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왼쪽), 그룹 '애프터스쿨'의 리지.

요즘 브라운관에서 '부울경' 출신 연예인들이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물론이거니와 개그맨, 배우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쳐 부울경 출신 연예인들은 브라운관을 접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울경 출신 연예인 중 요즘 우리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는 누가 있을까?


◆아이돌 가수들

한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은 부울경 출신 연예인 파워의 진원지나 다름없다. 2PM의 택연·우영, 2AM의 창민, 씨엔블루의 정용화·이종현, 티아라의 효민, 2NE1의 산다라박, f(x)의 설리, 제국의 아이들의 김동준·임시완, 애프터스쿨의 리지, 시크릿의 한선화, 인피니티의 호야(이상 부산), 애프터스쿨의 레이나, 걸스데이의 유라(이상 울산), 엠블랙의 지오(창원) 등이 그 주역들이다.

이들 중 씨엔블루의 정용화와 티아라의 효민,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은 연기돌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용화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넌 내게 반했어'로, 택연은 '신데렐라 언니' '드림하이'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임시완은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렸던 '해를 품은 달'에서 어린 허염 역을, '적도의 남자'에서는 어린 이장일 역을 연기하며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현재는 시트콤 '스탠바이'에 출연하며 가수와 배우 생활을 겸업하고 있다.

여자 아이돌 가운데에서는 설리가 8월 방송 예정인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주인공 역을 맡아 연기돌의 모습을 보여줄 태세다.


◆새롭게 뜨고 있는 배우들

김혜수 최지우 김태희 등 과거에도 톱스타 여배우가 많았던 것처럼 요즘도 신인급 여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영화 '간기남'으로 결혼 후에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박시연을 비롯, '신기생뎐' '아이두 아이두'의 임수향, '천일의 약속' '옥탑방 왕세자'의 정유미, '내 딸 꽃님이' '사랑비'의 손은서, '적도의 남자'의 임정은 등은 부산 출신의 여배우들이다. 영화 '파파'의 주인공을 맡은 고아라는 경남 진주 출신이다.

장혁 공유 이준기 등은 많이 알려진 부산 출신의 남자배우들이고, 근래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신 스틸러(Scene stealer)'로 활약하고 있는 김정태 고창석 등이 새롭게 알려진 부산 출신 배우들이다. 명품조연 고창석은 그 인기를 반영하듯 올 6월 초에 있었던 '부산항 축제'의 홍보대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사투리의 개그의 달인들

한바탕 웃음을 주는 개그계엔 부울경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류정남 신봉선 김숙 안영미 김현숙 정경미 곽현아(이상 부산), 양상국(김해), 허경환(통영), 신보라(거제) 등이 코미디 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과거 10여 년 전만해도 방송에서 사투리를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들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 유행어를 만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 안방 리모컨 장악

- 아이돌 가수 11%가 부산 출신
- 타 지역보다 적극적인 성향이 한 몫
- 연예기획사 오디션 지원자도 특히 많아
- 터부시하던 사투리 '애교 대명사'로 변신
- 지역 내 스타 양성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할 때

5년 전만해도 최지우·김태희·강동원 등 부울경 출신의 배우들이 화제가 되곤 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부울경 출신 연예인들이 커다란 줄기를 이루며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 뜨는 부울경 연예인들만 모아서 연예·드라마 프로그램을 짜도 몇 편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토록 부울경 출신의 연예인들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 부울경 출신 아이돌 가수가 많아졌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용화(씨엔블루), 이종현(씨엔블루), 서인국, 효민(티아라), 설리(f(x)), 한선화(시크릿).

부울경 출신 연예인들 리스트를 보면 아이돌 가수가 이전보다 상당히 많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이돌 가수들의 11% 정도가 부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아이돌 스타를 배출해 내고 있다.

이렇게 부산과 경남 지역 출신의 아이돌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직접 각 지역에 내려가서 오디션을 보거나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부산·경남 지역의 친구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물론 차이는 있지만 소위 말하는 '연예인끼'도 타 지역에 비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한다.

또한 "몇 년 전부터 각 연예기획사마다 온라인 접수를 통해 오디션을 상시로 보고 있다. 연기는 온라인 오디션을 보기 힘들지만 가수의 경우 춤과 노래는 온라인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지방뿐만 아니라 해외 지원자들도 상시 접수 가능한데, 부산·경남 지역의 지원자가 많다"고 말한다. 즉, 연예인을 꿈꾸는 부울경의 청소년들이 현장 오디션과 온라인 오디션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 연예기획사의 경우 데뷔하기까지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 지망생을 훈련시킨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가능성 있는 지망생들의 경우 짧게는 1년 길게는 4~5년의 연습생 과정을 거친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연기와 MC 등을 연습하는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에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 방송인으로도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의 소속의 이연희나 고아라의 경우 가수 연습생으로 들어가 소녀시대 멤버가 될 수도 있었으나 배우로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일단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성공하면 이후 자신의 재능에 따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연기가 꿈인 청소년도 일단 아이돌 가수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애교 있는 사투리의 매력

	왼쪽부터 고아라, 임정은, 정유미.

10여 년 전만해도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니면 TV 프로그램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도 출신 지역이 확실한 조연 캐릭터가 아니면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사투리에 대한 허용의 폭이 넓어졌다. 지역감정이 옅어지면서 시청자들이 각 지방의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배우 박시연은 한 제과CF 속에서 "오빠야라면..."이라며 부산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 CF는 '간기남'의 섹시 버전보다 사투리 버전의 호응이 좋아 이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제과 CF에서도 사투리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경상도 사투리가 부담스럽지 않을뿐더러 매력적으로 다가섰다는 점은 부울경 출신 연예인들에게는 큰 이점이 되고 있다.


