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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라틴기행 <9> 코스타리카

'풍요의 해변' 이름처럼 태평양과 카리브해 거느린 혜택받은 땅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14 23:30:27
  •  |  본지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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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의 코스타리카는 동쪽으로는 카리브 해,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접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해변과 산지가 어우러진 풍광은 수많은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 국토 70% 국립공원으로 지정
- 중남미 국가중 가장 사회 안정

- 야생소 올라타는 투우대회 인기
- 투우장 난동 탓 입구 음주단속
- 식민시대 문화유산 잘 보존해

중앙아메리카는 나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기는 하지만 국경을 넘을 때 육로는 우범지역이 많아서 현지인들은 배와 비행기를 많이 이용한다. 필자도 중미를 여행하면서 비행기로 이동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더 많고 신기한 볼거리와 구경거리들을 경험하고 싶은 욕심에 위험을 무릅쓰고 육로 여행을 감행(?)하였다. 아주 위험한 경우도 많아서 중미 여행 막바지에 엘살바도르로 들어간 다음 날 필자가 이동한 그 길에서 엘살바도르의 외무부 장관이 무장괴한들에게 피습당한 사건이 현지 신문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 유럽과는 다른 위험한 국경 통과

   
차로 이동하면 국경을 통과할 때 어려움이 많다. 온두라스만 제외하고 모두 무비자이긴 하지만 마약 판매가 성행해 검문이 까다로운 편이다. 니카라과에서 코스타리카로 넘어갈 때에는 일전에 중동지역을 여행하면서 여권에 아프가니스탄 비자를 받은 것이 있는데 이 나라에 왜 다녀왔는지, 뭐하는 사람인지 꼬치꼬치 물어봐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입국 과정은 위험천만하지만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코스타리카다. 코스타리카는 '하늘이 허락한 땅'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눈길 닿는 곳마다 한 폭의 풍경화다. 그만큼 자연이나 사람들의 생활이 아름답다. 태평양과 카리브 해에 맞닿은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70%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만큼 아름다운 열대 우림과 해변을 가지고 있다. 또 비가 잦은 고지대의 화산 토양에서 자란 커피는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맛과 향이 뛰어나다.

코스타리카는 '풍요로운 해변'이란 뜻. 1502년 콜럼버스가 4차 항해 때 지금의 카리브 연안 도시 리몬(Limon) 지역에 처음 도착해서 원주민이 목에 걸치고 있던 금장식들을 보고 금이 많이 나는 곳으로 여기고 '풍요의 해안'이라 명명한 것에서 유래한다. 코스타리카는 중미에서는 경제와 사회가 가장 안정된 나라다. 중미 5개국 중 국민소득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생활 수준, 교육 수준, 경제와 사회의 안정도 등에서 중미 국가 중 최고이며 문맹률도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낮다. 중앙아메리카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전쟁이나 쿠데타가 일어나지도 않았으며, 1948년에는 군대를 폐지하여 국방에 들어가는 예산을 교육에 투자했다.

■ 중남미에서 가장 격렬한 투우장

   
코스타리카는 잊고 싶은 스페인 식민 시절의 건물도 잘 보존하고 있다.
해가 질 무렵 흥겨운 음악 소리를 따라 찾아간 곳이 투우장이었다. 투우장 입구에는 우리나라처럼 좌판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손님을 불러 모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투우대회를 보기 위해 모여 있어서 굉장히 들뜬 분위기다. 특이한 점은 입구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유는 음주 단속을 하기 위한 것. 가끔 술을 마시고 소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코스타리카의 투우대회는 중미에서도 가장 격하다.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야생 소의 등에 올라타 로데오를 하는데 위험하기 짝이 없다. 경기를 보다 보니 투우사가 소에 깔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부상을 당해 정신을 잃은 투우사는 구급차에 실려 간다. 원래 부상을 당한 환자는 들것에 실어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마구잡이로 몇 명의 장정이 팔다리를 들고 차로 운반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이 더했다.

코스타리카 투우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격정적인 만큼 카우보이들도 긴장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출전을 앞둔 투우사들은 무릎을 꿇고 자신과 서로의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며 긴장감을 없앤다. 그 모습을 보면서 왜 이다지도 위험한 행동을 즐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이곳 사람들의 놀이 문화이고 생활의 일부이니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격정적인 투우와 관중의 환호 속에 휩쓸리다 캠코더의 배터리를 떨어뜨렸다. 금방 떨어진 배터리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날도 어두워진데다 사방이 전부 잔디밭이고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다 보니 보이지가 않았다. 배터리를 잃어버리고 가자니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이곳 중미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어떻게든 찾아야 할 판이었다. 순간 기지를 발휘해서 5달러 지폐를 꺼내 들고 배터리 수배에 현상금을 걸었다고 소리를 치니 투우 경기를 관람하던 관중이 여기저기서 몰려들더니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 천혜의 자연과 문화, 선택받은 땅

코스타리카가 다른 중미 국가와 다른 점은 백인이 가장 많고, 경제와 생활 수준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태평양과 카리브 해를 양쪽에 접하고 있으며 해변과 산지가 아름답게 어울려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바닷가 푼타아레나스 해변은 해마다 대자연의 경관을 보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바다가 깊고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사색을 즐기거나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해변이다. 푼타아레나스는 경찰관의 차림이 특이해 눈길을 끈다. 반바지 차림에 자전거 헬멧을 쓰고 있어 허리에 찬 수갑이 아니면 마치 자전거 선수처럼 보인다. 친절한 외모만큼이나 관광객이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게 아주 친절하다.

중미를 여행하며 자주 느끼는 점은 과거의 유적과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야 유적과 같은 고대 유적 뿐 아니라 식민 지배를 받던 당시의 유적도 그렇다. 중세 도시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유럽의 도시들과는 달리 오랜 식민지 지배 생활을 해왔던 나라들이기에 지배받았던 과거에 대한 흔적을 지우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던 역사가 카의 말처럼 유적과 유물의 보존을 통해서 과거를 과거로 인정하고 현재의 평화를 사랑한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의 우수성을 알리고 대장경에 담긴 지혜를 재조명하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의 홍보대사를 맡게 된 이후 국내의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다녔던 나라의 유물과 유적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다시 예전 여행의 자료를 정리하면서 여행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과거의 메시지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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