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옛 수도 라고스의 목각 시장에 상품으로 진열돼 있는 아프리카 토속 목각 공예품. 이곳은 아프리카 전역의 공예품이 집합해 있다고 할만큼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이다.

지난해 본지 '주말&엔'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여행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연재해온 오지탐험가 도용복(사라토가 회장) 씨가 새해를 맞아 아프리카 기행을 새롭게 연재합니다. 도 회장은 일반인들이 쉽게 가보기 힘든 중앙아프리카와 서남아프리카의 오지와 소도시, 촌락, 밀림 등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장소, 문화, 예술, 역사, 생활 등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를 격주로 전해줄 예정입니다.

- '화형' '아기공장' 등 경악할 뉴스에
- 오지탐험가 필자도 여행 한참 망설여

- 가면·동물 조각·인테리어 소품 등
- 아프리카 모든 목공예품 유통 시장
- 그림·조각·도자기·금속공예 망라
- 7000점 전시 '니케' 미술관 가보니

- 두려움 사라지고 서서히 기대 부풀어

어느 날 대학생 네 명이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채무자가 있는 마을로 찾아갔다가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훔쳤다는 이유로 절도범으로 몰렸다. 도둑으로 오인 받은 이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집단으로 구타를 당하고 발가벗겨진 채로 온몸에 휘발유를 덮어 쓰고 결국에는 불이 붙여져 화형을 당하고 만다. 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되고, 영국 BBC는 경찰의 판단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이 범죄자를 직접 화형에 처하는 일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신매매용 아기를 생산, 판매하기 위해 여자 청소년을 감금하여 임신시킨 조직을 검거했다는 기사도 보도되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이 아니다. 화형사건은 2012년 10월, 아기공장 사건은 2013년 5월 중앙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일이다. 지금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이런 황당한 사건들이 있어나는 것이 비단 나이지리아의 일만은 아니다. 아직 여행자들이 쉽게 방문하지 못하는 중앙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전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의외로 큰 나라

나이지리아는 인구 1억700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의 대국답게 여러 가지의 모습이 있으며 다른 아프리카 개도국과는 다른 특징들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개발 프로젝트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도에 세계 20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노력이 낙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500개 이상되는 민족 간의 대립과 권력 다툼,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 그리고 앞서 언급한 사건들로 보여지는 의식의 개선이 없다면 현실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중앙아프리카의 여행은 오지여행가인 필자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행에 대한 정보의 부족과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여행 일정과 인근 국가의 비자 발급 여부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나이지리아 코이카에 근무하는 정상훈 소장의 권유가 없었다면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에라리온을 거쳐 저녁 8시 경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도착했다. 해가 진 라고스는 어둠이 깊게 내렸다. 라고스는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로 1991년까지는 나이지리아의 수도였다. 예전까지 수도로서의 기능을 하였던 곳이라 아직까지는 상업, 공업의 중심 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공항을 빠져 나가는 길은 정체가 심해 차가 도로를 뒤덮었다. 라고스 시내로 들어서자 고층빌딩에서 비쳐 나오는 조명불빛, 고가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아프리카의 오지와는 대비되는 문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며 체험한 바로는 도시보다 시골 마을에 갔을 때 여행자를 대하는 태도가 더욱 관대하고 치안도 더욱 안전하다. 보다 풍요롭고 인구가 조밀해진 도시의 치안이 불안한 이유는 산업화 진전에 따라 농촌으로부터 상당수 유입된 도시인들이 대부분 치열한 삶의 경쟁에 익숙해진 나머지 삶의 여백이 줄어들었으므로 인심 자체도 각박해진 탓일 터이다.

■옛 수도 라고스에서 만난 아프리카 예술

	라고스의 니케 미술관에 전시된 미술품. 니케는 나이지리아를 대표하는 여류 예술가다.

라고스에서 첫 밤을 보내고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목각 시장이다. 규모가 상당히 큰 시장으로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목공예품이 판매가 되고 있다. 사람 얼굴의 가면이나 동물 조각,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조각품들도 있다. 이곳에는 조각품 만이 아니라 금속공예품, 골동품, 아프리카의 왕이 사용하던 장신구와 시대적으로 오래된 목공예품들도 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2,000불 이상의 제품도 수두룩하다. 손으로 다듬어 만든 것일진대 조금도 흠 잡을 곳이 없다. 다양한 조각품에 매료되어 몇 번이나 지갑을 꺼내게 만든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관광객에게 소개할 관광지나 문화 예술 공연이 별로 없다. 현지인의 색채가 가장 많이 묻어나는 곳을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NIKE 미술관이다. 약간의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찾아간 미술관 정문에는 인상적인 철제 조각이 대문에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미술관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고 미술관 외부공간에 설치된 조형물을 관람하니 작품 한 점마다 제 각기 인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금속조형물에서 석상, 출입구 문까지 모두 예술품들이다. 하물며 부서진 조각상도 연못 옆에 진열해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전시품 하나하나 만이 작품이 아니라 공간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예술적 가치를 가지게끔 만들어져 있다. 외부 전시물의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니 내부 작품들이 더욱 궁금하였고 다음 날 일정을 비워 미술관이 열리는 시간에 다시 찾기로 하였다.

다음 날 다시 찾은 미술관 내부에는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만 하더라도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추상화 등을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이 있으며, 금속 공예, 조각, 도자기, 가죽 공예, 섬유 작품 등이 갤러리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지어 작가가 무용도 한다고 하니 그 능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어떤 작품은 슬프게, 어떤 작품은 즐겁게 아프리카인의 시선으로 아프리카 특유의 색채로 표현하였다. 솔직히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도 다양한 작품과 표현기법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작가 니케는 예술성을 타고난 천재인 것 같았다.

■미술 무용 아우른 여류 예술가 니케

니케 갤러리에는 70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니케는 60세가 넘은 여성으로 6살 때부터 예술 활동을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쭉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결혼을 세 번 하였는데 이중, 첫 번째 결혼한 남편은 자신의 동의 하에 15명의 부인을 더 두었으며, 이들 부인들에게도 예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현재도 자선활동의 일환으로 불우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댄스강습, 미술 및 공예 교습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 세 개의 갤러리를 가지고 있고, 라고스에 있는 이 갤러리는 서부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갤러리라고 한다.

관람이 끝날 무렵 간단한 다과가 마련되어 있다고 오라고 해서 가보았더니 마침 전직 고위 경찰 출신인 현 남편의 생일이라 조촐한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직계 가족 뿐 아니라 무료 강습의 수혜를 보고 있던 청소년들도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생일파티 분위기를 근사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이지리아에 대한 두려움은 라고스의 니케 갤러리에서의 환상적인 작품과 갤러리 측의 환대에 조금씩 사라져 갔고 나이지리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들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