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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따라 이야기 따라 <2> 울산 처용 설화

'천년후 산업수도 예견'한 용왕의 아들 동해서 올라와

  •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   입력 : 2013-01-03 18:36:21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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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다양한 스토리텔링 주제로 재조명되고 있는 처용의 전설이 깃든 울산 남구 황성동 처용암 모습.
- 용서·관용의 미덕 지닌 인물의 대명사
- 논문 300여편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 뮤지컬·연극 등 문화콘텐츠로 각광

'한국의 산업수도'는 울산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일컬어지지만 문화적 역사적 개념의 대명사로는 '고래', '반구대 암각화'와 '처용(處容)'을 들 수 있다.

처용은 설화 속의 인물이지만 용서와 관용의 미덕을 지닌 인물의 대명사로 오늘날까지 널리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다문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서역인으로 알려진 처용을 문화적, 역사적, 외교사적, 인류학적으로 세분화해 재조명하려는 노력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요즘들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분야가 처용에 관한 스토리텔링화 작업들이다. 학술적 연구 차원을 넘어 뮤지컬과 연극, 판소리 등 다양한 문화예술 쟝르의 새로운 소재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많은 관심과 조명을 받고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재편집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처용무.
처용은 단순한 설화속 인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설화를 바탕으로 노래(처용가)와 춤(처용무)에서부터 공예(탈), 패션(복식) 등이 망라된 예술적 쟝르의 결합체이다. 이는 곧 풍부한 스토리텔링 소재임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처용은 오늘날 다양한 문화예술적 쟝르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이는 나아가 후세들에게 전해지면서 또 다시 창조와 재창조를 거듭하게 될 어쩌면 불멸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처용문화제 등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학술제나 예술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이 이 같은 가능성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처용문화제는 지난해 46회째 열려 지방의 대표적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문화예술적으로는 지난해 9월 대전시립무용단이 '2012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서 창작무용 '처용'을 선보여 대상을 수상했다. 처용을 단순히 설화속 신성한 인물로만 표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대적 관점과 접근법으로 관용과 체념이라는 그의 철학과 사상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국립극단에서 선을 보인 연극 '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도 처용 설화를 독특하면서도 참신하게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 밖에도 뮤지컬과 판소리, 마당극, 인형극은 물론 생활체조까지 나오는 등 처용은 이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개발돼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학술적으로는 이미 앞당겨 전성기를 맞았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처용에 관한 학술논문만 300여 편에 달한다. 풍부한 논문과 저술 편수만큼이나 처용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학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처용의 끊임없는 생명성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관용을 가르쳐준 이방인

그럼 우리는 왜 천 년 전의 인물인 처용을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처용가(歌)에서 얻을 수 있다.

'서울(경주) 밝은 달밤에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아내)이다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자신의 아내와 통정한 역신을 직설적으로 꾸짖기 보다는 노래와 춤으로 감동케 하여 뉘우치게 한 처용. 그가 보여준 용서와 관용은 갈등과 대립 속에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추구하고 갈구하는 숨은 화두일지 모른다.

'서동과 처용이 삼국유사를 박차고 나오다'의 저자 전경원은 "이제 우리는 내면에 있는 처용을 용감하고 슬기롭게 끄집어 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우리 마음과 주변부터 처용의 관용과 용서가 어딘가에 숨어 있는지 살펴볼 일"이라고 처용의 의미를 강조했다.

■처용과 울산

경주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처용에 대한 전설이 유독 울산에만 깃들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설화를 근거로 할 때 그가 처음 이 땅에 발을 디딘 곳이기 때문이다.

울산 남구 황성동 세죽마을 앞바다에는 잡초와 잡목이 우거진 6만여 평 남짓한 크기의 작은 바위섬이 석유화학공단의 굴뚝과 유류 저장탱크를 배경으로 자리해 있다. 처용암(울산시 기념물 제4호)이다. 동해용왕의 아들인 처용이 바다에서 처음 이 곳으로 올라왔다고 전해진다.

어쩌면 최초의 '글로벌 코리언'일지도 모를 처용. 그의 혼이 오늘날까지 살아 숨쉬는 글로벌 산업도시 울산. 그가 첫 발을 내디딘 처용암을 품은 울산 앞바다는 자동차와 정유, 석유화학제품들을 실은 수출입 선박들이 실시간으로 오가는 관문이 돼 있다. 처용은 천 년 후를 예견하고 당시 울산을 찾았던 게 아닐까.


# 처용과 관련 유적들

- 처용무 세계문화유산 지정
- 개운포·망해사 이름 유래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46회 처용문화제.
처용은 신라 제49대 헌강왕(?~886년)때의 설화 속 인물로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삼국사기에는 실존적 인물로 그려져 있지만 정확한 생몰연대나 도래시기를 알 수 없다. 고려사에는 처용의 모습이 기술돼 있는데 검붉은 피부에 이목구비가 또렷한 다소 독특한 모습이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학계에서는 처용을 당시 왕래가 잦았던 아라비아계 서역상인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처용무를 출 때 쓰는 탈의 모습은 이 기록을 근거로 한 때문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처용에 대한 이야기는 삼국유사 기록을 근거로 한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어느 날 대왕이 지금의 울산 남구 황성동 일대에서 놀다 돌아가려던 중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길을 잃고 말았다. 왕이 괴이하게 여겨 신하들에게 물으니 일관(日官)이 동해 용의 조화라며 좋은 일을 해서 풀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왕이 용을 위해 절을 세우도록 하자 구름과 안개가 걷혔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일대를 개운포(開雲浦)로, 절을 망해사(望海寺망)라 불렀는데 아직도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왕의 정성에 감동한 동해의 용이 기뻐하며 일곱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춤을 추게 한 것이 오늘날 처용무라고 전해진다. 처용가는 용의 아들 중 하나가 왕을 따라 경주로 가 정사를 도우니, 이름을 처용(處容)이라 부르고 급간(級干)이란 관직과 함께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삼도록 했다.

처용이 어느날 늦게 귀가해 보니 아내의 미모에 반한 역신이 동침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화내지 않고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렸다. 이에 감복한 역신이 '처용의 얼굴을 닮은 그림만 봐도 가까이 가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처용의 얼굴을 형상화 한 부적이 액을 쫓는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처용무는 신라와,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 강점기에도 맥을 이어 온 궁중무용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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