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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라틴기행 <5> 자메이카(하)

웃돈 줘도 안팔던 물고기, 아이 셋 엄마에게 선뜻 내준 노인어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07 18:45:21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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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 포트 안토니오 인근 해변에서 필자가 현지인들과 어울려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 딴주머니 챙긴 리오 그란데 뗏목 사공
- 얼기설기 엮은 대나무배 운전솜씨 탁월

- 아이 셋 어린 엄마 호객에 악기 구입
- 기분좋은 주인 바닷가서 젬베 즉흥연주
- 흥겨운 박자에 현지인과 어울려 춤판

- 레게 장르로 인권·평등 노래한 '밥 말리'
- 아직도 그의 음악은 내 귓가에 맴돌아

자메이카 북동쪽 리오 그란데의 뗏목 래프팅이 유명하다고 해서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포트 안토니오를 지나 뗏목을 타는 리오 그란데에 도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입구를 막은 철문은 열려 있지도 않고 출근하는 뗏목 끄는 사공 몇몇만 왔다갔다하고 있다. 덩치 큰 사공 한 명이 일찍 온 손님을 배려하는 양 문을 열어주더니 바로 흥정을 시작한다. 원래 뗏목 투어는 60달러. 책임자가 나오기 전인지라 40달러에 태워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 OK를 하였는데, 알고 보니 책임자가 없을 때 몰래 자기네들 부수입으로 잡기 위해 할인해 준 것이었다.

어른 키의 일곱 배는 넘어 보이는 굵은 대나무를 길게 엮어 만든 뗏목은 가운데 어른 두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나무로 어설픈 의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 전부다. 사공은 긴 대나무로 바닥과 강둑을 밀어가며 강을 따라 내려간다. 물살이 세지는 않지만 굽이굽이 굽어진, 심한 곳은 거의 90도에 가까운 강을 나무나 강둑을 피해 긴 뗏목을 조타하는 것이 보통 실력이 아니다.

■정과 흥…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

   
투어를 마치고 차를 타러 나오는 길에 우리에게 말을 걸듯 말듯 쭈뼛거리며 아기를 안고 서 있는 앳된 여성을 만났다. 이름이 '나키샤'라는 이 여인은 24살의 나이에 8살과 3살 된 아이와 지금 안고 있는 5개월 된 아기까지 벌써 세 명이나 아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세 아이의 아빠가 다 다르다는 것.

몇 마디 이야기 끝에 나키샤의 집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나키샤가 사는 곳은 포트 안토니오에서 조금 떨어진 해변 마을. 마을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따라 가보니 대나무로 만든 악기를 파는 집이다. 주인이 연신 악기 소개를 하며 자랑을 하는데 조그만 북을 하나 사니, 기분이 좋은지 따로 구석에 놓여 있던 젬베를 들고 따라나와 바닷가에서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옆에서 구경하던 친구도 덩달아 춤을 추기 시작하고 나도 거기에 합류하면서 한판 춤판이 벌어졌다. 위험한 곳이라고들 하지만 어디 나쁜 사람들만 있으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모래사장 위에 금방 통나무배를 끌어 올리는 어부를 만났다. 멋들어진 수염을 기르고 건장한 상체를 드러낸 노인이다. 며칠을 과일만 실컷 먹었던 탓에 생선이 먹고 싶어 방금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를 몇 마리 팔 수 없느냐 물었더니 호텔에 납품해야 하고 일부는 가족이 먹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팔 수 없다고 한다. 호텔에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가족이 먹을 것이라면 웃돈을 더 주더라도 사겠다고 해도 완강히 거절한다. 포기하고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나키샤가 다시 돌아가더니 물고기를 한 꾸러미 받아서 돌아온다. 나키샤가 아기를 키우며 살아가는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니 선뜻 내어주더라는 것이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던 물고기를 자기보다 못한 이에게 선뜻 내어준 노인에게서 큰 감동을 하는 순간이었다.

나키샤의 집은 주변이 야자수로 둘러싸인, 마을에서도 외떨어진 곳이었다. 멀리서부터 지붕 위에 꽂아둔 빨간 깃발이 보인다. 깃발을 본 이후부터 가이드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빨간 깃발은 무당집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자메이카는 한국의 무당과 같은 '오비아'라는 무속신앙이 있다. 악한 마력과 마법을 부린다고 알려졌는데 오비아는 마력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정신병자로 만들기도 하고, 사업을 망하게도 한다고 한다. 겁이 나는 걸 무릅쓰고 나 혼자 들어가기로 하였다.

어두컴컴한 실내는 가구라고는 낡은 침대와 TV가 전부이고, 주술에 사용하는 것인 듯 빨간 큰 북과 알록달록한 천으로 만든 끈들이 걸려있다. 집안으로 들어오자 여태껏 온순하고 나약해 보였던 나키샤가 금방 담배를 꺼내 물었다. 대마초로 잘 알려진 간자였다. 간자를 입에 물고 빨간 북을 두드리는데 갑자기 접신이라도 한 듯 힘이 펄펄 나서 북을 두드린다. 컴컴한 실내를 돌며 보이는 특이한 물건들을 보며 머리가 쭈뼛거린다. 슬쩍 겁이 나서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평등과 저항 노래한 밥 말리의 리듬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의 밥 말리 기념관.
나키샤와 작별하고 자메이카의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밥 말리의 박물관. 자메이카 하면 모두 밥 말리를 떠올릴 만큼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밥 말리 이전의 자메이카는 그저 카리브 해에 있는 식민지에 불과한 나라였다. 1945년 영국군 대위와 흑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밥 말리는 1981년 36세의 젊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흑인과 여성의 인권, 평등에 대해 노래했고, 민중의 슬픔과 저항을 노래했다. 자메이카의 토속 리듬에 미국의 흑인음악이 혼합된 레게라는 음악 장르에 그의 사상을 담아 전 세계에 알렸다. 자메이카에서 밥 말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는 밥 말리의 음악은 물론이고, 밥 말리가 믿었던 신체 훼손을 엄격히 금하는 '라스타파리아니즘' 종교 탓에 흔히 레게 머리로 이야기하는 드레드록이라는 머리 모양을 한 사람도 많다.

킹스턴의 빈민가 트렌치 타운의 예전 집에 만든 밥 말리 박물관은 항상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다. 입구에는 밥 말리의 얼굴 사진을 붙여놓은 아치형 간판이 있고, 정원에는 기타를 들고 하나를 외치는 밥 말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밥 말리가 연주했던 기타가 세워져 있는 침실과 살아생전 음악에 몰두하던 그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의 앨범과 공연 실황 앨범도 판매하고 있어 몇 작품을 사 요즘 많은 강연장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자메이카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검지를 치켜세운다. 'One Love'를 나타내는 것이다. 'No Women No Cry'만큼 대표적인 밥 말리의 곡이다. 밥 말리는 자메이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음악과 함께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One Love, One Heart. Let's get together and feel alright. 하나의 사랑, 하나의 마음. 모두 하나가 되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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