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부산의 요리사들 <4> 부산 해운대 치치부 김진용 요리사

1년 내내 끓는 국솥…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최고의 B+ 라멘' 비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8-15 19:00:52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편도 항공권만 갖고 라멘집 찾아 일본행

- 돌고돌다 사이타마 산골서 발견

- 며칠간 매달려 주방출입 허락 기술 배워

- 돼지관절뼈·한우 사골 섞어 25시간 끓여


오늘날 일본의 '국민 면 요리'는 라멘이다. 우동집과 소바(메밀국수)집을 합친 것보다 라멘집이 많다. 이처럼 열풍을 일으키게 된 것은 라멘이 규정할 수 없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라멘의 개방성과 다양성은 요리사에는 도전정신을, 소비자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열풍은 몇 년 전부터 한국 시장에도 본격 상륙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외식업으로 전환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김진용은 이러한 흐름을 일찌감치 감지했다. 2007년 그는 편도 항공권만 끊어 일본 도쿄로 갔다. 규정할 수 없는 음식의 정답은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라멘의 본고장인 도쿄, 라멘의 발상지인 요코하마를 거쳐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미야기현을 두루 돌았다.

무릇 모든 성공신화는 약간의 극적인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라멘은 여행의 막바지, 사이타마현의 산골 마을 치치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운한 첫맛, 농후한 끝 맛'. 김진용이 치치부의 작은 라멘집 '쿠리야'에서 만난 라멘의 첫인상이다.

고집 센 일본의 요리사들은 때때로 돈보다 사람됨에 설득당한다. 김진용은 '쿠리야'의 주인장 데지마 씨에게 몇 날 며칠을 매달렸다.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의 반대 또한 만만찮았다. 지루한 설득 끝에 쿠리야의 주방 출입을 허락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진용은 쿠리야에서 배운 맛을 재현하기 위해 실패를 거듭하며, 부산과 치치부를 부지런히 오갔다. 그리고 2008년 부산 해운대 '치치부'의 오픈을 앞두고 데지마 씨를 초대했다. 김진용의 라멘을 맛본 데지마 씨는 "내 것보다 낫다"는 한 마디로 제자를 격려했다.

치치부 라멘 맛의 비결은 돼지 관절뼈와 한우 사골을 섞어 25시간 동안 끓여낸 국물에 있다. 뼈 국물 특유의 육향은 살아 있으면서도 잡냄새는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개운한 첫맛과 농후한 끝 맛'은 돼지 뼈와 소뼈가 각자의 맛 성분(아미노산)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만들어진 견고한 구조다. 어찌 보면 설렁탕 같고, 어찌 보면 돼지 국밥 같다. '돼지 국밥의 성지'로 알려진 경남 밀양시 무안면의 그것과 무척 닮았는데, 이것이 일본 혼슈의 산골 마을 치치부에서 온 것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치치부에는 '끓는 솥, 끓은 솥, 끓일 솥'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적어도 3개 중 하나는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다. 명절 연휴에도 마찬가지다. 원가도 줄이고 좀 쉽게 가 볼 요량으로 요령도 피워봤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고객의 원성과 자신의 작업에 대한 회한뿐. 결국, 맛있는 라멘은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다.

라멘 요리사가 꽤 멋있고 창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다. 면을 뽑고, 뼈를 손질하고, 국솥을 살피고, 고명을 만들다 보면 하루가 저문다. 맛을 구현하기는 쉽지만 관건은 그것을 유지하는 데 있다. 맛을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의 혀가 기준일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을 통해 감각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김진용은 말한다.

'최고의 B+가게'. 김진용이 지향하는 치치부의 미래다. 라멘은 대중음식이다. 어쩌다 한 번 먹는 특별한 음식 아니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어야 한다. 그의 라멘은 묘하게 사람을 당긴다. 한 모금, 한 모금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다. 무릇 창조는 모방에서 비롯된다. 일본 산골 마을 작은 라멘집을 모방한 김진용의 라멘이 부산에서 어떤 청출어람을 보여 줄지 궁금하다. 물론 그 답은 지금도 맹렬히 끓고 있을 '국솥'만 알고 있을 것이다.


