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정글 트레킹을 하다보면 높이 30m가 넘는 나무 위 오두막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 여성억압 상징 할레 설명 충격적
- 광대한 라고스 자연보호구역서
- 미니기차 타고 사바나 구경 가능
- 나무 타고오르는 정글트레킹
- 아프리카 여행의 색다른 묘미

라고스는 아부자로 수도가 이전되기 전까지 나이지리아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고 지금도 인구가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이다. 역사적인 유물과 자료도 더 많다. 나이지리아 뿐만 아니라 서부, 중부 아프리카 대부분이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없다보니 갤러리나 박물관 외엔 그다지 볼거리가 없는 곳이긴 하다. 라고스 국립박물관 앞의 정원 위엔 아름다운 조각상이 박물관의 분위기를 더욱 살리고 있었다.

■여성 할레 의식, 성 억압의 상징

박물관에는 아프리카 전통 부족민의 생활과 유물들, 최근 노예시장으로 끌려다닌 흑인들의 아픔이 기록된 유물까지 상당히 많은 자료들이 진열되어 있고 가이드의 친절한 안내가 곁들여졌다. 여성들의 할레 의식(여성이 외도를 못하게 하기 위해 성기 일부를 제거하는 행위)에 대한 설명은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아직도 일부 부족에 남아있는 할레 의식은 일부다처제인 아프리카 부족의 전통과 함께 여성들의 억압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다고 한다.

박물관과 함께 라고스를 대표하는 곳은 리키 보호 센터. 라고스의 자연보호구역이다. 78㏊의 넓은 지역에 6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우거진 수풀과 호수, 휴식공간과 사바나 등을 트레킹과 미니기차를 타고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음악소리가 들려 가보았더니 파티가 한창이다. 아직 한낮이고 테이블에 술이 보이지 않는데도 흑인들의 흥취와 리듬감은 대단하다. 음악소리에 맞춰 자기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몸짓이 모두 흥에 겨워 있다. 단정한 주황색 셔츠를 차려 입은 남자 종업원들도 기분이 내키면 같이 춤을 춘다. 이곳을 이용할 정도면 꽤 부유층의 파티인 듯, 참석한 사람들의 옷차림과 치장이 상당히 고급스럽다.

하우스 밖의 넓은 정원에는 커다란 아프리카 거북 두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맵시를 뽐내는 공작새 무리도 정원을 활보한다. 맹그로브 나무 우거진 수풀 사이로 난 좁다란 소로를 따라 들어가면 밀림으로 들어선다. 물에 잠긴 진창길도 있고 나무를 타는 원숭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숲 속에 지어진 조그만 놀이터에는 폐타이어로 만든 그네 두 개 뿐이지만 밀림 한가운데서 타는 그네는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가 된 듯 색다른 기분을 안긴다.

■정글 트레킹,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

	도용복(가운데) 씨가 나이지리아 여행 도중 만난 아프리카 여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밀림 한가운데 쯤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높다란 나무 위에 오두막집을 지어놓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두었다. 족히 30m는 될 듯하다. 젊은 사람도 지레 겁을 먹고 설레발을 치지만 낑낑대며 올라가서 나무 꼭대기에 도착하면 아프리카 정글의 전망과 열매를 따먹는 원숭이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정글 트레킹은 덥고 황량한 아프리카에서 색다른 체험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수도 아부자 특별주를 포함해 37개의 주로 구성되어 있다. 거주하는 종족도 250여 부족이 넘어 부족 간의 융합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각 주를 넘어가는 것이 웬만한 국가를 넘어가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 검문소를 통과할 때마다 경찰이 약간의 '떡값'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의 경우는 더 하다. 우리 돈으로 치면 얼마되지 않는 금액이기는 하나 하는 짓이 괘씸해서 안주고 버티다 보면 별의별 꼬투리를 잡아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아프리카에서는 부국이긴 하지만 워낙 부의 집중이 한 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서민층의 생활은 당연히 어렵고, 뇌물을 요구하는 경찰도 많은 것이다.

경찰이라고 시민을 보호하고 정의를 지키겠다는 특별한 사명감은 없다. 대도시의 경우 강도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절대 현장으로 빨리 출동하지 않는다. 사건이 끝나고 강도가 도망간 후에야 현장에 나타난다. 위험하게 일을 하다가 자신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국가에서 제대로 된 보상도 해주지 않으니 아무리 경찰 업무라도 다치면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변두리 외곽 지역에서는 살인을 하고 도로 옆 정글 수풀에 던져 놓으면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검문을 하는 경찰이 강도로 돌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음식 그리워 라면 조리 부탁했건만…

주 경계를 넘어가는 대부분의 지방도는 도로 사정이 엉망인데다 편도 1차선이 대부분이라 속도를 내는 차량은 거의가 중앙선을 넘어간다. 차가 없을 때는 다행이지만 조금이라도 있으면 영화에서 보는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이 이어진다. 당연히 사고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사고가 나거나 전복이 되더라도 견인을 하고 수리를 할 능력이 없어 버려진 차들이 도로 곳곳에 남아 있다.

라고스를 벗어나 몇 개의 주를 거쳐 에키티 주에 도착하니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에키티 주는 머리 좋은 사람이 많이 배출되는 곳이라고 한다. 장시간 이동으로 점심을 거른 탓에 호텔을 잡자마자 호텔 식당으로 달려갔다. 배가 고플수록 맛있는 한국음식이 그리운 법. 마침 일행 중 한 명이 가져온 라면을 호텔 측에 부탁해 끓여먹자는 제안을 했다. 호텔 직원의 영어구사력이 신통치 않아 가급적 말보다는 라면 봉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고, 바디랭귀지도 사용하면서 조리방법에 대한 확실한 설명을 했다. 식당에서 추천하는 요리인 닭고기 요리 2인분을 주문하고 우리가 제공한 라면을 끓여주고, 계란도 추가로 넣어주면 추가 비용과 함께 팁도 주기로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자 라면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일행은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음식이 도착했을 때 우리가 느낀 실망감이란…. 라면은 푹 퍼졌고, 추가로 부탁했던 계란은 라면 속에 들어는 있었지만 깨지도 않은 채 라면 국물 속에서 삶겨져 나온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기대한 라면 맛은 아니었지만 사전에 지불키로 한 추가요금은 정확하게 식당에서 청구됐다.

한국 라면에 얽힌 사연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한국 식당이 없는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음식을 먹기 위한 일행의 노력은 여행 기간 내내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