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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한국영화 호황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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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8-22 19:33:38
  •  |  본지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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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많은 이들이 예상하던 바였다.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도둑들'이 지난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번이 한국영화사상 여섯 번째다. 총인구수 5000만도 안 되는 나라에서 한 편의 영화에 1000만 명이 몰려든다니 10년 전만 하더라도 몽상이라고 했겠지만(곰곰이 생각해보면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싶지만), 이것도 여러 번 목격하다 보니 그러려니 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여섯 번째 맞이하는 이 1000만 관객 시대를 축하해야 할지 염려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도둑들'의 메가 히트를 비교적 쉬이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작에서 입증된 최동훈 감독의 높은 승률, '별들의 전쟁'이라 할 만한 캐스팅 조합, 홍콩 마카오 부산을 종횡무진하는 국제적 프로젝트, 쏟아붓다시피 한 마케팅 세례, 무엇보다 압도적인 스크린 수의 '와이드릴리스' 배급방식 덕분이다. 물론 결과를 손에 쥐고 하는 얘기만큼 쉬운 것도 없다. 만약 흥행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면 앞의 얘기들을 고스란히 뒤집어 그것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최동훈 감독의 흥행력은 이제껏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기에는 너무 마니아적이었으며 그의 복잡하게 꼬여있는 시나리오 또한 대중들이 이해하기엔 쉽지 않고, 그가 개척하다시피 한 케이퍼무비(강탈을 소재로 한 범죄영화의 하위장르)는 한국영화계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낯선 장르라고 말이다. 스타의 티켓파워? 그거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답할 것이다. 또 외국 로케이션한 영화 중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뭐가 있는지 예를 한번 들어보라는 반문도 빼놓을 수 없다. 요컨대 1000만 관객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데이터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둑들'의 흥행 성공에 대한 예감은 차라리 영화 외적인 요소, 즉 배급과 마케팅 규모에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듯하다. 한 주일 동안 숱한 언론매체들은 여섯 번째 1000만 관객 영화의 탄생을 요란하게 축하하며 나름의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어느 하나 속 시원한 진단은 없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대신 올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또 다른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심지어 100만 관객 수를 돌파한 영화가 18편(이 또한 신기록)이나 된다고. 그 지겨운 수사,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는 구절은 히트곡 후렴구처럼 여기저기서 반복되고 있었다.
'도둑들'을 정점으로 올 상반기 한국영화가 거둔 성적은 실로 놀랍지만, 막상 흥행작 리스트를 들여다보니 의구심만 커졌다. 거기엔 내 생각에 '발로 찍은' 듯한 영화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내 질문은 '이 영화들은 어떻게 해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에서 '2012년 상반기, 우리는 왜 그토록 자주 극장을 찾았는가'로 바뀌었다. 미국의 대공황기에 할리우드가 황금기를 맞이했듯이, 더 가까운 예로는 1990년대 말 IMF시대에 한국영화 황금기의 토대가 마련되었듯이, 2012년 한국인들도 그때 그들과 같은 이유로 극장을 찾았던 게 아닐까. 경제 불황의 지표가 적은 돈으로 기분전환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미니스커트와 립스틱의 판매급증 같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할 때, 올 상반기 극장관객 수는 일종의 립스틱지수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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