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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따라 이야기 따라 <11> 한산도 제승당

한산대첩, 그 빛나는 현장…충무공의 위용이 가슴을 친다

  • 국제신문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09 18:54:02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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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제승당 전경. 제승당 앞 한산만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천혜의 요새나 다름없어 보인다.
- 이순신 함대사령부·왜적 섬멸 본거지
- 수려한 바다풍경 어우러져 절로 감탄

-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큰 칼 옆에 차고'
- 우국충정 시 읊은 수루도 한쪽에 자리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성역화 추진
- 명당 암시하는 '아기장수 전설'도

지난 7일 오후 경남 통영항을 출발한 카페리선이 바다를 가로지른지 30여 분이 지날 즈음이다. 배는 이미 한산도 앞바다에 떠 있었다.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이 섬의 상징인 거북등대. 돌로 만든 거북선이 암초 위에 떠 있는 모습으로, 이곳이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역사의 현장임을 직감할 수 있게 했다.

이곳은 세계 4대 해전사에 빛나는 한산대첩이 펼쳐졌던 구국의 현장이다. 충무공은 한산대첩 이후 이곳 한산도에 제승당을 짓고 해전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이순신 함대의 사령부 역할을 했던 제승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성역화 사업을 추진한 후 지금도 탐방객이 연일 찾는 유명 사적지로 자리 잡았다.

■멸사봉공의 제승당

   
가까이에서 본 제승당의 모습. 오른쪽으로 수루가 보인다. 이곳에서 충무공은 우국충정의 마음을 담은 시를 읊는 등 여가를 보냈다.
한산도 선착장에서 제승당으로 가는 해안길은 아주 깨끗하고 고요해 경건한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우거진 숲과 수려한 바다 풍경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제승당은 충무공 유적지(사적 113호)의 중심 건물이다. 경내 입구인 충무문으로 들어서면 중앙에 위치한 건물이 제승당이다. 오른쪽으로는 수루가 보이고, 왼쪽에는 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제승당은 충무공이 휘화 참모들과 작전협의를 통해 해전을 지휘했던 본영이다. 1593년 초대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돼 1597년 모함으로 파직될 때까지 3년 9개월간 삼도수군을 지휘하던 우리나라 최초의 통제영이었다.

장군은 이 수루에서 한산만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우국충정의 시를 읊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산만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누가 봐도 천혜의 요새다. 최초의 통제영이 왜 이곳에 들어섰는지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충무사 내의 장군 영정은 근엄하면서도 온화한 모습이다. 영정을 보면 멸사봉공(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나라와 공의를 위해 힘쓴다)의 충무공 정신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성역화

제승당 유적지는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성역화를 추진, 경역을 확장하면서 새 영정을 모셔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생전 충무공을 매우 존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2년 '제1회 한산대첩 기념제전' 행사 때는 당시 최고회의 의장 신분으로 직접 참석해 격려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경남도가 발간한 제승당지에 따르면 1975년 8월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제승당을 방문해 참배했다. 그는 당시 "이곳은 이순신 장군께서 세계 해전 사상 길이 빛나는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끌고 만든 곳이다"며 "유서 깊은 사적지이므로 대대적인 정화사업을 펼쳐 국민정신 교육의 도장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곧바로 현지조사 등 정화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후 불과 3개월 만인 그해 12월부터 대대적인 성역화 공사에 들어가 1977년 6월 사업을 완료했다. 정화사업에는 당시 예산으로 적지 않은 7억6200만 원이 투입됐다.

그 이후 이곳은 국내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 단골지가 됐다. 또 선거철이면 지역 출마자들이 출정식에 앞서 가장 먼저 들러 참배하는 등 지역의 성역으로 자리 잡았다.

■제승당 아기장수 전설

제승당 옛 터에는 원래 한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백발 노인이 이들 부부의 꿈에 나타나 "감히 이 땅을 범하려 하느냐. 여기는 앞으로 나라에 크게 소용될 터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니라"며 나무라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부부는 이 꿈을 꾼 후 예로부터 명당 자리에는 주신이 있다는데, 여기가 그곳이 아닌가 하고 걱정이 앞섰다.

어쨌든 세월이 흘러 이 부부에게 첫 아기가 태어났는데, 몸집이 큰 사내아이였다. 그런데 태어난지 세 이레(27일)가 지난 후 아기가 무거운 솥뚜껑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등 기이한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남편은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큰 장수가 될 재목이지만 출신이 미천해 결국 나라의 역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죽이는 게 낫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아기가 숨을 거두는 순간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밤새도록 퍼붓다가 다음 날 하늘이 맑게 개는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이어 울긋불긋한 대형 깃발을 단 수많은 전선들이 한산만으로 밀려왔다. 젊은 부부는 자취를 감추었고, 수군들은 곧 여기에 진영을 설치했다. 이 진영이 제승당으로, 이전 젊은 부부가 살던 오두막집이다.


# 한산대첩기념비

- 제막식도 못한 아픔 간직…박 대통령, 선친 恨 풀까

   
제승당 앞 문어포 마을의 산 정상에 '한산대첩기념비'(사진)가 자리 잡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린 전적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산대첩의 빛나는 전적을 후세에 길이 남기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 비의 제막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10·26사태로 서거했다. 이 때문에 이 기념비는 여태껏 제막식을 갖지 못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한산대첩기념비'라는 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마지막 휘호였다.

통영시는 부친 대신 제막식을 개최해 달라고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 당시 인수위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34년 만에 제막식이 열릴지 여부가 주목된다.

시 관계자는 "국내외 정세가 안정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이곳을 방문, 한산대첩기념비의 역사적 제막식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산 정상 기념비 앞에 서면 한산대첩 현장인 한산만 해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충무공의 위용이 가슴을 치는 것 같은 벅찬 감동이 전해진다.

기념비는 화강석 기단 위에 거북선을 올리고, 그 위에 높이 15.3m의 비를 세워 총 높이 20m의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비문에는 1592년 학익진을 펼쳐 왜선 73척을 격침시킨 전사 내용이 자세히 적혀있다. 거북선의 머리인 용두는 일본의 수도 도쿄를 바라보게 해 다시는 왜적이 우리나라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는 수호적 의미를 갖고 있다.

1978년 12월, 당시 1억30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공사에 들어가 1년 만에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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