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문섬 해역은 산호 서식지가 만들어낸 먹이사슬로 인해
거대한 생명의
공동체가 조성되었다. |
올 11월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인 부산의 나무섬과 남형제섬 해역은 필리핀에서 출발한 구로시오 난류가 지나는 길목에 있다.
해류 영향을 고려할 때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해역에 관한 수중생태계 조사는 나무섬과 남형제섬의 수중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11년 앞서 2002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들 해역의 관리 실태를 통해 나무섬과 남형제섬의 관리 방안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문섬 해역에 관한 수중취재 및 자료 수집은 2003년 12월, 2007년 10월, 2011년 4월과 5월, 2013년 8월 등 총 15회에 걸쳐 이뤄졌다.
- 문섬·범섬·섶섬 포함 13.7㎢ 규모 해역
- 해양생태보호구역이자 천연기념물 제442호
- 1등급 청정 수질, 다양한 퇴적환경
- 산호 서식지 덕분 거대 생명공동체 형성
- 생태보호구역 지정 후 9년 동안 사실상 방치
- 2011년 개선책 마련, 해양생태 시범조사 중
- 나무섬·남형제섬 관리 기본계획 마련, 롤모델 될 수 있을 것
| |  |
| 나무섬과 남형제섬은 문섬 해역과 마찬가지로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권에 있다. |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문섬 주변 해역은 문섬, 범섬, 섶섬을 포함하는 13.7㎢를 일컫는다. 이들 섬 주변은 공통으로 수심이 40m 이내이며, 수중 시야는 5~20m를 유지하고 있다. 문섬은 연산호와 해조류가, 범섬은 연산호, 해조류, 어류 그리고 섶섬은 해조류, 모랫바닥, 해송 등이 특징적이다. 이곳 해역별 수질 등급은 대부분 1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바닥층은 암반, 모래, 펄, 산호퇴적물 등으로 돼 있어 각각의 환경에 맞는 다양한 종의 바다 생물들이 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문섬 주변 해역이 주목받는 것은 바다맨드라미류 등의 연산호가 고밀도 서식해 빼어난 수중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출현하는 32종의 산호 중 12종이 국내 및 국제법으로 보호되는 종이며, 산호류의 다양성이나 화려함, 밀집도 측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다. 2002년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문화재청은 이들 해역과 남제주군 송악산 해역을 묶어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했다. 문섬 주변 해역을 대표하는 바다맨드라미류는 같은 연산호이지만 군체 중심에 단단한 축을 가지고 있는 고르고니언 산호류와 달리 물렁물렁한 육질만으로 구성돼 있다. 자포동물인 산호류 폴립에는 무수한 수의 편모조류들이 공생하고 있는데 이들은 바닷속 식물인 해조류와 한가지로 광합성을 한다. 이들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 내는 산소와 영양물질은 바닷속 먹이사슬의 기초가 돼 플랑크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이들을 포식하기 위한 작은 물고기와 이를 먹잇감으로 하는 큰 물고기들을 불러 모은다. 결국, 문섬 주변 해역은 청정한 바닷물과 다양한 퇴적 환경, 여기에다 산호 서식지가 만들어낸 먹이사슬로 말미암아 거대한 생명의 공동체가 조성됐다.
| |  |
| 범돔은 문섬 해역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아열대종이다. |
2012년 해양환경관리공단이 발표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이 해역에는 온대성 생물 종보다는 열대나 아열대 생물 종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어류만을 놓고 보면 아열대, 열대 종이 80% 이상 차지한다. 나무섬, 남형제섬 해역을 포함해 우리나라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여름철에 관찰할 수 있는 열대 생물 종들을 문섬 해역에서는 사계절 볼 수 있는데, 이는 구로시오 난류에 실려 온 열대 생물 종들이 문섬 해역에 정착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문섬 해역이 우리나라 연안으로 퍼져 나간 열대 생물 종들의 출발점이란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되짚으면 우리 연안의 열대 생물 종들의 분포 한계, 서식 범위 등에 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럼 문섬 해역은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어떻게 관리됐을까.
놀라운 것은 지난 11년 동안 체계적인 보전대책 및 관리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신두리 사구, 대이작도, 오륙도, 가거도, 소화도 등 이미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해역도 마찬가지. 법률에 따라 지정된 해양생태계보호구역들은 같은 법률로 관리 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이와 같은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기존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해역에 관한 과학적인 조사가 진행된 바 없을 뿐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해양생태계보호구역 관리가 얼마나 미흡한지 알게 해준다.
| |  |
| 수심이 얕은 곳. 바위에 빼곡하게 붙은 작은 크기의 수지맨드라미 사이로 주걱치들이 무리지어 다니고 있다. |
이에 대한 문제 제기로 2011년에 와서야 해양환경관리공단 측이 문섬 해역만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 및 해양생물 서식실태에 관한 시범 조사 사업을 벌여 관리 기본계획과 개선책을 마련 중이지만 이는 문섬 해역에만 국한된 시범 사업으로 전체 해양생태계보호구역까지 확대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해양생태계보호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1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목표를 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우리나라 역시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을 포함한 해양보호구역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해양보호구역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는 늘어난 해양보호구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나무섬과 남형제섬에 관한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지정을 앞두고 관리 기본계획 마련은 필수적이다. 이는 2011년부터 문섬 해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시범 조사사업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 |  |
| 문섬 주변 해역이 주목 받는 것은 바다맨드라미류 등의 연산호가 고밀도 서식하고 있어 빼어난 수중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