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 이야기길 <3> 영도 남항길

근현대사 질곡의 사연 넘실대는 영도다리에서 만나요

  •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  |   입력 : 2013-06-13 18:49:34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남항의 백등대(왼쪽)와 홍등대. 홍등대는 영도구에, 백등대는 바다 건너편 남부민동에 있는데, 한 쌍이다. 배가 들어올 때는 홍등대의 불빛이, 나갈 때는 백등대가 바다를 밝힌다.
# 영도다리∼ 수리조선길 코스

- 6·25전쟁때 피난민 상봉장으로 유명해져
- 100년 넘게 이어진 한국 유일 수리조선소
- '깡깡이 아지메'들의 작업소리 메아리쳐

# 용신당∼ 남항대교 코스

- 일본 '할매신' 기리기 위해 만든 사당
- 지금은 영도다리 공사중 숨진 넋 기려
- 부산판 견우직녀… 백등대·홍등대도

# 공동어시장∼ 미성횟집

- 생동감 넘쳐흐르는 삶의 현장 속으로
- 경매 후 방문해도 인근시장 인파 붐벼
- 초여름 갯장어 회·샤브샤브 등 유명

"영도다리에서 만나세."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오던 피난민이 서로 헤어지면서 했던 약속의 말. 피난민은 전란으로 물든 국토의 가장 남쪽 땅인 부산으로 그렇게 모여들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배가 통과하는 시간에 다리가 열리는 영도다리는 해방 후에도 한동안 전국적으로 유명한 부산의 랜드마크였다.

국제신문이 부산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부산 이야기길 세 번째는 '영도·남항길'이다. 영도다리~수리조선길~남항대교~부산공동어시장~자갈치시장 코스로, 민족사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영도 다리에서 출발한다.

■ 영도다리·대풍포·도선장과 수리조선길

   
부산 영도구 남항동 대풍포. 남항에 정박한 선박들이 태풍 내습을 피하게 한 곳이다.
옛 영도다리는 복원공사 중이다. 시간에 맞춰 다리의 상판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길이 214.8m, 너비 25.3m인 영도다리는 옛 도개 기능을 그대로 간직한 채 오는 11월 말 보수·복원 작업을 마치고 세상에 다시 선보일 전망이다. 57년 만이다.

영도다리는 일제강점기(1934)에 개통됐고, 동원된 조선인이 다리 건설 공사 도중 많이 다치고 숨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6·25 전쟁 당시에는 피란민 상봉장으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첫 만남 장소로도 유명하다.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옛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경찰서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대풍포가 나온다. 남항에 정박한 선박들이 태풍 내습을 피하게 한 곳이다. 포구 옆에는 선박 관련 부속공장들이 줄지어 있다. 공장들은 아파트 건물의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답사에 동행한 부산관광공사 최부림 차장은 "주상복합아파트가 아니라 주공복합아파트"라고 표현했다. 영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짐작된다.

   
옛 영도 도선장.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인데, 영도와 남포동을 잇는 여객선 터미널이었다.
포구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도선장이 나온다. 역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 영도와 남포동을 잇는 여객선박 터미널이다. 지역 주민은 5년 전만 해도 선박이 운행됐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승선요금은 버스와 비슷한 900원. 다리가 건설되면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문을 닫게 됐다. 도선장 옆에는 과거의 여객선이 폐선으로 남아있다. 배에 새겨진 '영도↔남포동' 글씨가 세월의 흔적을 전해준다. 대풍포와 도선장 사이에는 해상택시도 있다. 여전히 사람과 작은 화물을 실어 옮기고 있다. 선박 300여 척이 영도 일대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해상택시를 운영하는 '뱃사람' 박모 씨는 "옛날보다 수입이 많이 줄었다"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근황을 전했다.

길은 해안가를 따라 계속 이어진다. 이제 '수리조선길'이다. 정박한 배는 수리를 위해 수리조선소로 모여든다. 수리조선소는 우리나라에서 영도가 유일하다. 해안가에 세워진 수리조선소 공장들의 입구는 하나같이 반쯤만 열려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반쯤 열린 틈새로 낡은 선박들이 보인다. 문 틈새와 선박 틈새의 만남은 부산의 구도심인 남포동과 서구 남부민동 그리고 남항의 모습을 더 색다르게 전한다. 그 사이에서 '깡깡'하며 들리는 소리가 정겹다. 이 소리는 '깡깡이 아지메'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다. 녹슨 선박이 수리를 위해 조선소로 들어오면 깡깡이 아지메들은 배에 매달려 그라인더로 녹을 닦아내고 망치로 배를 두들겨 녹을 떨어뜨린다. 영도 수리조선소가 10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니, 깡깡이 아지메들의 작업도 그만큼 되는 셈이다.

