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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따라 이야기 따라 <14> 가야 역사 품은 장유사

수로왕·허왕후 처음 만나 부부의 연 맺은 곳

  • 국제신문
  •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  |  입력 : 2013-07-04 18:57:53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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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대청동 불모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장유사.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만나 첫 날을 보낸 장소로 알려져 있는 등 가야 역사가 서린 사찰이다. 노수윤 기자
- 허왕후 오빠 장유화상
- 누이따라 가야왔다 창건說

- 삼국유사는 가야 질지왕이
- 허왕후 수로왕 처음만난 곳
- 중히 여겨 452년 건립 기록

- 임진왜란·한국전쟁때 화재
- 1982년 화엄스님이 중건

남해고속도로 장유IC를 빠져 나오면 장유신도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연이어 서 있다. 회색 숲을 이룬 듯 하다. 이곳에서 창원터널로 가는 지방도를 따라 가다 대청IC를 지나 우회전 하면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굽이굽이 흐르는 대청천을 만난다. 계곡을 따라 개설된 도로를 따라 오르면 장유폭포에 다다르고, 여기에서 4㎞ 정도 더 가면 장유사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경내는 의외로 한적하다. 산 아래에서부터 장유사까지 도로가 나 있다고는 하지만 좁고 가파른 산길이나 다름없는 데다 꽤나 험준하기 때문에 찾는 발길이 늘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교의 남방전래설과 관련된 유서 깊은 사찰인 장유사는 곳곳에 역사를 담고 있다.

■가야의 역사를 품은 사찰

김해시 대청동(옛 장유면 대청리) 불모산 자락에 자리잡아 김해평야를 굽어보는 장유사. 오랜 세월동안 김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흥망을 지켜보고 있은 듯 하다.

장유사는 서기 48년에 인도 아유타국의 태자이자 승려이며, 허왕후의 오빠인 장유화상(허보옥)이 누이를 따라 가야로 왔다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하나 정확한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 삼국유사에는 452년에 가락국 질지왕이 허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왕후사를 세웠고, 500년이 지난 뒤 왕후사 자리에 창건된 절이 장유사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장유사의 창건 연대는 명확하지 않으나 가야시대부터 지금까지 지역과 줄곧 함께 한 사찰인 것은 분명하다.

장유사는 부침도 많았다. 조선시대 김해부사 김맹현 등이 1469년에 편찬한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誌)'에 '불모산 장유사는 선종에 속한다'라고 적고 있어 이 시기에도 많은 수도승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사찰이 옛모습 그대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모두 불 타버렸고 이후 중건했으나 다시 화재로 소실됐다. 이후 어느 때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운판, 영담, 만허 등의 스님이 중건을 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에는 주지인 활해상인이 청신녀 구품화의 시주를 받아 법당과 동서(東西) 요사를 중건했다. 이렇듯 어려운 시절을 지냈왔으나 장유사는 한국전쟁 때 다시 완전 소실되는 불운을 겪었다. 지금의 사찰은 1982년 화엄 스님이 중건한 것이다.

새로 지은 지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아 장유사 경내에 들어서도 창건 유래 및 역사에 비해 감흥이 적다. 여러 차례 중건되면서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불교의 남방전래설을 입증하는 사찰이어서, 과거에나 지금이나 불교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

장유사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속인들의 더 많은 관심을 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고찰이라는 명성과 달리 단촐한 데다 여기 저기에서 공사를 벌이는 등 어수선한 것을 보고는 그렇게 흥미로워 하지 않는다. 특히 현대에 중건된 대웅전과 삼성각 등을 대하면서 좁고 가파른 산길 한켠에 있는 그저 그런 사찰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이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처음 부부의 인연을 맺은 곳이요, 사랑이 시작됐던 곳이라는 것을 들으면 한 편의 러브스토리를 보듯 장유사의 내력에 관심을 나타낸다.

허왕후가 인도에서 배를 타고 오랜 기간 항해해 망산도에 다다른 것을 본 신귀간이 김수로왕에게 달려가 아뢰고, 왕은 구간을 보내 대궐로 모시려 했으나 허왕후는 모르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신하를 거느리고 행차해 산 변두리에 장막의 궁전을 설치하고 기다렸다. 배에서 내려 언덕에서 쉬고 있던 허왕후는 마침내 수로왕을 찾아 가 장막의 궁전에서 첫 날을 보낸다.

