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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MB 결산의 시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1-15 00:30:09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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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대권 후보들의 TV 토론 한번 없는 이상한 대선이지만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가 한 단계씩 진전을 이루면서 열기는 차츰 더해가고 있다. 2007년 12월 19일 그날 기억으로는 앞으로의 5년은 영원처럼 까마득하기만 했고 실제로 생각보다 훨씬 더 캄캄한 세상을 견뎌야 했지만 여하튼 시계바늘은 재깍재깍 움직여갔다. 이제 '정산'의 시간이다.

사실 예고편을 보고 극장엘 안갈 수 없었다. 너무 웃겨서. '5년 전의 약속을 확인하는 정산 다큐멘터리'라는 설명이 붙은 'MB의 추억'은 제작진의 말대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분열적 반응을 끌어내는 영화다. 이 영화의 전언을 내 맘대로 요약하자면, '우리는 그때 MB에게서 무엇을 보았던가' 혹은 '도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쯤 되겠다. MB의 연기는 출중했고, 우리는 그 연기에 깜빡 속았고, 그 다음 벌어진 일은 우리가 경험한 대로다. 하겠다는 약속은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고 하지 말라는 일은 기어이 강행되었다. 역사는 우리에게 이럴 때일수록 엄중한 결산이 필요하다고 가르쳤다. 지난 5년간의 손익을 따지는 대차대조표를 만든다면 그건 당연히 우리의 몫이겠지만, 대범하게 양보하여 MB의 관점에서 정산해보겠다는 이 거꾸로 된 '역지사지 프로젝트'는 우리를 약 올린다.

정산의 주체가 MB이니 영화의 주연도 그인 것은 당연하지만 그 얼굴을 영화 내내 지켜봐야 한다는 건 아무래도 이 영화의 결정적인 흥행장벽요소라 하겠다. 영화 속 1인칭 나레이션대로 "나(MB)는 인물이 참 없고, 목소리도 좋지 않"지만 그러나 연기력만은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는 먹는 장면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 유명한 CF "이명박은 배고픕니다"편의 다양한 버전이 줄창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이 일을 해봐서 아는데"를 연발하며 정말이지 배고픈 듯 뭐든 잘 먹고 많이 먹는 MB에게 시장 아주머니가 건넨 우유 한병 다 마시지 못해서 연단에서 바지끄댕이를 잡히는 정동영 후보는 경쟁상대가 되질 못했다. 이토록 저차원에서 친서민적인 이미지 정치학을 구사한 재벌 정치인을 그들은 자신들의 일원이라고 생각한 걸까?

히틀러는 고도의 이미지 정치학을 구사하여 그 자리에 올랐다. 그 공헌은 나치 선전상 괴벨스에게 바쳐지곤 한다. 'MB의 추억'은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한 것이다.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하여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로 추궁당하지 않는다"는 말로 영화를 끝맺는다. 괴벨스의 말이다. 알다시피 히틀러는 국민들의 지지로 그 자리에 올랐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가 5년 전에 한 그 민주적 결정에 대해, 그리고 그 결정권의 방기에 반문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이미지 정치학이다.

지난 5년간 시무룩한 표정을 면치 못했던 영화계는 이번 대선 국면에 유례없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다. '남영동 1985' '26년' '유신의 추억' '맥코리아' 그리고 '자가당착'까지 개봉 중이거나 곧 개봉할 이 영화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영화가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진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영화의 그런 힘을 믿으며, 더 나은 세상을 기다리며, 이 지면을 접으려 한다. 지난 3년간 나의 잡스런 사담에 관용을 베푼 소수의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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