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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요리사들 <12> 동래 거대숯불구이 이상진 요리사

현장서 벼린 실력, 파란만장 인생사가 만들어낸 내공 신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2-19 19:00:00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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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의 한식뷔페서 시작한 요리 인생
- 도쿄 메밀국수집 접시닦이로 시작해
- 6개월만에 조리장 오른 기상천외 재능
- 7년간 하루 15시간 일에만 매진
- 13년 만의 개업 동일본 대지진에 좌절
- 거대 김유철 대표와 일낼 준비 완료

음식 관련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외식업체 관계자들로부터 '한 번 만나자'는 제안을 더러 받는다. 그들이 원하는 바는 알지만, 그것을 채워줄 능력이 안되는 관계로 어지간하면 피한다. 그런데 동래 '거대숯불구이'의 김유철 대표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막상 만나니 심지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말의 요지인즉슨 "뉴욕 맨해튼에 최고의 한식당을 열고 싶다. 그전에 한국에서부터 최고의 음식점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 과정에 가끔 조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쯤 지난 2011년 동래에 '거대숯불구이'라는 삼겹살 전문점을 열었다. 최고 등급의 국산 암퇘지의 삼겹살, 그중에서도 6번부터 14번 등 갈비의 아래쪽 복부만을 팔았다. 삼겹살 중 가장 맛있는 부위다. 거기다 경남 거제의 갈치속젓, 전남 해남의 묵은지, 프랑스산 게랑드 소금 등을 곁들였다. 최고의 선택이었고, 한국인 외식 선호도 부동의 1위인 삼겹살도 이제는 이 정도 대접은 받아야 하지 않았나 싶어 무척 반가웠다.

이후 '거대'가 운영되는 과정에 또 한 명의 황당한 인물을 알게 됐다. 주인장이야 자기 사업이니 그렇다 쳐도, 주방장의 입장에서 이런 유별난 주인장을 모시자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그럼에도 거대의 이상진(42) 주방장은 화수분 같은 인물이었다. 돼지고기를 선별하고 다루는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삼겹살찜, 된장찌개, 베이컨, 쯔유 등 까다로운 주인장의 더 까다로운 요구를 척척 들어줬다. 게다가 그 결과물들이 하나같이 완성도가 높았다.

그동안 다양한 요리사를 만나고 그 이력을 더듬어 왔지만, 이상진만큼 파격적이고 파란만장한 사례는 처음이다. 그는 전문대학 졸업 후 곧장 부모님이 운영하던 한식 뷔페를 물려받았다. 저가의 한식 뷔페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제법 재미를 봤다. 그러나 1997년 IMF로 된서리를 맞았다. 음식점을 정리한 이상진은 이듬해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딱히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 시작한 일이 도쿄 신주쿠에 있는 메밀국숫집의 접시닦이였다. 그런데 6개월 만에 조리장의 자리에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전혀 없었던 이상진은 마치 스펀지처럼 그들의 방식을 빨아들였다. 그때부터 무작정 요리가 좋았고 약간의 재능이 있다는 확신도 했다고 한다.

4년 만에 메밀국숫집을 나온 이상진은 인력파견회사에 등록했다. 거기서 7년 동안 우동, 라멘, 스시, 일본 정식, 제빵 등 그를 필요로 하는 음식점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돈을 모으기 위해 택배와 경비업무 등도 병행했다. 하루 평균 15시간 일만 했다. 일본의 주요 외식업종의 주방은 거의 다 섭렵했다.

그렇게 11년을 외톨이 검객처럼 음식점을 떠돌다 보니, 돈도 모였고 목표도 생겼다. 도쿄에 야키니쿠(불고기) 전문점을 열기로 하고 유명 야키니쿠 전문점에 취직했다. 1년6개월 동안 또다시 접시닦이부터 시작하며 고기 공부를 했다. 마침내 자신의 가게를 차릴 곳을 계약하고 부족한 부분은 대출신청을 해둔 상태였다. 바로 그때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다. 대출은 취소되고 계약금까지 날렸다. 결국 13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접고 가족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IMF와 대지진이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생의 행로가 바뀌기는 했지만 이상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트에서 정육 코너를 운영하며 재기를 꿈꾸던 중 거대의 김유철 대표와 만나 의기투합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동래 '거대숯불구이'고 두 번째 작품이 올해 6월 해운대에 문을 연 한우 전문점 '거대'다.

대부분 인간은 그 삶의 궤적을 더듬다 보면 가능성과 미래가 얼추 짐작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진의 궤적은 이를 가늠하기가 당최 힘들다. 실제로도 그렇다.

지난여름 그는 레시피만으로 꽤 완성도 높은 평양냉면을, 그것도 부산에서 선보였다. 수십 년 경력의 요리사나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최고 등급의 한우로 곰탕을 만들었다. 이 곰탕은 벌써 부산 미식가들 사이에서 '심상찮은 물건'으로 회자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곰탕이라 일컬어지는 서울의 모 음식점의 곰탕과 능히 견줄 만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상진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온종일 국솥을 떠나지 않는다. 이러니 그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매번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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