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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옛날 옛적의 리들리 스콧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6-21 18:47:00
  •  |  본지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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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10년쯤?) 리들리 스콧의 영화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그의 신작이 나와도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였다. 어쩌다 보게 되더라도, 재미있지만 놀랍지는 않은 정도랄까. 혹은 기술적으로 놀랍더라도 미학적으로는 흥미롭지는 않았다. 내게 리들리 스콧은 한물간 감독이었다. 물론 산업 안에서 그는 '아직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거장이거나 혹은 '바로 지금' 최고의 주가를 떨치고 있는 거물급 감독일 것이다.

산업에서 감독의 시효는 흥행 성적으로 가늠된다. 그런 면에서 리들리 스콧의 전성기는 '글래디에이터'와 '블랙 호크다운'이 발표된 2000년대 초반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감독에 대한 평가는 박스오피스 성적이 아니라 창조성과 예술적 성취에 의한다. 그럴 때 그의 최고의 시기는 ('델마와 루이스' '지 아이 제인'이 나온 1990년대를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에일리언'과 '블레이드 러너'가 소개된 1980년대 초반이 아닐까 한다. 흥미로운 점은 당대 흥행과 평가에서 실패를 기록한 '저주받은 걸작'인 '블레이드 러너'가 오늘날 그의 최대 걸작으로 손꼽힌다는 사실이다. SF 장르에 도전하려는 감독 중 '블레이드 러너'의 비주얼을 의식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외계인 영화 중 '에일리언'의 모티브에 빚지지 않은 영화가 있을까?

리들리 스콧의 신작 '프로메테우스'를 보러 극장으로 달려간 것은 실은 그 옛날이 그리워서였다. 또 궁금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이 시작한 시리즈와 어떻게 겨루고 있는지. '프로메테우스'가 흥미롭다면 그건 그간 숱한 아류작을 양산해낸 '에일리언' 시리즈의 전사(前事)를 오리지널 창조자가 직접 들려주기 때문이다. 인류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 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기도 하다. 알려진 대로 '프로메테우스'는 그의 두 번째 작품 '에일리언'의 프리퀄이다. 스콧이 여기서 하려던 것은 무려 33년 전에 자신이 세운 SF 호러 장르의 신기원에 도전하는 일이다.

'프로메테우스'에는 자신의 오래전 영화와 경쟁하는 감독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어른댄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이룬 것을 뛰어넘기는 어렵고 다만 그에 비견할 만한 정도에 이른다면 대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 법한 상황이다. 영화의 전반부가 펼쳐지는 동안 나는 스크린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입을 벌린 넋 나간 구경꾼이었다. 이미지의 황홀경에서 빠져나온 것은 이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어지는 질문들…. 야망은 컸지만, 그것을 과욕으로 여기게 할만치 서사는 허망하고 빈틈이 보였다.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 감독에게 전성기는 한순간이다. 그 어떤 재능도 경력 내내 최상의 영화를 내놓는 식으로 유지되지는 못한다. 서두의 얘기를 다시 꺼내자면 리들리 스콧의 절정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지금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반반인 듯한데 너는 어느 쪽이냐 물으면 호의적인 절반의 편에 설 용의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 옛날의 전성기만은 못하다. 전성기가 끝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시장에 적응하는 것? 자신의 최고작을 재현하는 것? 한때 천재라 불렸던 이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기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들리는 바로는 그의 2013년 프로젝트는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다!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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