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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라틴기행 <23> '여인천하' 야루보족

신화 속 아마조네스, 정글에서 사냥하며 여전히 살아숨쉬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2-26 18:52:53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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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루보족 여인들이 아이를 안고 물길을 지나고 있다. 아마존 여전사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웃음짓는 모습은 여느 인디오와 다르지 않다.
- 얼굴엔 고양이같은 줄무늬로 장식
- 상반신은 내놓고 치마만 입어
- 10미터 넘어보이는 아나콘다 가죽
- 4명이서 잡았다며 용맹함 과시
- 사냥때 뱀 목 이빨로 물어뜯고
- 악어는 입을 찢어 간단히 제압

- 고무나무액 채취 모자란 일꾼 만들려
- 유럽인들 여성 납치해 겁탈 반복돼
- 아예 정글로 숨자 발각되면 남자 학살
- 이후 여성들끼리만 정글에서 생활해

아마존은 고대 라틴어로 '아'(없다)와 '마존'(가슴)의 합성어다. '가슴이 없다'는 뜻으로, 아마조네스는 가슴을 도려내 없앤 여인들을 뜻한다. 고대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여전사들을 유럽인들은 아마조네스라고 부른다.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들은 활을 쏘거나 창, 칼을 휘두를 때 거추장스러운 한쪽 가슴을 도려내었다. 희랍신화에 처음 등장한 아마존 여인 왕국은 1500년대 황금을 구하러 남미 정복에 나선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현재 에콰도르 나포강 하류의 밀림 속에 황금이 가득 있다는 말을 듣고, 황금을 찾아 나선다. 나포 강이 끝나는 지점에는 바다만큼이나 넓은 큰 강을 만나게 되고 여러 인디오 부족과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여자로만 이루어진 부족들과 가장 처절한 전투를 벌였다.

남자 인디오보다 훨씬 용맹하고 잔인했던 여전사들과의 전투로 많은 희생이 있었던 스페인군은 희랍신화의 여전사들이 에콰도르에 있다는 기록을 본국으로 보냈다. 그때부터 남미의 열대우림을 아마존이라 부르고 바다 같이 큰 강을 아마존 강이라고 불렀다.

■ 늪지대, 풍부한 식량 보급처

   
페루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두어 시간 들어간 밀림에는 여자들만 사는 야루보 족이 있다. 비록 가슴을 도려내진 않았지만, 성격이 거칠고 아나콘다와 악어를 사냥하는 영락없는 아마존 여전사의 모습 그대로다.

첫인상은 여느 아마존 인디오와 다르지 않다. 얼굴은 고양이처럼 검은색 줄무늬 분장을 하고 가슴을 다 드러낸 채 치마 하나만 달랑 걸쳤다. 말로까(공동가옥)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장식으로 걸어놓은 족히 10m는 넘어 보이는 대형 아나콘다의 가죽이다. 작년에 정글 늪지에서 네 명이 맨손으로 잡은 다음 고기는 나눠 먹고, 아나콘다 송곳니는 각자 목걸이를 만들어 걸었다며 목에 건 이빨을 보여준다.

야루보 족의 생활은 단순하다. 밀림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하고 필요한 것들을 얻는 것이 생활 전부다. 마을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늪지대가 야루보 족의 식량 보급처다. 이곳에서 악어와 뱀, 물고기 등을 잡거나 밀림에서 과일과 유까를 채집하며 살아간다. 건기가 되면 물을 찾아오는 동물이 많아지고 야루보 족의 사냥감도 늘어난다. 늪지가 주는 풍부한 식량이 이곳에 터전을 잡은 이유이다.

늪으로 가는 길에서부터 채집은 시작된다. 밀림을 걷다가 많이 보이는 죽은 나무에서 사는 살이 포동포동 오른 애벌레들도 훌륭한 식량이고, 주식인 유까와 포도 같은 우비자도 지천으로 널렸다.

