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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정산은 부산의 기반을 이룬 화강암이 오랜 시간 비바람에 풍화하면서 만들어진 지형이다. 고당봉에서 양산 방향으로 바라본 풍화 지형. |
- 중생대 백악기 말~신생대 초기
- 지하 8~10㎞서 화강암질 마그마 생성
- 지질활동으로 지금의 높이로 솟아올라
- 고당봉·원효봉 일대 화강암 지형 특이
- 풍화작용으로 생긴 하트모양 '금샘'
- 높이 10m 바위 위에 물이 고인 상태
- 15세기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 있어
- 고찰 범어사·등나무 군락지 등
- 역사·생태도 지질공원의 중요 요소
'부산의 진산(鎭山)'. 이 한 마디로 대표되는 것이 해발 802m의 고당봉을 정상으로 하는 금정산이다. 금정산은 부산시 행정구역 안에 있는 30여 개 봉우리 가운데 가장 높은, 부산 산들의 맏형이다. 한편으로 휴일이면 등산로가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이가 찾는 부산 시민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단지 높이로만 부산을 대표하는 산은 아닌 것이 다양한 자연 생태에 고찰 범어사를 비롯한 역사유적을 함께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정산은 부산과 부산 사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부산의 뿌리'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데 이는 상징적인 의미로서만은 아니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실제 부산 지질의 기반을 이루는 곳이 금정산이다.
금정산은 땅속에서 마그마가 식어 굳은 화강암이 지질 작용으로 솟아올라 만들어졌다.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깎여나가고 다듬어져 현재의 금정산을 이루었다. 시간과 비바람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것이 나비암과 무명암 등의 기암절벽과 금샘을 비롯한 다양한 화강암 지형이다. 금정산 지질기행은 다양한 화강암 지형을 아우른다. 지질기행 코스를 뜻하는 '지오트레일'은 범어사를 출발해 북문과 금샘을 거쳐 고당봉을 오른 뒤 다시 북문으로 되돌아 내려와 주능선 위의 원효봉까지 이어진다.
■부산의 기반 이룬 화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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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로 화강암이 갈라진 고당봉 정상. |
부산 지역은 9000만 년 전~7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호수로, 오랜 기간 흘러온 진흙, 모래, 자갈이 쌓여 굳으면서 퇴적암층이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고요한' 호수의 풍경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당시의 부산 일대는 '불구덩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활발하게 일어난 화산활동의 영향을 받았다. 퇴적층 사이에 땅속을 뚫고 올라온 용암이 굳은 관입암맥이나 화산재 등이 날려와 쌓인 화산퇴적암도 쉽게 볼 수 있다. 7000만 년 전 이후의 부산 일대도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7000만 년 전~6000만 년 전에 걸친 시기에 부산 지역의 땅속 깊은 곳에서는 화강암질 마그마가 만들어졌다. 이 시기는 6500만 년 전을 경계로 하는 중생대가 끝나고 신생대가 시작되는 시기다. 이 마그마가 경상분지의 퇴적암과 화산암을 뚫고 들어온 뒤 지하에서 굳어 만들어진 것이 지금 볼 수 있는 금정산의 화강암이다. 처음 만들어질 때는 지하 8~10㎞의 깊은 땅속에 있던 화강암은 이후 지질활동으로 융기해 지금의 높이로 솟아올랐다.
금정산 일대의 지층이 처음 솟아올랐을 때는 퇴적암과 화산암이 화강암 위를 덮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침식되며 화강암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지금 고당봉과 원효봉 일대에서 특징적인 화강암 지형을 볼 수 있다. 금정산 화강암의 현재 모습은 오랜 시간과 비바람이 함께 조각해낸 것으로 경관으로나 지질학적으로나 대표적인 것이 고당봉 아래 금샘이다.
또 불룩 솟은 석탑 모양의 바위 덩어리(암괴)인 '토르(tor)', 거대한 화강암 바위의 풍화지형인 '인셀베르그(inselberg)' 등 금정산에는 전형적인 화강암 풍화지형을 쉽게 볼 수 있다.
■금샘은 작은 암석이 빠져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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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어의 전설이 서린 금정산 금샘은 풍화작용에 의해 화강암이 형성될 때 섞인 작은 암석이 빠져나가 생긴 구멍이다. |
범어사를 출발해 북문을 거쳐 고당봉으로 오르다 보면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고 입구에 '금샘 0.5㎞' 이정표가 있다. 키 낮은 성벽을 넘어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을 오르면 곧 거대한 바위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중 맨 아래쪽에 높이 10m 정도로 뭉툭하게 솟은 바위 위 물이 고인 금샘이 있다. 금샘을 비롯한 주변 바위는 풍화에 의해 바위가 갈라지는 절리현상으로 형성된 것이다. 금샘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약간 다르게 보이지만 정면에서 내려다보면 대체로 하트 모양으로 보인다. 샘의 크기는 긴 남북 방향이 147㎝, 짧은 동서 방향이 125㎝이며 깊이도 51㎝에 이른다.