질지왕이 이곳을 중요시하고 장유사를 창건해 허왕후의 명복을 빈 것도 왕과 왕후가 만나 가야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리라.

김해시는 허왕후가 배에서 내려 수로왕을 만난 뒤 대궐이 있던 봉황대까지 걸었던 길을 ·허왕후 신행길'로 정하고 스토리텔링화 한다는 계획이다.


# 불모산 이름 유래

- 생불 된 일곱 왕자의 어머니 허왕후를 '佛母'

   
김해불교사암연합회가 매년 열고 있는 장유화상 추모재 모습. 올해는 김해시를 대표해 경남민속예술축제에도 참가했다.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의 경계에 위치한 불모산(佛母山)은 장유사를 품고 있는 산이다.

해발 801m 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가야 역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산 이름의 유래에 대해 일부 이견도 있지만 허왕후와 7명의 왕자와 관련된 전설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삼국유사 등의 기록에는 보이지 않지만 장유화상의 행적은 설화의 형태로 전해진다. 이 설화가 불모산 명칭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슬하에 둔 왕자는 모두 10명. 이 중 큰 아들 거등은 왕위를 계승하고,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의 성을 따라 허씨의 시조가 됐다. 나머지 일곱 명의 왕자는 장유화상을 따라 장유사에서 처음 수도를 했고, 가야산에 들어가 3년동안 불법을 닦았다. 왕후가 왕자를 보기 위해 자주 가야산을 찾자 장유화상은 수도에 방해가 된다며 왕자와 함께 지리산(하동 칠불암)으로 들어갔다. 세월이 흘러 다시 왕후가 지리산을 찾았을 때 장유화상은 왕후를 반가이 맞으며 아들들이 성불했으니 이제는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때 무슨 소리가 들리는 연못을 보니 왕자들이 모두 생불이 되어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산의 이름은 '부처님의 어머니(佛母)'인 불모산이 됐다.

반면 철을 생산하기 위해 쇳물을 담고 있는 노야(爐冶)의 다른 이름인 '불못(火池)'이 불모(佛母)와 속음이 비슷하여 표기하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름의 유래야 어찌됐든 불모산은 오랫동안 장유사와 가야 역사를 품은 산으로 지역민의 뇌리에 남아 있다. 김해불교사암연합회는 해마다 장유사에서 장유화상 추모재를 갖고 있으며, 올해는 김해를 대표해 경남민속예술축제에도 참가했다.

요즘은 김해와 창원을 잇는 창원터널에다 불모산터널까지 개통되면서 편리하게 양 지역을 통행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불모산을 따라 난 산길을 통해 오가면서 장유사와 장유화상, 그리고 가야 역사를 되새겼을 것이다.


# 장유화상과 '장유' 지명

- 오랜 역사 간직한 지역 오늘날 13만 신도시로 발전

   
장유사 내에 있는 장유화상 사리탑.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장유(長有)는 가야의 오랜 역사와 향기가 깃들어 있는 지역이다.

장유화상(長遊和尙)은 허왕후와 함께 인도에서 배를 타고 가야에 왔다가 무사히 혼례를 치른 것을 본 후 산에 들어가 '부귀를 뜬 구름과 같이 보며 불도를 펼치며 산을 떠나지 않았다(長遊不返)'고 해 붙혀진 이름이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장유화상이 허왕후와 함께 왔다는 기록이 없으나 김해의 은하사 '취운루 중수기(翠雲樓 重修記)'에 내용이 적혀 있다. 장유사에는 장유화상의 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사리탑(문화재자료 제31호)이 남아 있다. 가락국 질지왕이 장유사를 세운 뒤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유물들은 모두 소실되었으나 탑 만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어 장유화상의 실존을 증명해 주고 있다.

정확한 고증은 없으나 장유산(지금의 태정산) 부근에 형성된 마을을 장유촌(長遊村)이라 했다는 것에서 장유 지명과 장유화상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고려시대 장유는 '제을미향' '장유촌' '유하촌'의 세 마을로 형성됐다. 1810년 유하면에서 1879년 유등야면으로 바뀌었다가 고종 22년인 1885년 장유면이 됐다. 이 때 지명의 한자 표기가 장유(長遊)에서 지금의 장유(長有)로 변경됐다.

인구 13만여 명으로 전국 최대의 면이었던 장유는 지난 1일부터 장유1동과 2동, 3동으로 나뉘어진 거대한 도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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