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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라틴기행 <22> 페루 오카이노 마을

대자연이 생활의 터전, 주어진 것에 만족할 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2-12 18:43:06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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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오지마을 오카이노의 원주민과 기념촬영한 필자.
- 레티시아에서 11시간 배타고 들어가야
- 전통적 아마존 부족으로 사는 생활
- 옷·비누·그릇 등은 현대 문명 스며들어
- 조금 큰 원두막 같은 집에 온식구 살아


- 나무뿌리 캐서 망태기에 담으면 한끼 식사
- 나무 속 애벌레로 단백질 보충하는 지혜도
- 빽빽한 가시· 뱀·독충 등 위험도 감수
- 꼬까 잎으로 힘든 노동 이겨내는게 비결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국경 마을 레티시아에서 페리를 타고 여덟 시간, 그리고 모터 달린 쪽배를 타고 세 시간, 그렇게 열한 시간을 들어간 페루의 아마존 마을. 출발부터 순탄치는 못하다.

캄캄한 새벽, 어둠에 싸인 아마존 강을 거슬러 오르는 배는 조그만 불빛 하나도 없다. 뱃머리에 올라선 보조 선장이 비추는 손전등 하나가 전부다. 곳곳에 쓰러진 통나무와 장애물이 떠다니는데 어떻게 피해가는지 신기할 뿐이다. 배 밑에선 퉁탕퉁탕 계속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먼동이 트고 새벽이 일어난다. 강둑을 이루고 있던 언덕이 계속 무너져 내리며 아름드리나무가 같이 쓰러지고 찢기고 꺾여서 아마존 강 곳곳을 덮고 있다.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강 위로 가지마다 걸터앉은 황새들이 아침 준비를 한다.

아마존 강은 무수한 색깔을 가졌다. 지류로 들어가면 맑고 투명하고, 아침 안개가 끼면 반투명 유리 같고, 아마존 본류를 따라가면 진누런 황토색이다. 식물들은 아주 풋풋하고 싱그럽다. 보고 또 봐도 지치지 않는 진풍경. 그곳이 아마존이다.

■수렵·채집 부족에도 문명의 영향

   
배는 중간 마을을 지날 때마다 정차하여 많은 사람을 태우고 내린다. 온 마을 사람이 나와 이른 새벽에도 만남과 이별이 이어진다. 항상 인간의 진풍경이 아마존에는 더욱 많이 느껴진다.

조그만 강변 마을 벨레볼떼에 내려 다시 통통배를 타고 들어간다. 어른 엉덩이 폭만 한 좁은 나무배에 모터 하나 달린 조그만 배를 타고 세 시간이 지나서야 아마존 오지 마을 오카이노 부족마을에 도착했다.

오카이노는 전통적인 아마존 부족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금은 문명의 혜택이 들어온 곳이다. 사실 100% 원시적인 아마존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마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렵과 채집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본적인 옷가지나 비누, 그릇 같은 생필품은 큰 마을에서 구해 쓰고 있다.

인디오가 사는 집, 고상 가옥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조금 큰 원두막을 상상하면 된다. 기둥 네 개 위에 엉성하게 엮은 서까래, 독충과 뱀을 막기 위해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위에 마룻바닥을 깔고 야자잎으로 두 겹, 세 겹 이어서 지붕을 만들고 벽을 만든다.

테라스 격인 집 거실에는 브릿지라는 식물의 잎을 이용해 만든 해먹이 걸려있다. 간단한 옷가지가 기둥이나 빨랫줄에 걸려 있고, 냄비와 플라스틱 그릇 몇 개가 문명의 이기라고 할 수 있는 전부다.

마을의 중앙에는 '말로까'라는 공동가옥이 있는데 기존에는 30명 정도의 대가족이 모여서 살던 집이었지만 지금은 마을 회관의 개념이 더 맞다.

