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남형제섬의 맑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밤수지맨드라미가 폴립을 활짝 펼치고 있다. |
남형제섬은 부산 다대포 남쪽 17㎞에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로운 섬이라 해서 '외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서너 개의 바위섬이 서로 의지하고 있는 듯 보여서 붙여진 '형제'라는 이름이 더욱 친밀하게 와 닿는다. 총면적 0.0103㎢인 남형제섬은 과거 해군의 함포사격 목표물로 사용되던 25m 높이의 바위섬과 그 서쪽에 있는 해발 3.2m, 4.5m 높이의 바위섬 등 크게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4.5m 높이의 바위섬에는 남형제섬을 상징하는 붉은색 무인등대가 우뚝 서 있다. 등대의 붉은색은 넓고 푸른 바다색을 배경으로 검은색 바위섬에 부서지며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과 어우러져 열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섬은 오랜 세월을 두고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다져지며 경사 65~75도의 가파른 바위 절벽을 만들어냈다. 이런 해식애 지형의 아랫부분에는 크고 작은 해식동굴들이 흩어져 원시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 울퉁불퉁 세 개 섬 모인 다정한 형제
- 외로운 등대 아래 물 속은 원시 자연
- 밤수지맨드라미·진총산호·해송…
- 부산 인근서 보기 드문 산호류 가득
- 온대와 아열대 바다 생물 독특한 공존
- 연안 생태계 변화 모니터링할 적지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지정을 앞두고 2010년 실시한 기본조사와 2011년 9월 실시한 정밀조사에 의하면 남형제섬에 분포하는 관속식물은 7과 8속 5종 2변종 1품종으로 총 8분류군이며, 무척추동물은 24종, 710개체로 나타났다. 이중 연체동물이 17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갑각류와 기타 동물군이 각각 3종씩 관찰됐다. 해조류는 대형 갈조류 8종을 포함해 23종이 기록됐는데, 어류는 자리돔, 범돔, 용치놀래기, 돌돔, 황놀래기, 벵에돔, 미역치, 어렝놀래기, 쏨뱅이 등 24종이 조사됐다.
남형제섬의 특징은 밤수지맨드라미, 진총산호류, 해송 등 부산 인근에서 발견하기 힘든 산호류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산호류는 빼어난 수중경관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
| |  |
| 하늘에서 본 남형제섬 |
사실 남형제섬은 예전부터 부산지역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였다. 뱃길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인접성에 더해 제주도를 제외한 다른 해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산호류가 군집을 이루는 등 온대 바다와 아열대 바다가 공존하는 독특한 수중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남형제섬의 독특한 수중생태계는 구로시오 난류의 영향도 있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오염물질의 유입이 물리적으로 차단된 데 힘입었다. 장마철 낙동강이 쏟아내는 황토물은 바다로 확산하면서 해류를 타고 남쪽으로는 북형제섬, 동쪽으로는 영도, 서쪽으로는 가덕도까지 뻗쳐 나가지만 남형제섬까지 미치지는 못한다.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제주도 문섬 해역이 육상 오염물질의 유입과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의 출입으로 말미암아 훼손이 우려되는 것과 비교하면 남형제섬은 육상 오염원의 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셈이다.
| |  |
| 남형제섬 수중 직벽에 부착한 채 산호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해송. 해송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
남형제섬 수심 20m 안팎의 바닥면에서부터 섬 쪽으로 향하자 암반에 부착된 밤수지맨드라미, 곧은진총산호, 해송 등 다양한 종류의 산호류와 빼곡하게 군락을 이룬 해조류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암반 지형은 산호류와 해조류들이 부착해 살기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한다. 암벽에 빼곡하게 붙은 밤수지맨드라미들은 조류에 실려 오는 플랑크톤을 사냥하느라 폴립을 활짝 펼치고 있고 빼곡하게 붙은 밤수지맨드라미 사이로 진총산호류와 빨간부채뿔 산호류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암벽에 산호가지를 늘어뜨린 멸종위기종인 해송은 이름 그대로 소나무를 닮았다. 이들과 더불어 사는 해조류들은 종의 다양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해조류 사이를 살피자 복족류인 소라와 전복이 기어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덩치가 작은 복족류들은 움직임이 느리지만, 남형제섬에서 발견한 개체들은 큼직한 덩치에 걸맞게 움직임이 굉장히 빨랐다. 인기척에 놀라 허둥대며 도망가는 모습이 마치 바닥면에 놓여 있는 커다란 돌덩이들이 굴러가는 듯 보였다.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동료 다이버 손에 들려보니 얼굴 크기 만하다.
| |  |
| 남형제섬 해역에서 커다란 돌덩어리가 움직이는 듯 보여 들어보니 사람 얼굴 크기만 한 소라였다. |
우리나라 아열대 생물종의 관문인 제주도 문섬 해역에서 출발한 아열대 생물들은 가거도를 거쳐 서해로 올라가거나, 남해에서 동해로 향한다. 남형제섬은 동해로 방향을 잡아 울릉도와 독도로 향하는 아열대 생물종들의 중간 고리 역할을 한다.
남형제섬에 대한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한 것은 산호류 서식으로 수중경관이 우수하다는 지정 항목 외에도 앞으로 기후변화와 해류의 영향으로 확산할 아열대 생물종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열대 생물종들은 이미 남형제섬을 교두보로 동해까지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은 우리 연안의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진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조사라 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 |  |
| 해류에 실려온 바다동물의 유생이 남형제섬 해역을 떠다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