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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SM타운의 아이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05 18:37:40
  •  |   본지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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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한국의 대중가요는 국제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미처 알아챌 틈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어떤 사건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대대적으로 보도된 SM타운의 파리 공연 뉴스는 '우리 동네 아이돌들이 알고 보니 국제적인 아이돌이더라'는 놀라움을 주었다. 예매 15분 만에 동난 표 때문에 파리지앵들이 시위를 벌였고, 그래서 공연이 하루 더 연장되었다는 소식은 유럽인들에게도 놀라운 일이었겠지만 실은 우리가 더 놀랐던 게 아닐까. K팝의 기세가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남미로 뻗어 가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유럽에까지 통할지는 미처 몰랐다고나 할까. 유튜브를 통해 K팝을 접하고 있던, 전 세계의 눈에 보이지 않던 팬들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온 듯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K팝은 팝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아마도 이 영화는 'K팝의 파리 점령' 사건 직후 기획되었을 것이다.

독립영화계의 스타 박진성 감독의 'I AM.'은 SM타운에 소속된 그룹과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1년 10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SM타운 공연을 중심으로 무대 뒷모습과 오래 전 연습생 시절의 영상을 오가며 그들 각자가 누구인지(I am!)를 말하려 했다. 보아,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32명의 SM멤버가 총출동하니 편당 출연스타 수로도 신기록 감이라 할 만하다.

나는 이 영화를 두 명의 관객과 함께 보았다. 아이돌들의 위세에 걸맞지 않은 관객 수이지만 그 두 명의 관객은 일당백의 열광적인 십대 팬!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내내 "꺅, 귀여워", "우와, 예쁘다!"는 감탄사를 줄잡아 30번은 터트렸고 그 사이사이 웃음소리와 단발성의 탄성이 50번쯤 추가되었다. 다른 영화라면 짜증이 났을지도 모를, 하지만 이 영화에는 무척 어울리는 그들의 반응은 이 영화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분명하게 한다.

'I AM.'은 K팝 아이돌의 탄생 과정을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아이들의 성장담'으로 그린다. 그래서 가수 지망생인 초등학생의 연습실 장면에 얹혀있는 'D-2588'(데뷔 일을 7여 년 앞두고 있다는 의미)이라는 자막은 기묘한 감동과 함께 영원히 오지 않을 지도 모를 막막한 나날에 대한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여기엔 빛만 있을 뿐 그림자는 없다. 이를테면 연습실에서만 보낸 유년기가 그들에게서 무얼 앗아갔는지, 동방신기가 왜 2명밖에 남지 않았는지 등은 말해지지 않는다.

아이돌을 꿈꾸고 동경하는 소년소녀들의 가슴에 불을 댕길만한 이 영화는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멤버를 구분하지 못하는 나 같은 관객에게는 한류 아이돌 공연의 부가판권시장을 겨냥한 잘 만들어진 홍보영상이거나 기획상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영화를 기획한 주체는 SM이다. 이대로도 충분히 즐길만했지만, 영화로서 'I AM.'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조금도 넘어서지 못한다. 차라리 한류 열풍의 진정한 승자이자 주역인 이수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훨씬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처럼 객석에 십대 팬덤의 탄성은 울리지 않았겠지만. 나는 2012년 한국사회의 신흥재벌로 부상한 문화(상품)기획자 이수만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다.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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