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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라틴기행 <12> 파나마

세계 교역량 5% 지나는 운하, 20세기 불가사의 중 하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27 19:01:32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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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운하의 파나막스급 선박이 이동하는 모습.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세계 교역량의 5%에 달한다.
- 중남미 유일 지진·허리케인 피해 적어
- 수도 파나마시티는 마천루 즐비 세련미
- 인구 300만· 남한 4분의 3 크기 영토

- 수많은 흑인노예 희생 위에 건립된 운하
- 계단식 수로, 물 흐름만으로 배 지나가게
- 통행료 연 12억 달러, 국가예산 20% 차지

파나마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지진이 없고 허리케인의 피해도 적은 편이다. 그 때문에 수도 파나마시티에는 고층 건물이 즐비하다. 치안의 위험도 느낄 수 없을뿐더러 높은 마천루로 솟아오른 건물에는 은행 간판이 빼곡하다. 라틴의 향기보다는 유럽의 대도시처럼 세련미까지 느껴진다.

파나마 하면 운하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다른 중미 국가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이 많다. 파나마에서 스페인의 식민지 유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포르토벨로의 스페인 요새다. 1502년, 콜럼버스가 네 번째 항해에서 이곳에 도착하였는데, 그때 이곳의 이름을 '아름다운 항구'라는 포르토벨로라고 지었고, 식민지 시절 신대륙의 금과 은이 이 항구에서 스페인으로 다 보내졌다고 한다. 포르토벨로는 두 개의 도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다. 포르토벨로에는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대서양 횡단무역을 보호하기 위해 지은 방어 요새가 있고, 아직도 당시의 포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 파나마에서 만난 의지의 한국인

   
파나마에서 성공한 농업인 문정웅 사장과 현지 직원.
파나마시티의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파나마에도 자연과 벗 삼아 자연에서 살아가는 인디오가 있다.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 길로 들어서면 가는 길목마다 인디오를 쉽게 볼 수 있다. 고온다습한 열대기후이기 때문에 주로 원두막처럼 생긴 집에서 생활하는데, 강에서 고기도 잡아먹고 닭도 키우면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아메리카 인디오이다. 원숭이를 애완견 키우듯 기르는 원주민도 있다. 파나마 원주민의 생활 중 특이한 것이 칸막이도 되어 있지 않은 오두막집에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산다는 것이다. 두 가족, 또는 세 가족이 어울려 살며 이웃보다 가까운 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

파나마에서 귀인을 만났는데 바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는 한국인 문정웅 사장이다. 4만5000평 규모의 농장에만 100여 명의 일꾼을 거느린 문 사장도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온갖 자연재해와 질병 때문에 가축 한 마리 키우기조차 변변찮아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실패를 발판삼아 현지 기후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서 지금은 파나마에서 성공한 농업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 사장은 "버는 돈을 모두 땅에 갖다 부어서 가지고 있는 돈은 하나도 없다"고 넋두리하며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수확한 옥수수 250t을 시에 기부, 어렵게 사는 이웃에게 나눠주게 해 시장으로부터 감사패와 감사편지를 받는 등 선행도 마다치 않는 문 사장. 파나마 낯선 땅에서 성공한 한국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이런 넉넉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니 필자 또한 동포로서 마음이 뿌듯하다.

■ 연간 1만5000척 통행하는 파나마 운하

   
남한 면적의 4분의 3밖에 안 되는 인구 300만 명의 조그만 나라 파나마가 세계 교역의 중심이 된 것은 바로 파나마 운하 때문이다.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연간 1만5000척 정도로 전 세계 교역량의 5%를 차지한다. 통행료 수익만 연간 12억 달러로 파나마 국가 예산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파나마는 중미에서 남미로 가는 대륙 간의 통로다. 세계의 십자가로 불릴 만큼 교역의 요충지인 파나마는 역사적으로 굴곡이 많았다. 스페인 식민지 이후에도 파나마 운하 때문에 강대국의 접전이 치열했다. 1999년 12월 31일 미국으로부터 파나마 운항권을 이양받을 때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은 대서양에서 파나마 운하가 시작되는 콜론을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해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이 한창이다. 이 운하 때문에 파나마는 중앙아메리카 다른 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파나마 운하는 배가 지나가는 수로가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배의 동력 없이 물의 흐름만으로 운하를 지나가게 설계되어 있다. 수로의 폭이 33.5m. 이곳을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막스급 선박의 폭(선폭)이 32.3m로 수로와는 1m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갑실이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고, 갑실마다 특별한 밸브가 설치되어 있어 불과 8분 만에 수 만t의 물을 채우고 뺄 수 있다. 진입하려는 갑실에 물을 채워 수위가 같아지면 수문을 열고, 수위가 같아졌을 때 양쪽에서 4개에서 8개의 궤도차가 큰 배를 끌고 간다. 그 큰 배를 이동하는데 오차가 1m 정도밖에 없어 마치 아슬아슬한 곡예 같아 보는 사람의 마음도 조마조마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배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건너가는 데는 불과 4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보통 배 한 척에 평균 6500만 원 정도 통행료가 들지만 통행료가 비싸도 먼 길을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어서 미국 동부와 아시아를 오가는 선박들은 파나마 운하를 많이 이용한다.

■ 흑인 노예의 희생으로 완성한 운하

   
파나마의 전형적인 인디오 주택과 원주민들.
세계적인 명소가 된 파나마 운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수많은 흑인의 희생이 있었다. 원래 파나마 운하 공사는 1529년 에스파냐가 구상했지만, 실제로 공사가 착공된 것은 1880년 이후이다. 먼저 수에즈 운하를 완성했던 프랑스는 파나마 운하를 7년 만에 완공하겠다고 호언장담하였으나 말라리아와 황열병으로 2만여 명이 죽고 2억6000만 달러를 소모하고는 9년 만에 미국으로 운하굴착권을 팔아넘기게 된다. 말라리아의 원인인 모기를 잡기 위한 방대한 방역작업과 풍토병에 강한 미국 흑인 노예의 희생으로 1914년 마침내 운하가 완공, 8만1237t의 퀸 엘리자베스 호가 사상 최초로 이 운하를 통과하였다.

갑문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기술과 큰 선박이 좁은 수로를 통과하는 것을 보면 100여 년 전의 기술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파나마 운하는 20세기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파나마 정부는 앞으로 물동량을 늘이기 위해 수로의 길이를 40%, 폭을 64%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14년 완공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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