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의 요리사들 <7> 모라 팔복돼지국밥 손세원 대표

요령없이 최선 다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돼지국밥이 목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0-10 18:50:09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짐승 이용한 탕요리 솜씨좋던 이북사람들
- 한국전쟁 이후 부산으로 피란와 정착
- 돼지국밥 만들면서 부산 향토음식 돼

- 마트서 5년간 근무, 재료 공부부터 시작해
-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마리 뼈 다 고아

농경사회였던 한반도에서 소는 농사의 근간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소를 '일소'라 했다. 소를 키우는 꼴과 여물도 인간의 식량이 아니었다.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을 남겨 인간을 이롭게 했다. 하지만 돼지는 달랐다. 먹는 것부터 인간의 몫과 나눠야 했고, 오로지 식용 외에는 쓸모가 없었다.

그러니 많이 키울 수도, 함부로 잡을 수도 없었다. 대신 식용이라는 한 가지 목적만 가진 만큼 샅샅이 먹어 치웠다. 살코기와 내장은 물론이고 뼈까지 활용했다. 뼈를 곤 돼지국밥은 보다 많은 사람이 고깃국을 나눠 먹기 위해 고안되었다. 일상의 음식은 아니지만, 그 근원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데 부산의 돼지국밥에는 조금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많은 피란민이 부산에 정착했다. 고려 시대부터 소·닭·꿩 등을 이용한 탕이 발달했던 이북 사람들의 솜씨가 돼지국밥과 결합했다. 일종의 기술 제휴였던 셈이다. 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이 되었다.

반세기가 한참 지나 이를 '세계화하겠노라!' 도전장을 던진 이가 나타났다. 부산 사상에서 나고 자란 손세원(36)은 '국밥키드'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맛본 이후로 질릴 정도로 돼지국밥을 즐겨 먹었다. 그래도 질리지 않더란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손세원은 2004년 미국 유학을 갔다. 본래 곁에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떨어지면 더 또렷해지는 법이다. 2년 동안의 미국생활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돼지국밥이었다. 그런데 그가 생활하던 워싱턴 D.C 근교 소도시에서 베트남의 쌀국수집과 일본의 라멘집은 줄을 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쌀국수와 라멘으로는 풀리지 않는 갈증과 '돼지국밥은 왜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귀국 후 돼지국밥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결심한 손세원은 틈만 나면 '국밥기행'을 다녔다. 하루 세끼를 국밥으로 때우는 날도 흔했다. 다들 나름의 장점은 있었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결국 국밥 기행은 진로를 바꾸는 여정이 되고 말았다.

우선 손세원은 건축가로서 자신의 연봉에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고 대형마트에 취직했다. 5년 동안 구매 담당자로 근무하며 돼지고기와 채소 등의 식재료를 공부했다. 퇴사 후에는 재래시장에 빈 점포를 얻어 가마솥을 걸고 연구를 거듭했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2011년 3월 모라동에 팔복돼지국밥을 열었다. 하나의 음식이 향토음식으로 굳었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민들이 즐겨 먹고, 그만큼 평가도 까다롭다는 의미다. 냉정한 부산 사람들의 입맛에 손세원의 돼지국밥은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재료를 이해하고 원리를 터득한 처지에 고객의 비판은 오히려 약이 되었다. 1년 6개월 만에 팔복돼지국밥은 국밥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올 3월에 문을 연 김해점은 진작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다.

팔복돼지국밥에서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돼지 한 마리 분량의 뼈를 모조리 곤다. 그것이 돼지국밥의 원형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돼지 뼈는 부위별로 고소한 맛, 시원한 맛, 감칠맛 등의 강약이 다르다. 이들의 조화를 이끌어 내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만만찮은 노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손세원의 돼지국밥은 돼지 국물이 어쩌면 이리도 깔끔할까 싶을 정도로 곱다. 최고의 돼지를 선별하는 안목과 요령을 피우지 않고 원칙에 충실한 작업과정 덕분이다. 여기에 경험까지 더해지니 국물의 완성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다.

손세원은 '인종·문화·지역·남녀노소를 초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돼지국밥'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게 대체 어떤 맛인지, 그리고 가능한지, 그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 대신 '국밥홀릭'이라 불러 달라고 할 정도로 돼지국밥에 미친 그라면, 어쩌면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그런 날이 온다면, 부산의 향토음식인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이후로 또 한 번의 '사건'을 맞게 될 것이다.

부산 태생인 손세원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유통회사에서 농산물 구매담당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팔복돼지국밥 모라점과 김해점을 운영 중이다.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2. 2[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3. 3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4. 4“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5. 5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8. 8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9. 9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5일
  1. 1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2. 2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3. 3“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4. 4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5. 5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6. 6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10. 10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3. 3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4. 4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5. 5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6. 6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7. 7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8. 8“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9. 9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4일
  1. 1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2. 2“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5일
  6. 6“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7. 7폭염에 냉방 꺼 ‘갑질 논란’ 기업, 불법 하도급 의혹 추가
  8. 8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9. 9“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10. 10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4. 4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10. 10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