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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4대 화석산지로 꼽히는 독일 오덴발트 지오파크의 메셀핏 화석 산지. 신생대 포유류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돼 초기 진화 역사를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오덴발트 지오파크(세계지질공원)은 독일 남서부 헤센 주에 속한 해발 고도 400~500m의 고지대에 있다. 정식 이름은 베르그슈트라세-오덴발트(Bergstrasse-Odenwald)로, 베르그슈트라세는 이 지역의 숲이 울창한 산길을 뜻한다. 동쪽으로는 마인 강, 서쪽으로는 라인 강 사이의 오덴발트 지오파크는 대략 3500㎢에 걸쳐 있으며 5000만 년 전 무렵인 신생대 초기 에오세에 형성됐다. 신생대는 중생대의 대표 생물인 암모나이트나 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류와 조류, 어류가 번성한 때로 흔히 '포유류의 시대'로 불린다. 오덴발트 지오파크 중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메셀 핏(Messel Pit)은 '고생물학의 폼페이'로 알려질 만큼 포유류를 비롯한 다양한 화석이 발견된 곳으로, 시민운동으로 개발을 막은 기념비적인 곳이기도 하다.
■지질명소 트레킹… 레인저 투어도
오덴발트 지오파크는 화산활동이 일어난 뒤 다시 퇴적작용이 일어난 곳으로 주로 화강암과 사암으로 이뤄져 있다. 대륙의 충돌로 거대한 지각이 이동하는 동안 지하 수㎞에서 현재 오덴발트에서 볼 수 있는 암석들이 형성됐다. 이곳은 1960년 독일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뒤 199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어 2002년에는 유럽지질공원네트워크의 인증을 받았고, 2004년에는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지오파크 내에는 여러 지질 명소가 있는데 주요 명소마다 정보센터와 교육센터가 설치돼 방문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지질 명소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지질 명소 주변을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도 소개한다. 자연과 문화를 아우르는 트레킹 코스는 오덴발트 지역에 30개 이상 개발돼 있다. 이와 함께 생물학자와 지질학자로 구성된 30명 정도의 지질공원 안내원(geopark ranger)이 교육을 겸한 가이드 투어를 맡고 있다.
오덴발트 지오파크의 대표적인 지질 명소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메셀 핏으로 말이나 원숭이 등 포유류의 초기 진화 과정을 알 수 있는 가치 있는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오덴발트 분지의 남쪽 지역에 중생대 강에서 퇴적된 모래로 만들어진 붉은 사암 채석장과 인근의 해양생물 화석 산지도 잘 알려진 곳이다. 또 오츠베르그에는 3억5000만 년전 알프스 조산운동의 결과로 형성된 현무암 주상절리군이 있고 신생대 홍적세 빙하의 흔적을 보여주는 라이첸바흐의 절벽도 주요 지질명소다.
■'포유류의 시대' 대표하는 화석 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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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덴발트 지오파크의 메셀핏 방문자센터 전경. |
오덴발트 지오파크의 가장 대표적인 지질명소인 메셀 핏을 찾았다. 오덴발트 지오파크의 북쪽 끝 부분 다름슈타트 시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메셀 시가 있다. 소도시 메셀(Messel)의 주택가에 메셀 화석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2동의 건물로 구성된 아담한 박물관 중 1층 건물엔 대표적인 화석과 지구 45억 년의 역사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전시물이 있다.
옆의 2층 전시관 1층은 로마 시대 이후 이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고 2층이 화석 전시관이다. 지질학자들이 세계 4대 화석 산지 가운데 하나로 꼽는 메셀 핏(Messel Pit)에서 발견된 화석들이다. 쥐, 개미핥기, 유인원, 박쥐 등 '포유류의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화석과 함께 뱀, 악어와 같은 파충류, 조류, 어류, 식물 화석도 다양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 지역에서 나오는 화석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보여준다. 세계자연유산이자 오덴발트 지오파크의 진수인 메셀 핏 여행은 이곳 박물관에서 시작한다. 정문에서 보면 흰색 페인트로 그린 발자국이 마을 바깥으로 이어진다. 이 발자국은 길을 따라 메셀 핏까지 이어진다.