말로까에는 통나무의 속을 태워 진흙을 발라 만든 '망과랭'이라는 북을 만들어 놓는다. 망과랭은 이곳 부족이 이웃에게 위급을 알릴 때 사용하는 것으로 모든 공동 가옥에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정글에 널린 먹을거리… 위험도 곳곳에

   
오카이노 마을 원주민이 고구마처럼 생긴 나무뿌리 유까를 캐고 있다.
망태기 하나와 '마치에떼'라고 부르는 칼만 들고 정글로 들어가면 이들의 식사는 해결된다. 인디오들에게 주식인 '유까'는 큰 고구마처럼 생긴 나무뿌리인데 사람 키만 한 나무 하나에서 큰 바구니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유까를 캐낼 수 있다.

유까가 이들에게 최고의 주식인 이유는 뿌리 열매를 캐고 난 후 나무 밑동을 잘라 땅에 꽂기만 하면 다시 자라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밀림으로 들어가면 과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큰 알맹이의 포도 같이 생긴 '우비자'라는 과일은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고, 단감처럼 생긴 '우마리'는 바닥에 수북하게 떨어져 큰 바구니에 주워담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인디오들의 최고 간식인 '모호이'라는 애벌레는 말랑말랑한 나무의 속을 파먹고 사는 벌레다. 입에 넣고 씹으면 물컹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씹는 맛에다가 고소하기까지 하다.

도끼등으로 나무를 툭툭 쳐보면서 속이 비었는지를 확인하고 몇 번의 도끼질로 나무를 쩍 갈라낸다. 푸석푸석한 나무 속을 헤집다 보면 모호이가 손에 잡힌다. 모호이는 머리 부분만 딱딱한 껍질에 쌓여 있는데 머리 부분을 떼고 먹기도 하지만 인디오들은 물렁뼈를 씹듯이 오도독 씹어 먹는다. 유카와 과일이 주식인 인디오들에게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정글의 채집 생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가시가 빽빽하게 나 있는 나무가 많은데 조금만 방심하면 피부나 얼굴을 다치기 일쑤다. 원주민 중에 눈을 다쳐 실명한 인디오가 많은 이유다. 인디오가 즐겨 먹는 뱀도 마찬가지다. 원주민에게는 특별식이지만 간혹 실수로 물리기라도 하면 생명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 마을에서 생활을 마치고 도시로 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앞서 가던 가이드의 칼에 위협을 느낀 독사가 가이드의 어깨를 물었는데 응급조치를 했음에도 선착장으로 오는 30분 만에 죽었다. 바로 뒤를 따라가던 나를 공격했다면 그 가이드의 까맣게 변한 채 죽은 모습이 나였을 것으로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자연과 어울리는, 순응하는 삶

   
정글의 가시가 빽빽한 나무는 자칫하면 다치거나 실명할 수 있다.
해 꼬리가 멀리 강 물빛에 어른거리면 말로까 안은 연기로 자욱해진다. 캐 온 유까는 껍질을 벗겨 나무 가시를 이용해 콩비지처럼 갈아 낸다. 그리고 야자 잎으로 싸 비틀어 물기를 짜낸 후 잘 말리면 고운 가루가 된다. 이 가루를 프라이팬에 구워 빵처럼 먹기도 하고 쪄서 떡처럼 먹기도 한다.

남자들은 꼬까 가루를 만드는 데 열중이다. 아마존의 꼬까 잎은 피를 맑게 하고 심폐기능을 향상해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는데 원주민들은 힘든 노동을 하거나 골똘히 생각에 잠겨야 할 때 지치지 않고 머리를 맑게 하려고 이것을 먹는다.

아침이 되면 아마존의 여인네들은 강가로 가 빨래를 한다. 빨랫비누 하나로 빨래를 마치면 입고 있는 옷 그대로 물에 들어가 머리도 감고 그 물에서 땀범벅이 된 몸도 씻어 낸다. 낯선 남자가 지켜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통을 훌렁 벗어 던지고 목욕하다 입고 있던 옷도 마저 빨고, 빨래를 헹궈내면서 마지막으로 자맥질하면서 몸도 헹궈낸다. 집으로 돌아갈 땐 물 한 동이 머리에 이고 가서 아침을 준비한다.

아마존 인디오의 삶은 우리의 삶과는 너무나 다르다. 넘치는 것도 없고 모자란 것도 없다. 인디오들은 욕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자연과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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