금샘은 풍화작용에 의해 암석에 생긴 구멍으로 '나마(gnamma)'라고 부른다. 이름과는 달리 물이 솟아나는 게 아니라 빗물이 고인 것이다. 마그마가 땅 가까이 올라오면 기존의 암석이 뜨거운 열에 녹아 마그마에 흡수된다. 이때 녹지 않고 열을 견뎌낸 작은 암석들이 마그마에 붙잡혀 같이 굳는다. 이 같은 포획암이 지표에 노출된 뒤 풍화작용으로 빠져나가면 금샘과 같은 둥근 구멍이 생긴다. 금샘은 이미 땅속에 있을 때 기본적인 모양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지표에 올라온 뒤에는 포획암이 빠져나간 자리에 물이 고이며 물리적 풍화와 구성물질이 녹는 화학적 풍화를 동시에 받아 지금의 모양이 만들어졌다.
부산대 김진섭(지질환경과학과)교수는 "15세기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이 나오는 금샘은 지질학적인 볼거리이기에 앞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일부 시민이 금샘의 물에 손발을 씻는 등 훼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금정산에는 금샘 외에도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나마'가 여러 군데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샘 바로 위 바위와 금샘에서 고당봉으로 올라가는 길의 중간, 고당봉 아래 산신각을 지나 전망대 바로 앞에도 '꼬마 금샘'이 있다.
■생태와 문화도 지질공원의 한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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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본 하트 모양의 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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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에서 잠시 급경사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이다. 정상에서는 소나무 숲 위로 솟아오른 하얀 암괴와 같은 특징적인 화강암 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고당봉 자체도 풍화작용으로 절리가 일어난 화강암 암괴다. 금정산 암괴류는 범어사에서 북문으로 올라가는 길에 집중돼 있다. 등산로 오른쪽에 보이는 바윗덩어리들은 화강암이 풍화돼 갈라진 뒤 중력의 힘으로 떨어져 내리다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북문에서 금샘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에도 소규모 암괴류를 볼 수 있다.
북문에서 원효봉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차별적으로 풍화가 일어나 땅속 기반암과 연결돼 있으면서 땅 위에 독립적으로 솟아오른 탑 모양의 암괴인 토르가 여럿 서 있다. 원효봉 정상 일대는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풍화돼 구릉처럼 이루어진 인셀베르그 지형을 보여준다.
지질공원 후보지로서 금정산의 가치는 화강암 지형에 한정되지 않는다. 금정산이 품은 고찰 범어사와 천연기념물 제176호인 등나무 군락지 같은 역사·생태도 지질공원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자산이다. 부산의 대표적 관광명소이기도 한 범어사는 대웅전, 삼층석탑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여럿 지니고 있다. 범어사 등나무 군락지는 보기 드물게 500여 그루의 등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으로 1966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김진섭 교수는 "지질공원의 평가에는 범어사와 같은 역사문화 자산이나 등나무 군락지와 같은 생태 자원도 큰 가치를 지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부산의 다른 산지 지질 명소
- 격렬한 화산분화로 화산재·용암 뿜어져
- 장산 너덜지형, 황령산 구상반려암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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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산에는 암석이 물리적 풍화작용으로 쪼개진 뒤 오랜 시간에 걸쳐 경사면 아래로 흘러내려 모인 너덜이 많다. 사진은 장산 서쪽의 재송동 너덜. |
부산에는 화강암 풍화 지형이 특징적인 금정산 외에도 30여 개의 산이 있다. 이들은 태종대, 이기대와 같은 해안지형과는 다른 과정을 거쳐 형성됐고 그 독특한 특성을 땅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산과 백양산, 황령산은 각각 다른 시기에 형성된 곳으로 격렬했던 화산활동의 흔적을 보여줘 부산의 지질공원 후보지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산은 멀리서 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듯 화산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원형의 산체를 이루고 있다. 약 7000만 년 전 격렬한 화산 분화로 화산재와 용암, 화쇄류가 분출돼 쌓여 산을 이루었다. 장산엔 구과상 유문암, 유문암질 응회암, 반상 유문암 등 다양한 화산암을 찾을 수 있다.
또 장산엔 다른 산보다 너덜이 유난히 많다. 특히 서쪽으로 동래를 향한 산 사면에 집중돼 있다. 너덜은 암석이 물리적 풍화작용으로 암석의 틈인 절리를 따라 쪼개진 뒤 오랜 시간에 걸쳐 경사면 아래로 무너져내려 만들어졌다. 장산 너덜은 화학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는 산성 화산암이라 쉽게 흙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너덜은 장산 외에도 구덕산과 백양산 등 화산암 지대에 흔히 나타난다.
금정산에 이어 부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백양산은 8000만 년 전 화산활동 때 분출된 물질이 쌓인 다양한 화산쇄설암과 화산활동이 일시적으로 멈췄을 때 호수에서 퇴적된 퇴적암, 이들을 뚫고 올라와 굳어 만들어진 화강암까지 부산의 지질 변천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노천 박물관이다.
부산의 중심부인 황령산에도 지질학적인 보물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숨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천연기념물 제267호로 지정된 전포동의 구상반려암이다.
둥근 꽃 모양 무늬의 황령산 구상반려암은 약 6000만 년 전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서서히 굳어 만들어졌다. 표면에는 가운데 핵을 중심으로 광물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배열된 구상조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려암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분포하는 희귀 암석으로, 구상반려암은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보고된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8개 지역에서만 발견돼 연구 가치가 매우 높은 지질 명소다. 하지만 존재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접근이 제한돼 일반인이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