   
김진용은 197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04~2007년 '니코니코' 부산대점과 서면점을 운영했다. 2007년 일본 사이타마현 치치부시 '쿠리야'에서 라멘 기술을 전수받았고, 2008년부터 해운대 '치치부' 대표 겸 요리사를 맡고 있다.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대 미술관 외벽 벽돌 ‘와르르’…작업중이던 미화원 숨져
  2. 2낙동강 수필공모전 대상 최옥숙 씨 ‘안녕’…손녀딸 잃은 아픔 잘 표현
  3. 3QM6 소음 잡고 고품질 사운드 장착…콘서트홀이 따로 없네
  4. 4부산 동래구, ‘행복한 아빠교육’ 진행
  5. 5노무현 10주기 앞두고 봉하마을 게시판 ‘테러’
  6. 6부울경 상장기업 1분기 실적 ‘방긋’
  7. 7최혜진 국내 독주냐, 김지현 2연승이냐
  8. 8[피플&피플] 강정순 부산세무사회 회장
  9. 9양산 ‘사송 더샵 데시앙’, 부산 생활권에 숲·역세권까지…가성비 높은 브랜드 타운 가치 상승
  10. 10미국 “엄청난 힘 마주할 것” 이란 “침략자 결국 사라져” 말폭탄
  1. 1文 “5·18 맞아 광주시민께 너무 미안”
  2. 2광주 찾은 황교안, 시민들 항의 몸싸움
  3. 3정부, 개성 기업인 방북승인
  4. 4盧 서거 10주기 앞둔 부산, 추모열기
  5. 5문 대통령, 취임 3년 첫 靑비서관 인사
  6. 6트럼프 내달 하순 방한…동맹강화 논의
  7. 7"리비아 피랍 60대 315일 만에 석방"
  8. 8바른미래당, 투톱 손학규-오신환 정면충돌
  9. 9집권 3년차 첫 靑비서진 개편…'분위기' 쇄신·'성과' 도출 의지
  10. 10김현아 의원, ‘文 대통령 한센병’ 비유 결국 사과
  1. 1환율 1200원 코앞…수출 반등 호재냐, 원화 경쟁력 악재냐
  2. 2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북항재개발 수혜 ‘미니 신도시’…매축지마을 랜드마크 단지로 급부상
  3. 3 세무당국 주택취득자금 출처조사 강화
  4. 4힐스테이트 명륜 2차, 명륜 1호선 초역세권에 첨단 주거시설…‘힐스테이트 타운’이 선다
  5. 5미국, 자동차 관세 6개월 연기…추후 한국산은 면제 전망도
  6. 6동래 행복주택 내달 입주자 모집…모든 가구 에어컨·가스쿡탑 설치
  7. 7부산 제로페이 가맹점 1만 곳 목표로 뛴다
  8. 8내년 500조 넘는 ‘슈퍼예산’…정부, 적자에 빚잔치 우려
  9. 9제조·스마트기술 융합 국제기계전 22일 개막
  10. 10기아차, 부산에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정비장 설치
  1. 1여경 ‘무능’ 논란에 풀영상 공개
  2. 22019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 축제
  3. 3경찰간부 여성화장실 훔쳐보다 덜미
  4. 4조현병 남성 부산 편의점서 흉기 난동
  5. 5부산 분식집 여주인 살해 60대 검거
  6. 6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서 불
  7. 7'아내 폭행치사' 유승현 전 의장 구속
  8. 8기상청 “전국날씨 비소식”
  9. 9전동 킥보드 11살 어린이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 검거
  10. 10대림동 여경 논란… “치안조무사” “무능” VS “무전 지원요청” “제압에 도움”
  1. 1권아솔 인스타에 쏟아지는 비판
  2. 2최동원 동상 밟고 사진 찍은 부산대 사과
  3. 3맨시티, FA컵 우승…트레블 달성
  4. 4김기태 KIA감독 자진 사퇴
  5. 5‘21골’ 호날두 VS ‘22골’ 자파타 대결
  6. 6빙속여제 이상화 SNS로 은퇴소감 전해
  7. 72019 여자 월드컵 나설 23인 확정
  8. 8‘창 VS 방패’ 잉글랜드·네덜란드 네이션스리그 준결승 나설 소집 명단 공개
  9. 9진민섭,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 2위…5m20
  10. 10 도스 안요스 연패 탈출인가? 케빈 리 웰터급 티이틀 합류일까?
롯데자이언츠 스프링캠프
‘롯데 5선발’ 노리는 김건국, 첫 실전 7실점 쓰라린 경험
롯데자이언츠 스프링캠프
한 점 짜내기 야구…손아섭 ‘팀배팅’ 총대 메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