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이스트우드와 에드거 후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6-07 18:37:42
  •  |   본지 3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때는 1930년대 초. 대공황기 미국의 한 극장에서 관객의 야유가 쏟아진다. 본편 상영 전 뉴스릴에서 FBI 국장 에드거 후버가 일장연설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당신 주변에 알 카포네 같은 '공공의 적'이 판을 치고 있으니 보는 즉시 신고하라."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갱스터 영화 '공공의 적'(1931) 예고편이 시작되고 거기서 '공공의 적' 제임스 캐그니는 여자 뺨을 후려치고 음식으로 그녀의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박장대소하며 환호하는 관객들. 대공황으로 신음하던 당대 민중에게 갱은 영웅이었다. 후버가 보기에 개탄스러운 이 대중적 반응은 그러나 불과 4, 5년 뒤에 완벽하게 역전된다. 이제 캐그니는 FBI 역으로 환호받고, 후버는 코믹북스의 슈퍼히어로만큼이나 인기 있는 영웅이 되었다. 영화사 책이 생략한 그것, 후버는 그 시기 갱스터 장르의 단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11년작 'J. 에드거'는 1920년대 초부터 48년간 FBI 수장으로 지냈던 존 에드거 후버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다. 대통령이 여덟 번 바뀌는 동안에도 굳건히 권력의 2인자 자리를 지켰던 그는 극우 정치의 대명사 같은 인물이다. 그런 그를 골수 공화당 지지자로 알려진 이스트우드가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노골적인 보수정치영화 한 편이 탄생하리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스트우드의 영화, 특히 1990년대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 그가 정치적으로 왼편인지 오른편인지 영 헷갈린다. 스스로를 '리버럴리스트'라 말하는 이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는 한국이라면 진보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아니, 이스트우드(와 그의 영화)를 두고 좌우를 따지는 것은 좀 멍청한 짓인 것 같다. 그의 영화는 좌우의 경계를 무심히 초월하여 자주 숭고의 경지에 이르곤 하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J. 에드거'는 이상한 방식으로 왔다. 두 달 전 어느 극장 벽보의 상영예정작이던 이 영화는 예고된 개봉일을 훌쩍 넘긴 후 얼마 전 DVD 발매로 직행했다. 미국 흥행이 시원찮았는지 자료를 찾아보니 제작비의 배는 벌었고, 비평적으로 재난이었는지 살펴보니 그것도 아니다. 예정된 개봉을 취소할 만큼 배급업자들을 불안하게 한 결격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걸작이다.

영화는 후버를 하나의 신념으로 평생을 일관한 비범한 인물로 그리면서 그가 레드콤플렉스의 화신이며 뻔뻔한 인종차별주의자일 뿐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집한 사적 정보로 대통령조차 협박한 협잡꾼이며 인기에 눈이 먼 거짓말쟁이였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동성애 공포증을 가진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다. 이 인물에 대한 감응은 대부분 자신의 욕망을 혐오했던 비극적인 로맨티스트의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들)이다. 이스트우드는 후버라는 미스터리를 전방위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할 뿐 후버의 정치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내리지 않는다. 그것이 영화를 복잡하고 모호한 곳으로 이끌었지만 바로 그 점이 한 인간을 그리는 가장 신뢰할만한 시선이 아닌가 한다.

후버로 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 또한 절정이다. 스크린이 아니어서 아쉽긴 하지만, 극장에 도통 볼 영화가 없다는 당신에게 권한다(인터넷 다운로드로도 서비스되고 있다).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3. 3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8. 8"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9. 9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0. 10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6. 6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