■ 용신당·백등대와 홍등대·남항대교

   
부산 영도구 남항동 용신당. 지금은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신을 모시고 있다.
수리조선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로변인 남항서로를 따라 내려가면 용신당이 나온다. 부산 영도구 남항동 옛 수산진흥원 자리로 향하는 너비 1m의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낡은 건물 한 채가 외로이 서 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용신당이다. 일본의 '할매신'을 모신 곳이라고 한다. 일본의 할매신은,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신으로 바뀌어 있다. 과거에는 일본인이 많이 살던 동네여서 일본신을 모시는 사당이 생겼지만, 지금은 영도다리 공사 중 숨진 넋을 기리기 위해 남겨졌다고 전해진다.

용신당에서 해안가를 바라보면 바로 앞에 홍등대가 보인다. 영도구의 홍등대와 바다 건너편 남부민동의 백등대는 한 쌍이다. 부산 남항을 이용하던 일본인이 만든 것으로, 배가 들어올 때는 홍등대의 불빛이, 나갈 때는 백등대가 바다를 밝힌다고 한다.

부산관광공사 최 차장은 "등대는 배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 만들기도 하지만 지역민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세우기도 한다"며 숨겨진 얘기를 들려줬다. 영도에 사는 순이와 남부민동의 철수는 연인 사이. 영도다리가 만들어지기 전, 둘은 서로 만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용한 것이 바로 홍등대와 백등대다. 순이는 등대에서 연인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철수에게 순이가 안부를 외친다. 지척에 있는 두 등대에서 연인을 향해 힘껏 안부를 외치면 그 소리가 메아리로 들릴 만하다. 외로운 구도심 영도의 감성이 두 등대로 표현된다.

홍등대에서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 남항대교가 나온다. 남항대교에는 도보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남항대교 위를 걸을 수 있다. 홍등대와 백등대가 한눈에 보이고, 남포동과 용두산 공원, 남부민동과 해안가의 수많은 배를 볼 수 있다. 남항대교에서 바라보는 남항의 해안가는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 공동어시장·새벽시장과 해안시장·자갈치시장

   
수리조선소에서 작업 중인 '깡깡이 아지메'들. 망치로 배를 두들겨 녹을 떨어뜨린다.
어선과 대형선박, 이 대형선박을 끌고 가기 위한 작은 작업선 등 수 많은 배가 부산공동어시장과 자갈치시장의 해안선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다. 남항대교에서 느꼈던 생동감은 바로 이들 선박 때문이다. 남항대교를 지나 공동어시장에 들어서면서 백등대에 들렀다. 1910년 당시 공동어시장의 전신인 부산어시장과 자갈치시장 사진을 볼 수 있으며 간략한 역사도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배와 바다와 도심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다. 경매가 끝난 공동어시장은 한산했다. 하지만 바로 옆 새벽시장과 해안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미꾸라지 가게를 운영하는 신미경(여·70·부산 중구) 할머니는 "새벽 2, 3시에 문을 열고 물건을 받는다. 물건은 당연히 싱싱하지"라며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몸으로 표현했다.

자갈치시장으로 가기 전,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포장마차별로 7~8명이 작업 중이었다. 낚싯바늘이 끼워진 통발에 꽁치를 끼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장어 미끼용이라고 했다. 작업을 마친 통발로 장어를 잡아 바로 옆의 자갈치시장 장어집에 공급하는 것이다.

작은 선박이 큰 선박을 끌어주고, 배에 설치된 크레인이 생선 등을 담은 화물을 내린다. 갓 잡은 생선을 인근 식당에 공급하는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시장거리에서 볼 수 있다.

■ 가는 길과 먹을 곳

   
이야기길 시작은 영도다리에서다. 도심과 가까워 부산도시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에서 내려 롯데백화점 광복점으로 가면 바로 옆에 보이는 다리가 영도다리다. 또는 부산역에서 영도행 버스 88번을 타고 영도대교에서 하차한다. 영도에서 자갈치시장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길은 평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무난하다.

맛집은 횟집 어디라도 다 좋지만, 남부민동 미성횟집(051-244-6143)이 꽤 유명하다. 갯장어(하모) 요리점으로, 하모 회를 전문적으로 내놓는다. 양념장에 회를 찍어 먹는 맛이 좋다. 위치는 남부민동 백등대 초입 길이다.

사진=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공동기획:국제신문, 부산관광공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5. 5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6. 6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7. 7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8. 8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9. 9[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10. 10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5. 5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6. 6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7. 7‘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8. 8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9. 9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0. 10[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하락해 35.3%…민주 36.0%·국힘 42.6%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3. 3“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4. 4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5. 5[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6. 6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7. 7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8. 8국민은행 해킹 정보유출 119명→2210명 확대(종합)
  9. 9국내 위성기술로 인니 해양환경 관리역량 키운다
  10. 10부산신보 ‘민생안심 협약보증’ 한 달 만에 1000억 돌파
  1. 1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2. 2“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3. 3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4. 4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5. 5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6. 6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7. 7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8. 8시민단체 ‘국제신문 지키기’ 연대 나섰다…부울경 넘어 수도권 언론도 조명
  9. 9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10. 10철새도래지 길냥이 급식소 분쟁, 항소심도 “추가 설치 불허 적법”(종합)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4. 4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5. 5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6. 6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7. 7‘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8. 8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9. 9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10. 10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