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헤이븐'의 한 장면.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남녀가 키스하려는 순간을 담은 포스터는 서정적인 멜로 영화의 아우라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세이프 헤이븐'(안전한 피난처)은 제목이 암시하듯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니다.

7일 개봉한 이 영화는 오프닝부터 뭔가 긴장감을 갖게 한다. 비 오는 어느 날, 케이티는 피 묻은 옷차림으로 맨발로 집에서 도망 나온다. 그리고 경찰의 눈을 피해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녀는 왜 다급하게 도망을 쳐야 했을까? 나중에 알게 되지만 케이티는 의처증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칼로 찌르고 도망친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경찰이었고, 남편은 자신의 신분을 남용해가면서 아내를 쫓는다.

그리고 케이티가 미국 남부의 작은 해안마을 사우스포트에 내리면서 조금씩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한다. 케이티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그곳에 자리 잡고, 그곳에서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매를 키우는 남자 알렉스를 만난다.

케이티가 폭력 남편의 그림자를 조금씩 지우고 알렉스와 인연을 만들어가는 영화의 중반부는 향기로운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상처를 지닌 남녀의 만남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애틋하다. 자상한 성격의 알렉스, 그리고 서서히 마음을 여는 케이티에게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라고 응원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다만 케이티를 수소문하고 다니는 남편의 모습이 중간중간 삽입돼 불안감을 주는 것이 신경 쓰일 뿐이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결국 경찰인 남편은 케이티를 찾아내고 케이티뿐만 아니라 알렉스와 아이들에게도 위협을 가한다. 도망치려는 케이티에게 "당신이 가장 안전한 곳은 여기 내 옆이에요. 떠나지 말아요.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알렉스의 말은 멜로 영화가 주는 감동을 그대로 전달한다.

반면 남편의 광기가 휘몰아치는 후반부는 마치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던 '적과의 동침'(1991)을 연상할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가 펼쳐진다.

베스트셀러 '노트북' '디어 존' 등을 집필한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세이프 헤이븐'은 '길버트 그레이프' '디어 존' 등을 연출한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작품이다. 무엇보다 사우스포트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지는 멜로의 향기는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긴다. '락 오브 에이지'의 줄리안 허프가 케이티 역을, '로마에서 생긴 일' '트랜스포머'의 조쉬 더하멜이 알렉스 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