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기 없는 남자라도 인생에 한두 번은 절정의 시기를 맞는다. 주변 여자들이 저마다 호감을 표시하고, 처음 만난 여자에게서 연락이 쇄도하고 등등. 그런 호시절을 일본에서는 '모테키'라고 부른다.

쿠보 미츠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모테키:모태솔로 탈출기'는 내내 인기가 없다가 서른이 다 되어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남자의 모험을 그린 멜로영화다. '모테키'는 이미 드라마로 방영한 적이 있었고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드라마에서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스물아홉 살 유키요의 '모테키'를 그렸고, 영화는 그로부터 1년 뒤의 이야기다. 원작자인 쿠보 미츠로가 영화의 스토리도 직접 만들었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되는 동안 많은 여자를 겪었던 유키요.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진 건 없고, 서른한 살이 된 유키요는 여전히 프리터에 여자친구도 없다. 겨우 '나탈리'라는 음악 전문 인터넷 매체에 취직한 유키요에게 제2의 모테키가 찾아온다. 음악 취향도 비슷하고, 이런저런 불만을 늘어놓다 트위터에서 마음이 통한 미유키를 만났는데, 엄청난 미인이다. '연인 미만, 친구 이상'인 사이라고 생각하며 돌진하던 유키요에게 미유키의 친구인 루미코, 술집에서 만난 호스티스 에이아이 등이 연이어 등장한다.

유키요는 잘 생기지도 않았고, 뛰어난 재능이 있지도 않고, 잘 나가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적당히 편하고, 크게 부담 없는 정도다. 가끔은 그런 캐릭터가 먹히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단계로 넘어갈 때에는 걸림돌이 된다. 유키요도 늘 그랬다.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는 성에 차지 않고, 좋아하는 여자는 늘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유키요의 눈은 높지만, 멋진 여자를 사로잡을 카리스마는 없다. 따지고 보면 미유키가 유키요에게 다정하게 대한 것도 사귀던 유부남과의 관계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방황이고, 남자의 질투심을 자극하기 위한 이유도 있고. 심하게 말하면 어장관리라고나 할까.

'모테키'는 흔히 보던 통속적인 사건들로 전개되지만, 그걸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테키'에서 주요한 장치로 등장하는 건 노래와 트위터다. 노래는 '모테키' 만화에서도 핵심적인 장치였다. 유키요가 사랑을 느끼거나, 실연하거나, 절망하거나 할 때마다 노래 가사가 적혀 있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노래를 직접 부르거나 배경으로 흘러나온다. 때로는 뮤직비디오나 뮤지컬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노래방처럼 노래 가사가 화면 아래에 흐르기도 한다. 1980년대 가수인 오에 센리부터 비즈, 쥬디 앤 메리, 도쿄 넘버 원 소울 셋, 지금 인기인 퍼퓸과 모모이로 클로버즈까지 '모테키'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고, 공감하는 노래들을 유키요의 마음에 투영한다. 대중가요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일상이자 소통의 수단인지를 '모테키'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트위터 역시 유키요의 중요한 일상이자 표현수단이다. 유키요는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대신 트위터로 소통하고, 사람을 만난다. 인터넷 매체에서 일하며 SNS로 소통하는 유키요는 마치 21세기 젊은이의 표본과도 같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사건들은 모두 현실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SNS는 수단이고, 방법일 뿐이다. 유키요도 그걸 잘 알기에 쏟아지는 빗방울을 뚫고 미유키의 집으로 달려가고, 록 페스티벌에서 만난 그녀를 쫓아 달려간다. '모테키'는 결국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로 끝나버리지만, 그 과정만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