■영상도시 부산에 필요한 것

	신보라(왼쪽), 허경환.

얼마 전 영화 시사회에서 만난 한 영화제작자는 부산과 인근 지역에 연예인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을 두고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특히 부산과 인근 지역의 10대와 20대의 경우 어려서부터 부산국제영화제 및 다양한 영화 관련 행사를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흡수력이 빠르고, 어려서부터 문화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현재 연예계의 진출해 있는 아이돌들의 경우 대부분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로, '영상도시 부산'의 영향을 받은 1세대라 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부울경엔 스타를 꿈꾸는 무수히 많은 꿈나무들이 있다. 아쉬운 것은 청소년기의 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울경엔 현저히 모자란다는 점이다. 한 부산 출신의 매니저는 "부산에서 오디션을 보면 실력과 능력, 끼를 지닌 이들이 무척 많다. 그렇다고 다 선발해 서울로 오라고 할 순 없다. 이들을 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부산엔 필요해 보인다"고 말한다.


# '촌놈 개그'로 인기몰이 개그맨 양상국

- 고향 진영에선 제 덕에 아버지도 협찬 받으신대요
- 개콘 '네가지' 소재 실생활에서 얻어
- 사투리 개그 덕에 경상도 대표 대접
- 경상도 지역 가면 톱스타 안 부러워
- 김해 시장이 고맙다고 직접 전화도

KBS2 '개그 콘서트'의 '네가지'에서 '촌놈 개그'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 양상국. 경남 김해시 진영 출신인 그는 2004년 군 제대 후 청운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해 3년 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양상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올 2월까지 방송된 '개그 콘서트'의 '서울메이트'에서 사투리 개그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네가지'에서 "촌에서 왔다고 오해하지 마라, 마음만은 턱별시(특별시)다"를 외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 개그맨을 꿈꾼 것은 언젠가?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다. 당시 동네에서 친구들 웃기는 건 내가 최고였다. 심지어 '개그 콘서트'가 별로 안 웃긴다는 자만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개그맨이 되고 나니 전혀 모르는 사람을 웃기는 것이 힘들다는 걸 느꼈다.

-개그맨이 되겠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겠다.

▶스물세 살에 무작정 상경했다. 고향에서 오래 살다 보니 떠나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무서운지 모르고 떠났다. 서울에 와서 한 달에 15만 원을 벌었다. 방세도 못낼 돈이었다. 기댈 사람도 없고, 아플 때는 서러울 때도 많았다. 남들보다 공채 개그맨이 빨리 되고 자리를 잡아서 다행이다.

-'네가지'에서 '마음만은 턱별시다'라고 하는 건 개그맨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을 때를 생각하고 하는 말인가?

▶아직까지 서울에 대한 생각이 그렇다. 아직 방송국이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강남이나 압구정을 친구들과 자주 다니는데 '내가 이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는구나' 하며 신기해 한다. 마음은 특별시가 되고 싶은 데 말투나 몸에 밴 건 아직….

-'네가지'의 소재는 실제 경험담이 밑바탕이 되는가?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시골에 대해 서울 분들이 오해할 만한 것들이 소재가 된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이모가 문화상품권을 주면서 "너희 동네에서 쓸 수 있냐" 묻더란다. 자신은 부산에 살고 있는데…그런 오해를 풀어줄 수 있다.

-요즘 진영에 내려가면 어떤 대접을 받는가?

▶김해나 경상도 지역에 가면 웬만한 톱 개그맨 안 부럽다. '서울메이트' '네가지'를 해서 경상도 대표개그맨이 되어 있다. (웃음) 부산이나 경상도 행사를 가면 환호 소리가 서울이나 대전과는 데시벨이 틀리다. 더 많이 좋아하신다는 게 느껴진다.

-고향인 진영을 알린다는 것이 뿌듯하겠다.

▶아버지도 많이 좋아하신다. 김해 시장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김해를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며 뿌듯해하신다. 아버지께서 개인택시를 하시는데, 진영 분들이 아버지 택시를 모두 아신다. 또 중고등학생들은 내 사인을 부탁하기도 하고, 진영에선 '양상국이 아들'이라면 협찬도 된다더라.(웃음)

-지방 사람들이 연예인이 되려고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사투리를 고치는 것이다. 고치려 노력한 적이 있는가.

▶노력한 적은 없는데, 서울 사람들과 있다 보니 서울말과 사투리의 중간화가 됐다. 지금의 내 말투가 서울 사람들에겐 사투리인데 경상도에 가면 서울말이라고 한다. 경상도 여자들이 "서울말 잘 쓰시네요" 한다. 개그맨이다 보니까 사투리가 장점이 된 거 같은데, 경상도 개그맨 후배들한테 반우스개소리로 사투리 고치라고 한다. 네가 사투리 계속 쓰면 형이 오래 못 먹고 산다고…지방 사람이 서울말을 배우면 사투리와 서울말을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그맨을 꿈꾸는 지방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그맨을 꿈꾸는 것과는 상관없이 지방 사람들은 서울을 좀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 하라. 빨리 되기도 하고 늦게 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되니까 도전을 해라. 도전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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