각 제자리를 잡아 다정하게 커가고 있는 나무들도 있다.

특별한 관광지가 없는 나이지리아에서 이곳은 외부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신기한 샘물을 찾아온 사람들이 이곳저곳 발을 담가 보기도 하며 체험을 해본다. 리조트 안 나무로 만든 움막에는 이곳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전통 음악을 틀어놓고 있던 이들이 동양인 관광객이 찾아오자 리조트에서 키우는 새끼 사슴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카메라로 이것저것을 찍는 것을 보더니 음악에 맞춰 흐느적거리는 춤사위를 보여준다. 우리 일행도 자연스럽게 합류하여 한 푼 흥에 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아프리카 인들의 흥은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리조트에서 일박하고 다음 날 오전 에키티 시청을 방문했다. 박물관도 마찬가지지만 시청이나 관공서에도 특징적인 조각이 관사 앞을 장식하고 있다. 에키티 시청에는 분수의 물을 뿜는 조각이 특징적인데 조각이 아주 정교하고 이색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시청 앞에는 청사를 지키는 총을 든 경찰이 있는데 보기에는 위압적으로 보이지만, 우리와 사진 촬영에도 임해주고 보기와는 다르게 친절하다. 시청 내 로비에는 피아노가 있어 젊은 남성이 연주를 하고 있다. 조율이 잘 되어 있고 듣기에도 편안해 시청을 찾은 사람들이 중간중간 감상을 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친절과 봉사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점들도 시민들을 위한 행정서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