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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숲 속 보금자리를 지키는 매서운 모성의 눈

까막딱따구리네 둥지 재활용해 보금자리 만든 큰소쩍새 가족

  • 국제신문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2-09-13 18:44:20
  •  |  본지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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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쩍새 어미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둥지를 지키고 있다.
- 사람까지 공격하는 맹금류지만
- 밤 늦도록 먹이 나르는 부모
- 덕분에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들

- 부화 3주째 세상 향한 날갯짓 시작
- 빈둥지는 다시 새 식구를 기다린다

인간의 영역인 민가. 이런 환경을 활용하는 녀석들이 있다. 불빛을 보고 찾아드는 나방과 작은 동물들, 큰소쩍새에게는 좋은 사냥터다. 민가까지 겁 없이 나온 천연기념물 제324호 야행성 맹금류인 큰소쩍새. 수컷은 끊임없이 먹이고, 암컷은 수컷이 잡아온 먹이를 새끼들에게 먹이고 있다. 이렇게 여전히 분주한 한밤의 숲 속이 있다.

   
큰소쩍새의 둥지는 작년에 까막딱따구리가 번식을 한 곳이다.
강원도 화천군의 어느 깊은 산골, 맑디맑은 계곡이 흐르는 곁으로 울창한 숲이 단정하게 있다. 그 숲에는 30년이 넘도록 표고버섯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아가는 농부가 외롭게 살고 있다.

산이 높으니 골도 깊어 문명의 소리와 빛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큰소쩍새는 매년 찾아와 농부의 이웃이 돼 준다. 올해도 집 바로 앞 딱따구리 둥지에 들어앉아 알을 낳고 품기 시작해 새끼를 길러 낸다.

큰소쩍새는 노래에도 나오는 친숙한 소쩍새 중 몸집이 큰 소쩍새다. 크다고는 해도 몇 센티 정도 차이밖에는 안 나지만 이렇게 큰소쩍새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몸길이는 24㎝ 정도로 소쩍새와 흡사하지만, 목 뒤에 두 줄의 테가 있고 발은 발가락이 시작되는 부분까지 털이 있는 게 특징이다.

큰소쩍새는 산지의 인가 부근 숲 또는 절 주변의 숲에서 생활하며 밤에 활동하는 텃새이며 나그네새이다. 사람이 접근해도 잘 날지 않으며, 부리로 딱딱 소리를 내며 위협한다. 둥지로는 나무구멍이나 건물의 처마 밑을 이용한다. 알을 낳는 시기는 5~6월이다. 알은 흰색이며, 4~5개 낳는다. 소쩍새는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말레이반도 수마트라에서 월동하는 흔하지 않은 여름 철새이다. 최근 서식 환경 악화로 점점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은밀한 곳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다.

   
털이 복슬복슬한 어린 새 두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멀리서 울음소리를 내다가 정작 둥지 주변에 오면 녀석들은 숨소리마저 죽인다. 침입자들로부터 둥지를 은폐하려는 본능이다.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서 주위를 살피다가 단숨에 둥지인 나무구멍으로 들어간다.

큰 나무의 딱따구리류 둥지를 재활용해 튼 큰소쩍새는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밤에는 어미 큰소쩍새가 공격하기 때문에 위험해서 어미가 잠자는 낮에 확인했다. 밤에 무심코 큰소쩍새 둥지 근처에 갔다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기에 십상이다.

큰소쩍새는 야행성 맹금류여서 날카로운 발톱과 밤눈이 특히 발달했다. 밤이면 우리는 사물을 잘 볼 수 없지만, 큰소쩍새들은 사람의 작은 동작까지도 들여다본다. 특히 날개 구조가 독특해 날갯짓하는 소리를 전혀 내지 않고도 역회전할 수 있다.
그리고 며칠 후 큰소쩍새 어린 새가 고개를 내민다. 둥지에 몇 마리의 어린 새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한 번 고개를 내밀면 꽤 오랜 시간 밖을 내다본다. 복슬복슬한 흰털이 덮인 큰소쩍새 어린 새는 어찌 보면 나이 많이 드신 할아버지 같아 보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강아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오늘은 새끼 두 마리가 고개를 제법 많이 내밀고 있다. 가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기도 하는데 그 폭이 상당히 커졌다.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부리로 쥐를 물고 둥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새끼가 커가는 동안엔 수컷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먹이조달의 책임이 전적으로 수컷에게 있기 때문이다. 야행성인 큰소쩍새는 초저녁부터 계속해서 먹잇감을 가져온다. 능력 있는 아빠를 둔 덕분에 새끼들은 아무 근심 없이 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낮에는 큰소쩍새 어미가 둥지에서 8m 떨어진 곳 나뭇가지에 앉아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보초를 서면서 조금씩 이동하며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가로등 바로 옆 나무로 이동해 앉아 있다. 곤충들이 가로등 불빛을 보고 날아들면 가차 없이 사냥해와 새끼의 안전을 살핀 후 은밀하게 먹이를 나눠주고 재차 사냥에 나선다. 어미는 '소리 없는 사냥꾼'답게 은밀하게 둥지로 날아들어 잠시 한눈을 팔 때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큰소쩍새를 관찰하면, 어미들은 밤이 되면 약 25분 간격으로 먹이를 물고 둥지로 들어간다. 특히 초저녁에는 7~8분 간격으로 먹이를 공급해 대는데, 아마 낮 동안 고스란히 굶고 지낸 새끼들의 허기를 달래주려고 그러는 것 같다. 암수가 번갈아 먹이를 공급하지만, 자정이 넘어 깊은 밤이 되면 어미들의 먹이 공급이 뜸해진다.

   
어미가 먹이를 전달하고 둥지를 나서고 있다.
이렇게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란 새끼들은 3주째가 되면 둥지를 떠날 채비를 한다. 나무구멍 속 깊은 곳에서 생활하던 녀석들은 수시로 고개를 내밀고 구멍 밖의 세상을 구경한다. 또 어미가 먹이를 잡아 미처 둥지에 닿기도 전에 녀석들은 구멍 밖으로 고개를 쭉 빼고 기다리면서 먹이를 먼저 받아먹으려고 심하게 몸싸움을 한다.

큰소쩍새 둥지엔 변화가 있었다. 나무구멍에서 먹이를 받아먹던 어린 새끼들, 녀석들이 둥지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먹잇감을 건네주는 마지막 격려, 그리고 어미의 끈질긴 기다림이다. 어미 큰소쩍새는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먹이를 이용하여 유인한다.

마침내 한 녀석이 둥지 밖으로 나왔다. 불안한 날갯짓, 첫 번째 녀석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부모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날갯짓, 어미가 남은 녀석을 다시 독려했다. 밤 깊도록 이어진 큰소쩍새의 이소. 마침내 새끼 한 마리가 이소에 성공했다. 아직은 불안한 균형,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녀석은 밤을 지키는 숲 속의 강자가 될 것이다.

일반적인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에서는 위장막에 잠복해 야생조류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미학'이 가장 중요하다. 큰소쩍새는 야행성이라 그 장면을 촬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위장막에 잠복해 큰소쩍새가 나타내면 그 자리에서 휴대용 조명을 비추고 촬영했다. 이를 통해 야행성인 큰소쩍새의 생태를 생동감 있고 선명한 화면에 담아낼 수 있었다.

새벽 안개 자옥한 숲에는 이제 빈 둥지만 남아 있다. 내년에도 이 숲이 온전하기를 바라며, 나 또한 나의 둥지를 향해 떠난다.

취재 협조= 조류사진가 박용수. 정운회. 서남대학교 김성호 교수. 동영상 www.birdvide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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