메셀에서 걸어서 30~40분, 차량으로 이동하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메셀 핏 방문자센터가 있다. 메셀 핏은 남북으로 1000m, 동서로 700m 정도로 주변에 비해 움푹 꺼진 지형이다. 이곳은 신생대 에오세인 4700만 년 전에 분화한 화산 분화구로 일부가 침식된 뒤 낮은 지형 탓에 홍수 등의 원인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퇴적물이 겹쳐 쌓였다. 이 과정에서 신생대의 다양한 생물 사체가 포함돼 화석이 됐다. 메셀 핏은 화석의 양과 질, 다양성에서 세계적으로 손꼽을만한 곳으로 화석 보존상태도 뛰어난 곳이다. 특히 포유동물 진화의 초기 단계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조류, 파충류, 어류, 곤충류, 식물 화석도 풍부하게 나타난다. 취재에 동행한 부경대 백인성(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메셀 화석 산지는 신생대에 이뤄진 척추동물의 진화 과정을 실제 화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시민의 힘으로 지킨 세계자연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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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셀핏 방문자센터의 화석 전시물. |
메셀 핏의 상층부는 최대 깊이 190m의 오일 셰일(oil shale) 층으로 2000만t의 오일 셰일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움푹한 지형 탓에 쓰레기 매립장으로 묻힐 뻔했다. 하지만 시민과 지역 학계가 중심이 돼 이곳의 지질학적 가치를 알리고 보존운동을 펼치고 연구한 결과 세계적 화석 산지로 빛을 보게 됐다. 백인성 교수는 "메셀 화석 산지는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연유산 보존운동으로 개발을 막고 마침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가치가 지속해서 보존되고 활용되는 곳이다. 무엇보다 시민운동에 의한 자연유산 보존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초 주 정부가 매립장 건설을 추진하자 1975년에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한 모임이 결성돼 개발 반대에 나섰다. 그럼에도 1981년 매립장 건설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고 과학적 가치를 알린 결과 6년 뒤 법원으로부터 매립장 계획의 승인을 철회하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주 정부가 사유지였던 메셀 핏을 사들여 보존에 나섰고 지역 학계도 발굴과 연구에 나서 199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메셀 핏에는 1996년 방문자를 위한 전망대가 만들어졌고 이후 '시간과 메셀의 세계'라는 주제로 한 방문자센터가 2008년 문을 열었다. 방문자센터에는 메셀 핏의 지하 500m 깊이까지 시추한 코어를 전시해 이곳의 퇴적층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입체감을 주는 원형의 동영상 상영실에서는 지하 깊이 내려가는 느낌을 주면서 중간중간 시기별로 퇴적층의 구조와 해당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을 보여준다. 또 메셀 핏 일대의 지질학적 변화를 보여주는 입체 전시물과 다양한 화석과 암석도 전시하고 있다. 메셀 핏은 보존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매일 두 차례 낮 12시30분과 오후 3시30분에 가이드 투어를 하고 있다.
# 화산석 공예품·광물 원석… 간직하고픈 기념품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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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하르츠 지오파크 내 람멜스베르그 광산박물관에서 판매하는 광물 원석 기념품. |
우리나라에도 지역별로 다양한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의 전시물은 지역 특성이나 박물관의 주제에 맞춰 특화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 박물관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을 보면 실망하게 마련이다. 박물관의 전시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이용해 만든 일부 특화한 기념품이 있지만 상당수는 어느 곳이나 똑같은 상품이다.
독일 지질공원의 박물관이나 안내센터를 보면 지역별로 특성 있는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종류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특히 지질공원답게 암석을 활용한 기념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는 앞으로 부산의 지질명소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고 안내센터나 지질박물관이 생긴다면 참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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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불칸아이펠 지오파크의 불카노파크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판매하는 화산석을 이용해 만든 기념품. |
독일 불칸아이펠 지오파크의 마르뮤지엄에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발견된 동물 화석을 주제로 한 기념품을 전시, 판매한다. 대표적인 화석 실물을 같은 모양, 같은 색상으로 축소 복제한 것이다. 이 지역의 특징적인 화산호수인 마르의 형성과정과 계절별로 변하는 모습을 담은 자료집과 사진집도 여러 종 있다. 화산 지형에서 흔히 발견되는 화산암으로 만든 공예품도 눈길을 끈다. 화산암을 지름 10㎝ 정도의 원형 그릇 모양으로 깎고 안에 양초를 넣은 공예품과 다양한 암석의 소형 원석을 판매한다. 불카노 파크의 안내센터에도 화산 캐릭터를 활용한 인형과 문구류, 다양한 암석 가공품이 있다.
오덴발트 지오파크의 메셀 핏 방문자센터는 지질공원이면서 세계자연유산인 만큼 훨씬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는 기념품을 내놓고 있다. 메셀 핏에서 발견한 포유류 화석을 새긴 모자와 티셔츠, 머그잔을 다양하게 만들었고 화석 복제품과 유색 암석을 이용한 장신구도 전시돼 있다.
기념품의 다양성과 풍부함은 하르츠 지오파크의 람멜스베르그 광산박물관이 특기할 만하다. 1000년 넘게 다양한 광물을 캔 광산을 꾸민 박물관답게 람멜스베르그 광산에서 채광한 구리, 아연 등이 들어 있는 광물 원석을 g 단위로 무게를 재서 판매한다. 여러 종의 유색광물을 판매하는 외에도 광물 장신구와 안내책자를 풍부하게 갖춰두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독일=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