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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캘리그라피 배워볼까요?

감성충만 개성만점…손글씨 그리운 사람들 모두모두 모여라

몰입의 즐거움…세상 단 하나의 글 그리다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3-07-18 19:16:0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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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쓸 수 있는 내 글씨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캘리그라피를 배운다. 상업적 서예라고도 불리는 캘리그라피는 자유로움과 독창성이 매력이다.
글씨를 쓰는 것은 마음을 모으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직 붓의 움직임과 글자의 모양에 저절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집중하지 않으면 원하는 대로 글씨를 만들어내기도 어렵습니다.

캘리그라피는 활자 편집으로 만들어내는 디자인인 타이포 그라피의 일종입니다. 활자를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변주하고 배치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을 타이포 그라피라고 합니다. 잡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거지요. 이것이 컴퓨터로 편집해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캘리그라피는 사람이 손으로 쓴 글씨로 동일한 디자인 효과를 내는 겁니다. 붓이나 면봉, 나무젓가락 등 어떤 것이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도구들로 획의 길이와 두께, 크기 등을 조절해 다양한 글씨체를 만들어 냅니다. 컴퓨터로 만들어낸 글씨가 자로 잰 듯 반듯하고 깔끔하며 세련된 것이 특징이라면 캘리그라피는 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글씨체입니다. 쓰는 사람의 개성과 함께 그 글씨나 글귀가 가지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언젠가부터 손으로 편지를 쓴다거나 일기를 쓰거나 하는 게 아주 많이 줄었습니다. 기자도 직업상 항상 메모하긴 하지만, 손 편지는 10년 전쯤 군대에 간 남동생에게 쓴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손으로 쓰던 글자를 컴퓨터의 키보드가 대신하기 시작하고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활용이 더 간편해지면서 더욱 손으로 정성 들여 무언가를 쓰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손글씨가 뒤안길로 멀어지자 오히려 손글씨에 대한 향수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손으로 쓰고 만드는 일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캘리그라피는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2~3년 전부터는 영화 포스터, 책 표지, 드라마 타이틀 등에서 아주 빈번하게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캘리그라피의 개성과 함께 컴퓨터 작업에 적용하기 편한 특성 때문입니다. 손으로 쓴 글씨를 스캔해 파일화한 뒤 거기에 맞는 영상이나 이미지와 결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업화된 서예라고도 부른답니다. 특히 사극의 타이틀은 대부분이 캘리그라피를 사용합니다. 고전적인 느낌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울 때는 붓으로 시작합니다. 붓을 잘 다룰 수 있게 되면 어떤 것이든 도구가 될 수 있어서랍니다. 재미있는 것은 손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 사람이라면 캘리그라피도 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많다는 겁니다. 반대로 굉장한 악필인데 캘리그라피에서는 아름답게 모양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답니다. 또 서예를 배운 사람이 붓으로 쓰는 캘리그라피를 잘할 것 같은데도 오히려 서예에서 익힌 정해진 글씨 모양이 방해되는 사례가 많다니 신기합니다. 손재주와 함께 공간 내에 글씨를 어떻게 배열하는지에 관한 눈썰미가 더 필요한 듯했습니다.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시대. 그 가운데서 벼루에 먹을 갈고, 붓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곁에서 보니 자유로운 붓놀림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에서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 배우는 법

- 멋진 글씨 많이 모사 해봐야 자신 만의 개성있는 글자돼

   
본지의 금요매거진 '주말엔'과 '캘리그라피'를 수강생 김지안 씨가 작업하는 모습이다. 사진=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캘리그라피는 기초반이 3개월, 고급반이 6개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2시간30분가량씩 진행되므로 과제를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쌓이는 속도가 달라진다. 결국 혼자 많이 써봐야 아름답고 균형이 있으면서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글씨를 쓸 수 있게 된다.

캘리그라피의 기초는 모사에서 시작한다. 잘 되고 멋진 글씨를 보고 따라 쓰는 연습부터 한다. 그것이 좀 익숙해지면 글씨의 크기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장법에 관한 공부를 시작한다. 글씨의 크기와 위치를 변경하면서 강조하는 것도 저절로 배울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이른바 붓놀림도 함께 익힐 수 있다. 붓을 세게 눌렀다가 떼거나 손에 힘을 빼고 흘리거나 하는 식으로 획의 두께와 길이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붓의 움직임이 자유스러워지면 만년필이나 붓펜 등으로 혼자 연습하는 것도 좋다. 재료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글씨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을 권한다. 캘리그라피와 그림을 함께 엮어내고 싶다면 먹그림도 배울 수 있다. 준비물은 화선지와 먹 혹은 먹물, 벼루, 붓만 있으면 된다. www.eKCDC.or.kr

- 광고·영화포스터 드라마 타이틀로 관객과 독자들 시선·마음 사로잡아
- 최근 2~3년새 인기 급증

-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 강사 1명, 최대 5명만 지도
- 간판·선물용 소품에 활용, 컴퓨터 작업땐 무궁무진

하얀 화선지 위에 조용히 붓이 움직인다. 찌는 듯한 날씨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실내는 조용하다. 단독 주택을 고쳐 만든 카페는 캘리그라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와서 즐기고, 작품을 감상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카페는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의 사무실도 겸하고 있다.

