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의 대명사가 된 셜록 홈스는 탁월한 능력이 많다. 사람의 외관만 보고도 직업이 무엇인지, 성격이 무엇인지 척척 맞출 수 있다. 손가락의 굳은살이나 복장 등으로 전체상을 추론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눈썰미가 있고, 예리하게 포착한 단서와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이 있고, 많은 정보를 통해 하나의 가설을 만들어내는 논리력과 상상력도 있다. 게다가 악당들과 맞붙어 싸울 수 있는 완력과 체력도 있다. 형사와 달리 조직의 뒷받침이 없는 탐정이라면 셜록 홈스까지는 아니어도 그중에 2, 3개 능력 정도는 갖춰야 한다. 아니면 적절히 조력자를 준비해두거나.

하지만 셜록 홈스처럼 모든 것을 가진 탐정이라면 오히려 심심하다. 머리도 좋고 싸움도 잘하는 탐정이 척척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감탄은 할지언정 끌리지가 않는다.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탐정이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과거의 실수나 상처를 통해 탐정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혹은 몸이나 마음에서 부족한 부분을 만드는 것도 매력적이다. 드라마 '명탐정 몽크'의 몽크는 온갖 강박과 신경증을 앓고 있다. 정상적인 생활조차 쉽지 않아 보이지만 사건 해결 능력만은 최고다. 두기봉의 2007년 작 '매드 디텍티브' 역시 '미쳤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전직 형사를 내세운다. 그들은 부족한 대신 다른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두기봉의 신작 '블라인드 디텍티브'의 주인공인 총도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유능한 형사였던 총은 범인을 쫓다가 사고를 당해 망막박리로 시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총은 좌절하지 않고 탐정이 되어, 경찰이 더 이상 수사하지 않는 미해결 범죄를 조사한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탐정이 과연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총의 탁월한 '상상력'을 제시한다. 범인은 왜 중상을 입은 희생자가 한참을 기어간 후에야 다시 망치를 휘둘렀을까? 실종된 여성들은 연인과 싸운 후 어떤 행동을 했을까?

사실 총의 상상력 혹은 추리력이 엄청나게 탁월한 것은 아니다. 유능한 탐정과 형사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다. 다만 총이 일반적인 수사의 과정을 할 수 없으므로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상상력'을 부각한다. 그리고 '상상'을 영상으로 재현하여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릴 때 실종된 친구를 찾아달라는 후배 여형사인 통과 함께 총은 모든 상황을 상상으로 연출하고 연기를 한다. 총과 통이 가해자와 희생자가 되어 갖가지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의 상황, 마음을 이해해야만 그들이 어떻게 된 것인지도 헤아릴 수 있으니까. 총과 통을 연기한 유덕화 정수문의 숙련된 연기를 보는 것은 꽤 흥미진진하다. 비록 사건의 해결 과정이 그리 훌륭하지는 않지만.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능숙하지만 평범한 드라마로 만들어낸 범작이다. 전혀 지루하지는 않지만, 곳곳에 대충 눙치고 넘어가는 장면이 있다. 그럼에도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정이 간다. 시력을 잃은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차갑고 우울하지 않게 도리어 정겨운 느낌으로 끌어가는 두기봉의 연출력은 언제나처럼 뛰어나다.

두기봉은 '익사일' '흑사회' '복수' 등을 만들며 거장으로 인정받은 감독이다. 상업영화의 첨단을 달리는 홍콩영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기봉은 제작을 겸하면서 엄청난 다작으로 걸작과 범작을 양산한다. '블라인드 디텍티브'는 매력 있는 범작이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