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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한여름의 공짜 영화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8-01 23:22:26
  •  |  본지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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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태양이 쏴대는 불덩이를 피하느라 기진맥진하는 나날이다. 지난 주말 70만 명이 몰려들었다는 해운대 바닷가는 런던 올림픽 중계방송을 틀어놓은 에어컨 없는 내 집보다 더 나은 '피서지'였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나가봐야 개고생', '집 만한 곳은 없다'는 말도 여름철 바캉스 한번 제대로 갈 처지가 못 되는 이들에겐 그리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긴 올해의 경제 한파는 바캉스에 목숨 거는 프랑스인들의 발목조차 꽁꽁 붙들어 맸다 하니 이 국제적인 문제에 대처하여 유엔 차원에서 '돈 안 드는 피서법'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불행히도 이 절절한 요구를 유엔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으니 언제나 그래 왔듯이 '각자 알아서들' 대책을 강구해보자.

널리 알려진 대로, 돈 안 드는 피서책의 으뜸은 꼼짝 않고 누워 책을 읽는 것이다. 나 역시 역사적으로 검증된 이 방법이 가장 좋은 피서법이라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과 체력 저하라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 이때 영화관은 가장 만만한 선택이 될 것이다. 문자 텍스트로 피로해진 눈을 이미지의 스펙트럼에 내맡기는 이 휴식은 비교적 돈이 적게 드는 경제적인 피서법 중 하나이다. 영화관이 연일 만원인 걸 보면 다들 이미 잘 알고 있는 뻔한 피서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영화관 피서법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입장료가 무료인 극장도 있다는 것! 우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에서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한여름밤의 야외상영회'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해운대 밤바람을 느끼며 야외객석에 대규모 스크린과 마주하고 있으면 호사가 따로 없다 싶을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회당 2000명의 관객이 드는 인기 폭발을 누리고 있다는데 상영작 리스트를 보니 그럴 만하다 싶다. 7월에 '티파니에서 아침을' '사랑은 비를 타고' '미션' 같은 고전이 주로 소개되었고 8월엔 고전과 함께 '페르세폴리스' '피아노의 숲' 같은 현대 애니메이션 걸작도 준비되어 있다. 가족 단위 극장 나들이용으로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이 중에서 '페르세폴리스'를 놓치지 마시길.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휩쓴 이 프랑스 애니메이션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이란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예술가가 된 한 소녀의 이야기가 지극히 아름답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자유를 향한 고투와 예술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있는 감독의 자전적 성장담에 당신 또한 매혹되고 말 것이다.

상시적인 공짜 프로그램도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8시에는 독립영화 프로그램 '인디스데이'가, 매달 마지막주 월요일 오후 7시에는 한국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사랑방'이, 매월 둘째, 넷째주 수요일 오전 10시에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시니어극장'이 1년 내내 무료로 상영되고 있다. 이 중 이번 달 '인디스데이'는 올 상반기 한국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된 제주강정마을과 용산참사를 다룬 세 편의 다큐멘터리가 기다리고 있다. 이 영화들은 당신을 열받게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저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말이다. 주머니 가벼운 이 여름을 공짜영화들과 함께 하시길 권한다.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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