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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水 부산 <5> 감천문화마을

고생길만 걸어온 아리따운 여인이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2-28 19:01:1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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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천문화마을 초입에 설치된 문병탁의 조각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은 이 일대의 강한 음의 기운을 희석시키는데 적절하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피란민 정착으로 완성된 태극도 신앙촌
- 예쁜 여인 곱게 화장하는 '옥녀단장' 지형

- 잦은 외침·전쟁·공해 등 열악한 환경이
- 풍수와 부합 못해 뒤처지고 주목 못받아

- 꽃·나무 많이 심어 양기 불어넣고
- 주민 공공복지·경제혜택도 뒤따라야

요즘 부산에서 주목받는 곳 중의 하나가 사하구 감천2동의 감천문화마을이다. 1918년 조철제가 증산사상에 기초해 세운 종교인 태극도의 신앙촌이 중심이 돼 1958년 현재의 감천2동이 만들어졌다. 또 한국전쟁 당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피란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이 되면서 민족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인근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곳이 사진작가들의 작품 소재와 관광명소로 부상한 것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2009년 마을미술 프로젝트-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2010년 콘텐츠융합형 관광협력사업-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2012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마추픽추 골목길 프로젝트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거치면서다.

■지형으로 본 감천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은 서쪽 옥녀봉, 동쪽 천마산, 북쪽 반월령(반달고개)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위치한다. 이곳을 풍수지리로 해석하려면 천마산과 옥녀봉에 올라가서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마산은 부산 서구 남부민동과 사하구 감천동의 경계에 솟아 있는 산으로 높이는 324m. 산세가 완만하고 활엽수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남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천마산에서 풍수지리학의 원리 중에서 땅의 모양을 사람이나 사물에 비유하는 물형론(物形論·미니박스 참조)으로 살펴보면 감천2동 전체는 '여자'에 해당한다. 감천2동 중에서 감천문화마을은 여자의 머리 부분으로 '옥녀단장형(玉女端粧形)'에 속한다 하겠다. 옥녀단장형은 보통 산세가 수려한 곳에서 많이 보이는데, 여인이 용모를 단정히 하고 있는 형세로 이해하면 되겠다.

물형론은 보는 사람의 관점과 장소, 방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날수 있다. 호랑이를 암컷 사자로, 닭을 봉황으로, 뱀을 용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감천2동과 감천문화마을은 여자와 옥녀단장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풍수적 특징과 부합하지 않은 환경

   
사람이 편안히 살아가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깨끗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물형론상 여자, 옥녀단장형에 속하는 감천2동과 감천문화마을도 그런 조건이 필시 요구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역사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감천2동은 지리적으로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자주 받았던 곳이다. 부산포와 가깝고 다대포로 가는 길목이어서 왜구의 노략질이 극심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가족을 잃는 서러움이 심한 지역이었으며 마을이 폐촌되다시피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또 1964년 준공된 감천화력발전소가 연료로 무연탄과 중유를 혼합해 사용하는 바람에 40여 년간 극심한 그을음과 공해 속에서 살았다. 빨래는 물론이고 여름에 문을 열고 마루나 옥상 같은 곳에서 자고 일어나면 코밑에 까만 그을음이 붙었을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명절 때면 화력발전소 측에서 설탕이나 밀가루 등의 위로품을 돌리며 주민들을 무마하는 게 연례행사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감천2동과 감천문화마을의 환경은 여자와 옥녀단장형에 부합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발전이 뒤처지고 주목받지 못한 풍수지리학적 이유라 하겠다.

■점차 나아지는 여건들

그렇던 감천문화마을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2004년 감천화력발전소(부산복합화력발전소)가 연료로 천연가스(LNG)를 사용하면서 공해가 사라져 생활환경이 좋아졌다. 도시재생을 위한 여러가지 문화·지역 사업이 펼쳐지면서 변모하고 있는 모습도 옥녀단장형과 서서히 들어맞는다 하겠다. 환경이 쾌적하면 정신이 맑아지듯,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감천문화마을도 창의력을 바탕으로한 각종 시도로 살기 좋은 동네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이곳이 풍수상 옥녀단장형에 더욱 부합하려면 깨끗한 환경 조성에 계속 힘을기울여야 한다. 빈집은 방치하지 말고 공터나 작은 빈공간이라 할지라도 꽃이나 나무를 심어 음의 기운을 양의 기운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감천문화마을은 과거 지형적으로 계곡 또는 골짜기에 들어선 마을에 속해 음의 기운이 많이 서려 있는 곳이다.

감천문화마을의 출발점에 설치된 문병탁 작가의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조형물은 자라나는 무지개의 이미지로 아름다운 꿈이 현실화되는 것을 형상화한 휼륭한 작품으로도 눈길이 가지만 음의 기운을 희석시키는데도 적절한 위치에 세워졌다고 본다. 사람이 사는데는 환경 못지않게 복지도 중요하다. 여인, 옥녀단장형의 감천2동과 감천문화마을이 일취월장의 문화관광지로 자리 잡으려면 현지 주민의 불편을 잘 살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공복지와 경제 혜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풍수적으로 조화를 이룰수 있다. 명당이라도 가꾸지 않으면 길지(吉地)가 될 수 없고, 타고난 명당이 아니더라도 자연환경과 주변 여건을 풍수의 원리에 맞게 잘 꾸미면 명당이 될 수 있다.


# 물형론이란

- 지형을 사람이나 동물에 비유
- 호랑이가 숲에서 나오는 맹호출림형
- 여인이 비단 짜는 옥녀직금형 등 다양

   
물형론(物形論)은 산의 모양이나 혈장(무덤)이 형성된 주변 땅의 형세를 사람이나 동물 혹은 여러 종류의 물체와 비유해 그 모습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렇게 산세와 지세의 독특한 모양을 바탕으로 해 풍수론적으로 길흉(吉凶)을 따지는 것이 물형론이다. 다른 이름으로 형국론(形局論) 또는 물형규국론(物形規局論)으로 부르기도 한다.

호랑이가 숲에서 나오는 형국인 맹호출림형(猛虎出林形), 아홉마리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다투는 형국인 구룡쟁주형(九龍爭珠形)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물형론적 풍수지리의 용어이다.

물형론 중 사람에 비유한 것으로는 감천문화마을(사진)과 같은 옥녀단장형(玉女端粧形·예쁜 여인이 곱게 화장하는 듯한 형국)을 비롯해 옥녀직금형(玉女織錦形·예쁜 여인이 비단을 짜는 듯한 형국), 옥녀등공형(玉女登空形·예쁜 여인이 하늘에 오르는 듯한 형국)이 있다.

또 신선에 비유한 유형으로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신선이 책을 읽는 듯한 형국), 선인대좌형(仙人對坐形·신선이 단정하게 앉은 듯한 형국), 선인과마형(仙人跨馬形·신선이 말에 걸터앉은 듯한 형국)이 있다.

   
장군대좌형(將軍對坐形·여러 장군이 서로 작전을 의논하는 듯한 형국)이나 장군출진형(將軍出陣形·장군이 적진으로 나아가는 듯한 형국) 등은 용감한 장군을 비유한 유형이며, 호승배불형(胡僧拜佛形·나이를 먹은 승려가 예불을 드리는 듯한 형국)과 어부설망형(漁父設網形·어부가 그물을 치는 듯한 형국) 등은 승려와 어부에 비유한 것이다.

김기범 풍수지리학자·동의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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