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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도 항공권만 갖고 라멘집 찾아 일본행
- 돌고돌다 사이타마 산골서 발견
- 며칠간 매달려 주방출입 허락 기술 배워
- 돼지관절뼈·한우 사골 섞어 25시간 끓여
오늘날 일본의 '국민 면 요리'는 라멘이다. 우동집과 소바(메밀국수)집을 합친 것보다 라멘집이 많다. 이처럼 열풍을 일으키게 된 것은 라멘이 규정할 수 없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라멘의 개방성과 다양성은 요리사에는 도전정신을, 소비자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열풍은 몇 년 전부터 한국 시장에도 본격 상륙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외식업으로 전환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김진용은 이러한 흐름을 일찌감치 감지했다. 2007년 그는 편도 항공권만 끊어 일본 도쿄로 갔다. 규정할 수 없는 음식의 정답은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라멘의 본고장인 도쿄, 라멘의 발상지인 요코하마를 거쳐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미야기현을 두루 돌았다.
무릇 모든 성공신화는 약간의 극적인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라멘은 여행의 막바지, 사이타마현의 산골 마을 치치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운한 첫맛, 농후한 끝 맛'. 김진용이 치치부의 작은 라멘집 '쿠리야'에서 만난 라멘의 첫인상이다.
고집 센 일본의 요리사들은 때때로 돈보다 사람됨에 설득당한다. 김진용은 '쿠리야'의 주인장 데지마 씨에게 몇 날 며칠을 매달렸다.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의 반대 또한 만만찮았다. 지루한 설득 끝에 쿠리야의 주방 출입을 허락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진용은 쿠리야에서 배운 맛을 재현하기 위해 실패를 거듭하며, 부산과 치치부를 부지런히 오갔다. 그리고 2008년 부산 해운대 '치치부'의 오픈을 앞두고 데지마 씨를 초대했다. 김진용의 라멘을 맛본 데지마 씨는 "내 것보다 낫다"는 한 마디로 제자를 격려했다.
치치부 라멘 맛의 비결은 돼지 관절뼈와 한우 사골을 섞어 25시간 동안 끓여낸 국물에 있다. 뼈 국물 특유의 육향은 살아 있으면서도 잡냄새는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개운한 첫맛과 농후한 끝 맛'은 돼지 뼈와 소뼈가 각자의 맛 성분(아미노산)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만들어진 견고한 구조다. 어찌 보면 설렁탕 같고, 어찌 보면 돼지 국밥 같다. '돼지 국밥의 성지'로 알려진 경남 밀양시 무안면의 그것과 무척 닮았는데, 이것이 일본 혼슈의 산골 마을 치치부에서 온 것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치치부에는 '끓는 솥, 끓은 솥, 끓일 솥'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적어도 3개 중 하나는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다. 명절 연휴에도 마찬가지다. 원가도 줄이고 좀 쉽게 가 볼 요량으로 요령도 피워봤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고객의 원성과 자신의 작업에 대한 회한뿐. 결국, 맛있는 라멘은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다.
라멘 요리사가 꽤 멋있고 창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다. 면을 뽑고, 뼈를 손질하고, 국솥을 살피고, 고명을 만들다 보면 하루가 저문다. 맛을 구현하기는 쉽지만 관건은 그것을 유지하는 데 있다. 맛을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의 혀가 기준일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을 통해 감각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김진용은 말한다.
'최고의 B+가게'. 김진용이 지향하는 치치부의 미래다. 라멘은 대중음식이다. 어쩌다 한 번 먹는 특별한 음식 아니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어야 한다. 그의 라멘은 묘하게 사람을 당긴다. 한 모금, 한 모금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다. 무릇 창조는 모방에서 비롯된다. 일본 산골 마을 작은 라멘집을 모방한 김진용의 라멘이 부산에서 어떤 청출어람을 보여 줄지 궁금하다. 물론 그 답은 지금도 맹렬히 끓고 있을 '국솥'만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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