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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멜스베르그 광산 갱도 투어 참가자들이 작업차량을 타고 500m를 이동해 지하 갱도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이진규 기자 |
독일 북부 니더작센 주 등 세 개 주에 걸친 하르츠(Harz) 지오파크(세계지질공원)는 하르츠 산맥에 걸쳐 있는 산지 지오파크이자 국립공원이다. 전체 면적은 9600㎢으로 주요 지질 명소에 따라 18개 구역으로 구분된다. 중생대와 신생대에 걸쳐 생성된 퇴적암이 주인 하르츠 지오파크 지역은 철광석과 암염을 비롯해 은, 구리, 망간, 아연 등 광물이 많아 중세 시대부터 광산을 개발했다. 이 같은 광물자원 덕분에 니더작센 주의 주도인 하노버는 철강업 등이 발달했고 볼프스부르크에는 자동차산업이 발전해 폴크스바겐 본사가 자리 잡았다. 여러 광산 가운데 중세도시 고슬라에 인접한 람멜스베르그 광산은 1000년이 넘는 채광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이 광산은 폐광한 뒤 박물관과 체험 시설 등이 갖춰졌고 세계문화유산과 지오파크에 잇달아 지정됐다.
■중생대·신생대 만들어진 지하자원 보고
하르츠 지오파크를 이루는 산지에는 중생대 초기인 트라이아스기부터 신생대에 걸쳐 형성된 철광석 암맥뿐만 아니라 갈탄과 암염도 대규모로 발견된다. 폭넓게 형성된 퇴적암층에 더해 스트로마톨라이트와 어란석,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암모나이트와 곤충, 척추동물 화석이 묻혀 있는 석회암 지대, 신생대 플라이스토세의 빙하 퇴적물과 빙하로 인해 만들어진 지형 등 다양한 지질 현상을 볼 수 있다. 가히 지질학의 종합 백화점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18개로 나뉜 지오파크 구역별로도 각각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을 보여주는 10여 개의 지질 명소가 있다. 이 가운데서도 핵심적인 곳이 10곳의 광산과 4곳의 동굴이다. 하르츠 지오파크 전역에 걸쳐 산재한 광산들은 대부분 지금은 광석을 채굴하지 않는 폐광이지만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체계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에는 퇴직한 광산 기술자 등이 가이드로 나서 전문적인 해설과 안내를 해주고 있다. 체험에는 전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어 자녀의 생일에 맞춰 광산체험을 신청해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일도 흔하다. 또 단순히 체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오파크 사이트의 광산 관련 페이지에 체험 후기를 올릴 수 있도록 해 방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개별 광산의 사이트에는 전체적인 광산의 지질 구조와 갱도의 형태를 보여주는 자세한 단면도를 올려놓아 방문 전에 손품을 판다면 사전에 기본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4곳의 동굴에도 모두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광산과 마찬가지로 동굴 체험은 안전과 훼손을 막으려 1회 체험 인원을 20~25명으로 제한한다. 인원이 적으면 가이드와 탐방객 사이의 소통과 의사 전달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이점이 있다. 광산처럼 동굴도 개별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홈페이지엔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 사진과 동굴에서 살았던 동물의 뼈 사진 등을 올려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1000년의 채광 역사… 세계문화유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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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하르츠 지오파크 내 고슬라 시 외곽의 람멜스베르그 광산의 박물관A는 광물과 지질학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
하르츠 지오파크의 북서쪽에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세 도시 고슬라(Goslar)가 있다. 10세기에서 12세기에 걸쳐 신성로마제국의 중심지였고 15~19세기에 만들어진 옛 시가지의 모습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처럼 번성한 고슬라의 배경에 람멜스베르그 광산이 있었다. 하르츠 산맥 북쪽 기슭의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산에서 은 광맥이 발견되면서 람멜스베르그 광산의 역사가 시작했다. 968년 은 채굴을 시작으로 광물이 바닥나 1988년 문을 닫을 때까지 1000여 년에 걸쳐 이곳 광산에서는 모두 2700만t의 금과 은, 구리, 납, 아연 등이 채굴됐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의 연구로는 이미 3000년 전에 광석을 채굴했다는 것이 밝혀져 광산의 역사는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간다.
