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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남성 패션 <77> 디노조가 007이 된다면?

능글맞은 매너·전통적인 수트로 무장한 '전통적' 007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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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05 19:12:57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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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 'NCIS' 시리즈의 매력적 캐릭터 안소니 디노조.
즐겨보던 '미드'가 있다. NCIS 시리즈. 여러 캐릭터가 골고루 제 역할을 잘 보여주는 이 드라마엔 토니, 안소니 디노조가 있다. 디노조는 자타공인 바람둥이. 떨어지지 않는 외모에 수다로 보일 정도로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지만, 본업에 충실해 사건 해결을 두고선 명석함과 진중한 모습도 빼먹지 않는다. 언제고 사건 현장에서 유사한 영화와 드라마의 사례를 들어가며 사건을 풀어간다. 또 빼먹지 않는 건, 옷탐. 피의자의 집에서 옷장을 열어보며 정통 하와이안 셔츠의 디테일까지 들먹여 이런 셔츠를 입는 사람이 범인일 리 없다고 주절거린다.

이런 디노조의 캐릭터를 보며 여러 면에서 겹치는 인물과 아주 오래되었지만 NCIS 이상 인기 있었던 또 다른 미드가 있다. 아일랜드 귀족 출신이었던 피어스 브로스넌의 '레밍턴 스틸'(1982~1987). 사립탐정으로 사건을 풀어가며 영화 속 대사로 해법을 쏟아내던 그가 가장 많이 인용한 영화는 바로 007. "내가 제임스 본드를 하면 잘 할 거 같지 않아?" 하던 그를 영화 제작자도 주의 깊게 봤던지, 그리 오래지 않아 그 말대로 실제 007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그는 역대 007시리즈 중 최고의 제임스 본드 중 하나로 기억된다.

007이 '스카이폴'이란 타이틀로 올가을 새로운 시리즈를 내어놓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시리즈 영화의 최근 경향은 시리즈 고유 캐릭터의 재현보다는 사실적 액션 표현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의 007 시리즈 또한 이러한 현대적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가장 부합하는 007인 것 같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전작들에 이어 이번에도 제임스 본드를 맡았다. 007-크레이그, 그의 포스터는 숀 코너리와 피어스 브로스넌이 묶어뒀던 타이를 풀어헤쳤으며 그의 눈은 잃은 연인에 대한 연민과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실존적 고뇌를 대변한다.

크레이그가 맡은 제임스 본드는 맷 데이먼이 주연한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을 많이 닮았다. 사실 본 시리즈의 그 이름도 비슷한 제이슨 본은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비현실적 캐릭터에 대조하여 사실적 해석의 결과로 창조된 캐릭터다. 그런데 근간의 제임스 본드는 제이슨 본을 역카피한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닮아버린 꼴이다.

이안 플레밍의 자서전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된 007시리즈를 챙겨 보면, 제임스 본드는 영국 첩보원의 캐릭터로서 영국에서 처음 제작되었지만 미국 할리우드 자본으로 미국과 영국의 합작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영국 단독의 007이나 합작에서 제임스 본드의 스타일은 제대로이지만, 미국 단독의 007일 경우 제임스 본드의 스타일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며 '퀀텀 오브 솔러스'가 그 극단의 경우다. 현대적 기사라는 첩보원으로서 어찌 보면 과하다 싶은 신사도와 매너로 다소 능글맞은 데다 비록 정형적이긴 하나 반세기 간 계승되었던 제임스 본드라는 고유의 캐릭터는 사라졌다. 더불어 제임스 본드의 전매특허였던 정통 신사복의 매력과 그 감상의 즐거움이 크레이그의 007에서 단절되었다. 제임스 본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월터 PPK 권총 대신 기관단총을 메었던 크레이그,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리얼액션은 논해 무익할 것이나 노친네처럼 숀 코너리와 피어스 브로스넌의 제임스 본드가 그리운 건 왜일까?
어쩌면 007은 향수이고 로망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 약간은 야하게 시작하던 영화 제작과는 별도로 만들어서 늘 선보인다던 오프닝 시퀀스가 그러했다. 편마다 업그레이드해서 Q가 제공하는 첨단 자동차와 새롭게 선보이던 007 전용 신무기들이 또 기대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봐도 스탠다드이며 의상학과 교범으로도 부족함이 전혀 없는 제임스 본드의 복식이 그러했다. 최초의 제임스 본드이자 최고의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너리가 불혹과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제임스 본드로 돌아왔듯, 피어스 브로스넌 역시 그래 줬으면 한다. 아니면 우리의 디노조 마이클 웨덜리는 어떨까. 해서 이 갈증을 풀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윤석·영화 남성패션 칼럼니스트 bsnbo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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