홍순두 대표는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많아 부산에서 시작한 것은 7~8년 전이다. 그때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더니 최근 2~3년 사이에 캘리그라피의 인기가 높아졌다. 처음엔 광고계에서 시작되더니 TV 드라마 타이틀, 영화 포스터, 책 표지까지 캘리그라피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인기를 끈 '은밀하게 위대하게' '방자전' '후궁: 제왕의 첩' '실미도' '괴물'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 포스터에도 캘리그라피가 빠지지 않는다. 영화 '은교'도 마찬가지다. 영화 포스터나 드라마 타이틀 등은 첫 이미지로 관객이나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그런 만큼 강렬하면서도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매력이 캘리그라피에 있다보니 많은 곳에서 캘리그라피 작품이 쓰이고 있는 듯했다.

취재를 간 지난 9일 오전 10시부터 캘리그라피 초급반의 수업이 진행됐다. 송은하 강사가 3명의 수강생의 글씨를 봐 주는 중이었다. 캘리그라피는 한 반에 3명에서 최대 5명까지만 수강생을 받는다. 그래야 강사가 한 명씩 제대로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좋은 글씨를 모방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 아름다운 글씨로 마음마저 정돈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 수강생들이 쓴 글씨로 만든 엽서들. 사진 속 이미지와 어울리는 데 중점을 뒀다.
김지안(23·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는 몰입의 즐거움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강사님이 내신 숙제 하다가, 저절로 욕심이 나 쓰다 보면 밤을 꼬박 새우는 일도 제법 많아요. 어느새 날이 밝는 거죠." 글씨를 쓰다 보면 저절로 잡생각이 없어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글씨에만 집중하게 되니 좋아요. 붓 움직임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김 씨는 배운지 3달 정도 돼 이제 중급반으로 옮기게 된다. 그는 "유명한 작가들의 글씨를 처음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그런데 베껴 써 보고, 같은 필체로 다른 글씨도 써보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들의 글씨가 왜 좋은지,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지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송 강사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다는 유일성도 캘리그라피의 매력이다. 붓 말고도 쓸 수 있는 모든 도구를 다 재료로 쓸 수 있는 자유스러움과 파격도 장점"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는 "지안 씨처럼 혼자 습작을 많이 해봐야 실력이 는다. 자꾸 써봐야 붓과 손이 자유스러워지고 자신만의 서체도 만들 수 있다"며 다른 수강생에게도 많은 연습을 당부했다.

■ 디자인으로 어디든 적용 가능

   
캘리그라피로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써서 찻주전자를 가득 채웠다. 캘리그라피는 어디든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뛰어나다.(위),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에서 초급 수강생들이 작가들의 글씨를 모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센터 내에는 캘리그라피를 적용한 다양한 소품들을 볼 수 있다. 도자기 재질의 찻주전자와 찻잔에 빼곡히 쓰인 캘리그라피, 이미지와 캘리그라피 작품을 조합해 만든 엽서, 부채 위의 그림 등이 센터에 전시돼 있다. 실제로 센터에서는 캘리그라피 작품을 의뢰받기도 한다. 가게의 간판이나 선물용 액자 등을 원하는 서체와 문구로 작업해 준다. 작품의 크기와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작품비는 10만 원대부터 시작된다.

수강생 이임경(33·부산 금정구 청룡동) 씨는 서예를 3~4년간 취미로 배웠다. 그래서 붓으로 쓰는 것에는 다른 초보들보다는 익숙하지만, 오히려 서예의 고르고 바른 글씨가 캘리그라피에는 약간의 방해가 되고 있었다. 송 강사는 "서예를 오래 하신 분은 오히려 획에 많은 변화를 주는 캘리그라피를 어려워한다. 정해진 글씨의 틀을 깨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강생 이 씨는 "캘리그라피는 이미 쓴 글씨를 컴퓨터 작업으로 다른 이미지와도 결합할 수 있고, 직업적인 면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홍 대표는 "센터에서 배출한 수강생들이 만든 서체를 모아서 판매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취미가 발전돼 경제적 도움까지 연계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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