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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따라 이야기 따라 <10> 울주 치산서원

한가족의 충절·정절·효절, 돌보다 굳은 전설로 남다

  • 국제신문
  •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  입력 : 2013-04-24 22:50:35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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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의 치산서원. 이곳에는 만고충신 박제상과 정절의 표상인 김 씨 부인, 효성이 지극했던 두 딸 등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 왜왕 속여 신라 왕제 구해낸 박제상
- 그런 남편을 따라 죽은 부인과 두 딸
- 이들의 영정·위패 모시고 절개 기려

- 서원 인근에 충절 재현한 기념관 비롯
- 지고지순의 상징 '망부석' 등도 있어
- 나들이·충효교육장으로 안성맞춤

울산과 경남 양산, 경북 경주는 삼국시대 신라 땅이었던 탓에 다양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오늘날까지 함께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만고 충신 박제상과 관련된 이야기와 자취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박제상에 관한 전설은 양산에도 있고 경주에도 있지만 가장 많은 곳은 울산이다. 울산에는 박제상뿐 아니라 그의 부인(금교 김 씨)과 두 자녀에 관한 전설과 흔적까지 망라돼 있다.

■세계 유일의 가족사당

   
알려진 대로 박제상이 왜왕을 속여 미사흔 왕제를 구한 뒤 신하되길 거부하다 죽음을 당한다. 그런 줄 모르고 부인 김 씨는 세 딸과 아들 문량을 데리고 매일같이 치술령(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에 올라 남편을 기다린다. 그러던 중 남편의 비보를 접하게 된 부인이 뒤따라 죽으려고 하자 딸과 아들이 모두 함께 죽기를 청한다. 이에 부인은 둘째딸 아영에게 동생 문량을 보살펴 대를 잇도록 하고 두 딸과 함께 죽는다. 남편은 충절로, 아내는 정절로, 두 딸은 효절로 숭고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치술령 입구에 있는 치산서원(울산광역시기념물 제1호)은 바로 박제상과 부인 김 씨, 그리고 두 딸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한 가족을 한 곳에 모두 모셔놓은 사당은 치산서원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치산서원은 1991년 11월 준공됐다. 당시 울주군이 7억4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2171㎡ 규모로 건립했다. 서원 입구에 서면 주차장에서 서원을 연결하는 홍교가 나온다. 홍교를 건너면 충절과 정절, 효절의 삼강(三綱)이 서린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를 지나 삼강문으로 들어가면 팔작지붕으로 된 관설당(觀雪堂)이 정면에 마주한다. 좌우로는 영징재(永徵濟)와 경의재(景義濟) 등이 있다.

서원 옆에는 박제상을 기리는 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백색의 현대식 한옥 형태로 건립된 이 기념관은 울주군이 64억 원을 들여 지난 2002년부터 7년여 공사 끝에 완공했다. 총 9416㎡ 면적에 건물 연 면적 943㎡ 규모로 지어졌다. 내부에는 박제상의 충절 과정을 밀납인형 등으로 실감나게 구성해 놓고 있으며 당시의 국제 정세 등을 상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

서원과 함께 기념관은 학생들에게 충효교육장으로 손색이 없고 가까운 곳에 유명한 불고기 단지인 봉계가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지고지순한 사랑' 망부석

박제상 가족들의 또 다른 유적으로는 망부석과 은을암이 있다. 치산서원 동쪽 치술령 정상 부근에 있는 망부석은 일본에 간 남편을 기다리던 부인 김 씨와 두 딸이 죽어 돌처럼 굳어졌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또 이들의 영혼은 새가 되어 날아가 숨었는데 그 자리에 지어진 절이 은을암이다.

치술령이란 고개 이름도 박제상의 부인은 죽어서 치(鵄)라는 새가 되고 죽은 두 딸은 술(述)이라는 새가 됐다는 전설에 따른 것이다. 후세 사람들이 모녀의 혼을 새로 승화시킨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일본에 간 뒤에 소식이 없는 남편과 아버지를 기다렸던 모녀의 심정을 헤아려 죽어서나마 새가 되어서 훨훨 날아 바다를 건너가 만나라는 주술적 의미가 아닌가 싶다.

비록 남편 박제상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부인 김 씨와 그 딸들의 애뜻한 사연은 영혼의 새가 되어 오랫동안 남으리라 생각된다.

■찾아 가려면

부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 서울산IC로 들어가면 언양읍이 나온다. 언양읍에서 경주방면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따라 5㎞ 정도 더 가다 두동면 봉계리 방면으로 진입한다. 봉계리에서 울산 시내 방면으로 군도를 따라 가다 치술령 또는 만화리란 이정표가 나오면 좌회전 해서 2~3분가량 더 가면 된다.


# 박제상 부인 김 씨 '영혼' 깃든 은을암

- 충신의 아내, 새가 되어 바위 속으로 숨었네
- 전설의 바위 앞에 같은 이름의 암자 세워

   
박제상의 부인 김 씨의 넋이 깃들어져 있는 은을암.
은을암(隱乙巖)은 박제상 유적 가운데 한 곳이다. 하지만 박제상의 직접적인 유적이라기보다 부인 김 씨의 유적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부인 김 씨는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고 삼국유사에 금교 김 씨라고 돼 있다. 김 씨 부인은 박제상이 죽은 뒤 치술령에 올라 남편을 기다리며 통곡하다 죽어 몸은 망부석이 되고, 영혼은 새가 되어 바위 속으로 숨었는데 그 바위가 바로 은을암이란 것이다. 새(乙)가 숨은(隱) 바위(巖)라 하여 은을암이라 부른다.

이후 후세 사람들에 의해 부인은 치술신모(鵄述神母)로 받들어졌는데, 신모의 넋을 달래기 위해 은을암 앞에 절을 세우고 똑 같은 이름으로 은을암(隱乙庵)이라 했다 한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울주군 범서면 척과리로 돼 있지만 치산서원에서 그리 멀지 않다. 치산서원에서 가는 길과 범서면 척과리에서 가는 양 방향 길이 있는데 차로 15분가량 걸린다. 절이 위치한 국수봉의 산세가 험난해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거칠고 험한 산세에다 이 같은 전설 탓인지 절과 주변 경관이 신령스런 느낌을 준다. 특히 바위산 중턱을 휘감아 지어진 절 건물들은 마치 티벳지역의 절을 보는 것처럼 일반 사찰과는 색다른 모습이다.

암자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 말사로 돼 있다. 창건연대 및 중창, 중수의 역사는 미상이다. 그저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고찰이란 것과 이 같은 창건설화만 전해 내려오고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해 칠성각·산령각·요사채 등이 있다. 현재 치산서원과 함께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돼 있다.

한편 새가 날아오른 자리를 비조(飛鳥)라 하는데, 바로 치산서원이 있는 두동면 만화리의 마을이름이 비조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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