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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노랑할미새의 '치맛바람'

양육열에 쉼없는 꽁지춤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2-05-31 19:05:50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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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입구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노랑할미새 수컷
- 여름철새·한자로 '척령'
- 형제간의 우애 상징해

- 몸 대부분 회색·황색
- 눈썹선과 턱선은 흰색

- 긴 꽁지 흔드는 습성 탓
- 방정맞은 새로 알려져

- 산간 계곡 바위 틈 대신
- 철마교 콘크리트 구멍을 둥지 삼아 새끼 5마리 부화

   
철마교 콘크리트 벽 배수관에 자리한 노랑할미새 둥지
머리가 하얗다고 태어나자마자 '할미' 소릴 듣는 이 녀석은 잠시도 쉬지 않고 긴 꽁지로 들까불어 예로부터 방정맞은 새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할미새의 한자 이름은 '척령(脊令)' '옹거(癰渠)'이다. 척령이란 이름은 '오경(五經)'가운데 하나인 '시경(詩經)'에서 나온 '척령재원 형제급난(脊令在原 兄弟急難)'이란 문구에서 왔다. '할미새가 연신 꼬리를 흔들고 울기를 그치지 않는 모양이 매우 급한 일에 서로 도우는 듯하다'는 뜻으로 이때부터 척령재원이란 말은 형제가 급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서로 돕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할미새를 집안에 상서로움을 전해 주는 길조로 여겼고 할미새가 집에 둥지를 틀면 집안이 크게 일어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믿었다.

   
부화된 지 3일째 되는 새끼들
햇빛이 따뜻하다 못해 따갑게 느껴지는 5월의 철마천, 하늘하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자갈밭은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빛나고 있다. 저마다의 목소리로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푸른 냇가 물처럼 굽이쳐 흐르는 이곳은 평화로운 봄의 정취로 그윽하다. 노랑할미새가 날아든 벌레를 잡기 위해 폴락거리는 이곳 냇가의 들엔 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부산 기장군 철마천 철마교 콘크리트 벽 배수관 안에 노랑할미새가 날아와 둥지를 틀어 새끼 5마리가 부화했다. 수컷은 먹이를 물어 오느라 정신이 없다. 여름 철새인 노랑할미새는 산간 계곡 바위틈에 둥지를 짓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교량 콘크리트 벽 배수관에 둥지를 짓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은 극히 이례적이다.

할미새과 할미새속에 속하는 여름 철새인 노랑할미새는 5아종으로 구분된다. 한반도에 도래하는 종은 M.c.robusta이다. robusta는 라틴어로 '튼튼하다'라는 뜻을 가지며 몸길이 19~20㎝ 정도이다. 암컷과 수컷의 색깔이 흡사하나 수컷의 여름 깃은 이마와 머리, 뒷목과 등, 어깨 깃이 청색이 도는 회색이며 허리와 몸 아래쪽이 황색을 띤다. 턱밑과 턱은 검고 눈썹선과 턱을 지나는 턱선은 흰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담황색을 띤다. 한국에 4~10월에 돌아와서 한 배에 4~6개의 알을 낳는다. 먹이는 주로 곤충류와 애벌레를 주식으로 하며 거미류도 즐긴다.

   
새끼들에게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다.
초여름 냇가를 끼고 있는 계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랑할미새는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번식철 수컷은 아름다운 노래 소리로 암컷을 부른다. 노래 소리에 이끌린 암컷이 수컷을 따라 나서면 부부가 되는 것이다.

노랑할미새 한 마리가 제법 많은 먹이를 부리에 물고 있다. 할미새는 그것을 먹지 않고 계속 앞으로 가더니 날아간다. 먹이를 문 채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그 행동으로 보아 이 냇가 어딘가에 노랑할미새의 새끼가 있을 것 같다. 주변에 다른 위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둥지로 날아든다. 아니나 다를까 둥지에는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새끼는 모두 다섯 마리이다.

노랑할미새 부부는 교량과 냇가를 오가며 새끼들을 키운다. 먼저 노랑할미새 수컷이 하루살이를 물고 왔다. 녀석들이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번에는 오래만에 암컷 어미가 먹잇감을 잡아왔다. 어린 새끼는 먹이를 제대로 삼키지 못한다. 어미가 먹이를 다시 새끼 입안으로 넣어준다. 그리고 새끼의 배설물을 자신의 입으로 받아낸다. 생명을 키우는 일은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

   
갓 부화한 새끼를 돌보고 있는 노랑할미새 부부
사람들이 접근하자 어미새는 양육기간 내내 예민해진다. 수컷은 사람들이 떠난 뒤에야 냇가 돌 위를 걸어 다니면서 꼬리를 상하로 움직이기도 하고 입에는 벌레를 서너 마리씩 물어 오는 등 본격적인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아비의 보살핌 속에 녀석들의 먹성이 부쩍 좋아졌다.

보름 후 배수관 둥지 옆 교량 위에서 노랑할미새 수컷이 먹이를 물고 새끼들의 집 떠나기를 재촉한다. 녀석들은 이제 둥지를 떠나 냇가로 독립해야 한다. 어미의 재촉에 서두르다가 새끼 한 마리가 풀밭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다. 녀석은 빨리 둥지를 벗어나 어미 소리가 나는 냇가 풀밭으로 가야한다. 둥지에는 아직 네 마리가 남아 있다. 어미가 유인을 하건만 쉽게 나서지 못한다. 교량을 벗어난 한 마리가 풀밭을 향해 종종걸음을 친다. 용기 있게 둥지를 나선 새끼 한 마리. 그러나 풀숲으로 난 길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노랑할미새 새끼들이 둥지 안에서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다.
나머지 녀석을 유인하기 위한 어미의 유혹은 계속된다. 새끼들은 난생 처음 구경하는 풍경이 낯선지 계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마침내 녀석이 날 준비를 한다. 녀석은 떨어지지 않고 제대로 나뭇가지에 앉았다. 혼자 남은 막내도 어미를 불러도 응답이 없자 용기를 내어 마침내 날아오른다.

새끼 양육은 주로 수컷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암컷은 둥지 입구에서 보초를 선다. 혼자서 다섯 마리를 먹여 살리자면 수컷은 하루 종일 사냥을 해야 한다. 새끼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먹이양은 자기 몸무게의 50% 이상이다. 거의 모든 시간을 먹는 것으로 소일한다. 어미가 새끼들을 먹여 키우는 기간은 20일 정도이다. 그 기간 동안 어미는 하루종일 사냥하며 둥지와 냇가를 오간다.

노랑할미새는 신비로운 새이기도 하지만, 흰 눈썹이 있는 독특한 얼굴과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보는 이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이들이 냇가 돌 위에 앉아 부르는 노래는 봄의 정취를 더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호들갑을 떨며 꼬리를 연신 흔들어 '할미새 꽁지 방정' 이란 속담이 생겨나고, 벌레를 잡아먹어 농사일을 돕고,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달래 주는 할미새의 친근함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취재 협조= 조류사진가 박용수 씨. 동영상 www.birdvideo.tistory.com
   
둥지 주변에 숨어 보초를 서고 있는 노랑할미새 암컷
   
갓 이소한 노랑할미새 새끼
   
노랑할미새 어미가 둥지에서 새끼를 보호하고 있는 모습
   
둥지에서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있는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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