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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요리사들 <9> 남천동 다케다야 민현택 요리사

강한 탄력의 '말을 걸어오는 듯한 면발'과 사랑에 빠진 우동 요리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07 18:51:37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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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가와현의 간장우동 원조집 취직
- 39살 연습생, 쓰레기 창고에서 식사
- 허드렛일 설거지 거쳐 3년간 수련
- 한일간의 식습관 차이로 첫번째 실패
- 자신만의 우동 개발에 박차 실력 갖춰

인생의 전환점은 늘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흔히 이를 운명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기실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스쳐 지나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연한 기회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한다. 민현택(1969년생)에게는 우동 한 그릇이 그랬다.

서울서 제약회사에 다니던 민현택은 1998년 어느 날 고객의 소개로 우동 한 그릇을 먹었다. 미요시라는 일본인 요리사가 만들어 준 그 우동은 국물 없이 두툼한 면에 약간의 고명과 간장양념이 전부였다. 입안에서 춤을 추듯 강한 탄력을 가진 면발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는 당시의 느낌을 "우동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2006년 회사를 퇴직한 민현택은 그에게 처음 우동 맛을 알게 해준 미요시 선생을 찾아 일본 카가와 현으로 갔다. 일본 본토를 구성하는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에 위치한 카가와 현은 '사누키우동'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인구 100만 명에 불과한 이 작은 현에는 우동집과 제면소가 1100곳이 넘고, 일본 내 우동 생산과 소비량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 카가와 현에서도 '오가타'는 조금 특별한 우동집이다. '간장우동'의 원조인 이곳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여행기인 '하루키의 여행법'에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의 하루키 팬들에게까지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단지 우동 맛에 반한 민현택은 미요시 선생의 소개로 취직할 수 있었다.

시작은 좋았지만 그때부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견습생 시절 식당 한구석에서 우동으로 끼니를 때우던 그를 발견한 사장님으로부터 "어디 감히 견습생 주제에 손님 좌석에서 식사를 하느냐"며 불호령이 떨어졌다. 결국 쓰레기 창고로 쫓겨나 식사를 했다. 그때 그의 나의 서른아홉이었고, 아내와 두 아들의 가장이었다.

그 후로 1년간 오전에는 허드렛일을, 오후에는 설거지를 했다. 한두 달 우동 기술이나 전수받을 계획은 진작에 수포로 돌아갔다. 가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수시로 몰려왔다. 조급해하는 그에게 미요시 선생은 "머리로 일을 배우려 하지 말고 몸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주방장 다음 단계까지 올라간 그는 오가타의 사장으로부터 일본서 우동집을 차려도 될 수준이 되었다는 인정을 받았다.

오랜 서울 생활에 3년 동안의 일본 생활까지 겹치니 민현택은 고향이 그리웠다. 2010년 남천동에 우동전문점 '다케다야'를 열었다. 일본 최고의 우동집 주인장에게 인정받은 실력이니 우동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면 음식을 먹는 포인트가 다르다. 한국인은 면과 국물의 조화 혹은 국물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인은 면 자체에 집중한다. 한국인은 면을 남기지만 일본인은 국물을 남긴다. 부산의 고객들은 민현택의 면을 외면했고 다케다야는 파리만 날렸다. 6개월 만에 모은 돈을 다 까먹고, 직원도 내 보내고, '카드깡'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수준이었다.

원점으로 돌아간 그는 면 못지않게 국물의 완성도를 높이며 자기만의 우동을 개발했다. 일본 여행객의 증가로 '사누키우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까지 한몫했다. 민현택의 우동은 뒤늦게 조명받았으며 방송 프로그램의 섭외가 이어졌다.

이제 민현택은 15년 전 처음 먹었던, 한 입 먹으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우동 면발을 구현한다. 최근에는 그에게 우동 기술을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이도 적지 않다. 그에게 기술을 전수받은 수련생들이 벌써 창원과 청주에서 우동집을 차렸다. 그러니 적어도 면에서만큼은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를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일은 따로 있다. 고작 면이나 뽑고 있는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던 두 아들은 이제 그 누구보다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고등학생인 두 아들은 친구들에게 아버지의 우동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아버지의 뒤를 잇겠노라 당당하게 말한다. 나이 마흔 즈음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민현택은 그 아들들 덕분에 지난 세월을 보상받는다. 그리고 남은 평생을 우동 뽑는 요리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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