하지만 야루보 족의 진가는 사냥할 때 발휘된다. 늪지대에 도착하여 창으로 풀숲을 뒤지다가 인기척에 놀라 물로 피하는 아나콘다를 발견하면 냅다 물로 뛰어들어 떨어진 물건을 집듯이 간단하게 아나콘다의 목을 비틀어 쥐고 나온다. 채 2m가 되지 않는 새끼 아나콘다지만 그 힘이 보통은 아닐진대 너무나 거뜬하게 잡아채는 모습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목을 쥐어 잡힌 아나콘다가 발버둥을 치자 뭍으로 나온 여인이 주저 없이 아나콘다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버리고 얼마 되지 않아 아나콘다는 꼬리를 축 늘어뜨린다.

■ 아나콘다, 악어 손쉽게 사냥

   
야루보족 여인들이 야생열매의 염료를 얼굴에 바르고 있다.
아나콘다와 함께 '까이망'이라고 부르는 새끼 악어도 야루보 족의 주 사냥감이다. 사냥 방법은 아나콘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물속에 몇 명의 여인이 새끼 악어를 몰아붙이면 갈 곳 없어 바동거리는 새끼 악어를 맨손으로 잡아 힘으로 악어의 입을 찢는 식이다. 악어를 구워 먹는 시간은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마른 나뭇잎과 잔가지를 주워와 불을 지피고 굵은 나무에 불이 옮겨붙으면 까이망을 통째로 던져 굽는데 두꺼운 껍데기 안으로 부드럽게 익는 속살의 고소한 냄새가 가득 풍겨 나온다.

숲 사이로 뿜어 나오는 태양의 열기와 밀림의 습한 기운이 금세 땀범벅으로 만들어 버리지만 야르보 여인들은 길도 없는 정글 속을 잘도 뛰어다닌다. 힘은 보통 남자들보다 훨씬 세지만 일상적인 모습은 천생 여자다. 목소리도 크고 잘 웃기 때문에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유쾌하다.

저녁이 되면 말로까 안도 연기로 자욱해지고 여인들의 손길도 바빠진다. 캐 온 유까를 가루를 내어 전을 부치고 아궁이에서는 물을 끓이고 잡아온 아나콘다를 손질한다. 푸짐하지는 않지만 이들에겐 넉넉한 저녁 식사를 마치면 말린 잎사귀를 한 움큼 들고 와 모닥불을 피우고 잠자리를 준비한다. 잠들기 전 마지막 수다를 떠는 모습에선 낮의 사냥을 하는 여전사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 다른 부족에 아들 보내는 까닭

야루보 부족은 여자아이들을 포함해 총 15명이 함께 살고 있다. 야르보 족의 여자들은 성년이 되면 이웃에 있는 부족의 남자 한두 명을 정해진 기간 짧게 머물다가 보내는데, 이때 임신을 해 출산한 다음 딸은 키우고, 아들은 다른 부족에 보낸다.

오래전 유럽의 백인들이 몰려 들어와 근처의 부족 남자들을 죄다 끌어다 고무나무 액을 채취하는 일을 시켰는데, 먹이지도 재우지도 않고 채찍으로 때리면서 일만 시켰다. 게으른 일꾼들은 가차 없이 죽여버렸다.

남자 일꾼들이 없어지자 백인들은 부지런한 일꾼들을 만들겠다며 젊은 여자들을 가둬두고 임신할 때까지 겁탈했다. 그즈음부터 마을 여자들이 10여 명씩 무리 지어 깊은 정글로 숨어 버렸다.

총을 든 백인 노예 사냥꾼들한테 발각이 되면 남자란 남자는 아이들까지 몽땅 잡아가 버리고 아이를 빼앗긴 엄마는 그 고통을 이겨내기 힘들고…. 그래서 그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아이들만 낳으려고 약초도 먹으며, 행여나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젖 뗄 무렵 인근 부족으로 보내 버렸다. 그때의 관습이 아직 야루보 족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들의 할머니와 엄마가 그랬듯 여자들끼리만 사는 것으로 보고 배운 야루보 족들은 지금은 문명과도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인들끼리만 같이 먹고 생활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자연 속에서 여성들만이 사는 그들만의 생활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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