광산에서 나온 부를 등에 업고 고슬라에는 제국의 궁전이 세워졌고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로 발돋움한다. 독일의 중세 도시 특유의 시청 광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슬라는 역사지구로 보존돼 현재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고슬라 시가지와 별도로 람멜스베르그 광산 산기슭에도 마을이 형성됐다. 광산 노동자들의 주거지였던 마을과 함께 제련공장이 들어섰고 근대 이후로는 발전소까지 갖춘 대규모 광산이 됐다.
람멜스베르그 광산은 폐광 후 기존의 광산과 공장 건물을 보존해 광산박물관을 만들고 폐쇄된 갱도 가운데 일부를 이용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람멜스베르그 광산과 고슬라 역사지구는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광산을 포함한 하르츠 지역은 2005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취재에 동행한 부산대 김진섭(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하르츠 지오파크는 대규모 광산 개발 현장을 관광과 교육용으로 잘 활용한 곳으로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광산을 통해 부를 이뤘던 아름다운 중세도시 고슬라는 역사 유적과 괴테의 자취가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폐광산을 활용한 박물관과 갱도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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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하르츠 지오파크는 다양한 지질 현상을 간직한 지질 명소들이 있다. 사진은 빙하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돌개구멍. |
광산 체험은 크게 지상과 지하 두 종류로 나뉜다. 전문 가이드의 안내로 지하 갱도를 둘러보거나 지표면에 드러나 있는 과거 노천채굴 시대의 흔적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 광산박물관 투어와 괴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문학기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30분 단위로 출발하는 갱도 투어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25명의 정원을 대부분 채워 출발한다. 투어 프로그램은 시간대에 따라 일부는 영어로 진행한다. 오전 9시15분 투어에 참여하니 이스라엘에서 단체로 여행 온 고교생들과 중년의 부부 등 다양한 계층이 함께했다.
은퇴한 광산기술자인 힐베르트 브로셔 박사는 이전에 광산 노동자들이 채광작업을 위해 이동하던 경로를 따라 안내하며 해설했다. 작업복을 공중에 매달아 보관하는 탈의실과 샤워장을 거쳐 광산 작업 차량을 타고 어둠을 뚫고 500m 깊이의 옛 채광장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갱도를 따라 굴착기와 크레인, 수작업 도구, 다이너마이트 폭파 방법 등을 설명한다.
옛 발전소 등 광산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박물관 3개 동은 각각 지질, 역사, 예술로 주제를 달리하고 있다. 람멜스베르그 광산은 인류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된 지질 명소인 광산을 활용해 과학적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고슬라의 역사와 함께하는 전시물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부경대 백인성(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하르츠 지오파크의 대표적인 지질 명소인 람멜스베르그 광산은 지질과 역사문화 자원이 복합적으로 운영돼 성공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독일 지오파크에서 배울 점
- 지질명소 체계적 홍보 홈페이지·안내판·해설프로그램부터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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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한 광산기술자인 힐베르트 브로셔 박사가 갱도 투어 참가자들에게 광부들의 작업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지질 명소를 보존하면서 적절하게 관광자원이자 교육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지질공원의 개념은 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세계지질공원에 앞서 유럽지질공원 네트워크가 먼저 출범했다. 또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도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시작한 만큼 독일의 지오파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질공원의 개념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태종대와 이기대, 낙동강 하구와 같은 부산의 기존 유명 관광 명소를 지질 명소로 알리는 일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관광, 휴양,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시민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독일의 지질공원 운영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 특히 지질공원별로 명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홈페이지와 안내책자, 안내판 등으로 기본적인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면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국가지질공원 인증의 전제 조건 가운데 하나가 명소별 안내판 설치와 해설 프로그램 운영이다.
독일의 세계지질공원을 답사한 부경대 백인성 교수는 "독일은 지질공원의 바탕이 된 지질학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로, 지질학이란 개념이 시민에게 자리 잡고 있다. 지질공원마다 지질 명소에 관한 안내센터와 전시관, 안내자료 등 기본적인 안내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아울러 다양한 교육과 관광 체험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의 지질 명소 관리와 관련해서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안내 프로그램과 다양한 성격의 체험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 교수는 "지질공원 제도의 운영이 부산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달리 시민의 지질학에 관한 인식 수준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기초적인 수준에서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홍보와 안내 책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부산대 김진섭 교수는 "지질 명소의 효율적인 홍보와 관리를 위해서는 잡지나 서적 등을 통해 각 지질명소에 관한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 지질 명소 주변 주민이나 동호인 모임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지질공원 운영을 전담할 전문인력의 확보와 범시민 홍보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독일=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